재건축시장에 큰 변화의 바람을 일으킨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의 유예 기간 연장 여부가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라 시선이 집중된다.

재건축사업을 통해 조합원 1인당 평균 개발이익이 3000만 원을 넘으면 개발이익의 최고 50%를 부담금으로 환수한다는 게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이하 환수제)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서울 등 수도권 재건축 단지 가운데 이 제도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은 곳은 전체 142개ㆍ8만9597가구로 파악됐다. 현재 개발이익이 많은 서울 강남권을 비롯해, 경기도 성남, 과천 등 실수요ㆍ투자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인기 재건축 단지들은 ‘부담금 직격탄’ 1순위로 점쳐지고 있어 조합원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2005년 5월 시행된 환수제 시행으로 인해 재건축시장 침체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자 정부는 다시금 주택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올해 말까지 이 제도의 유예를 결정한바 있다.

따라서 이 제도의 적용을 받지 않기 위해선 올해 안으로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해야한다. 특히 강남권 인기 재건축 단지의 조합원들에게는 최고 억대의 부담금이 부과될 것으로 예상돼 최근 재건축시장에서는 이를 피하기 위해 속도전을 치르고 있는 실정이다.

유관 업계 전문가들은 환수제 부활 땐 재건축사업들이 올스톱 할 수도 있다며 서울 재건축시장에 환수제 비상이 걸려있다고 입을 모은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올해 말 끝나는 환수제 유예를 3년간 더 연장하는 방안이 정치권에서 추진될 것으로 기대한다. 

국토교통부(장관 강호인ㆍ이하 국토부)가 정부차원에서 당장 유예 가능성을 검토하진 않고 있지만, 국회 심의과정에 따라 제스처를 보일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그러나 이달 20일 국토부 관계자는 “재건축 부담금은 2014년 국회에서 올해 말까지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하는 사업장에 대해 면제하도록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이 개정됐으며, 2018년 1월 1일부터는 부과될 예정이다”며 “재건축 부담금에 대한 폐지 또는 추가적인 유예 등에 대해선 검토된바 없다”고 못 박았다.

이러한 정부의 입장에 대처해 해당 단지들은 법의 개정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재건축사업 초기 단계인 은마아파트, 대치쌍용1ㆍ2차아파트, 구마을1ㆍ2지구 등의 아파트 토지등소유자 및 조합원들은 환수제 폐지 또는 유예를 촉구하는 의견서를 이은재 바른정당 의원실에 제출했다.

이에 따라 바른정당 이은재ㆍ김성태 의원 등을 중심으로 환수제 유예 또는 폐지 내용을 담은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파악됐다. 김성태 의원은 2014년 환수제 3년 유예 개정안을 발의한바 있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최근 지역구에 속한 재건축 조합들로부터 환수제 관련 건의서를 받았다”며 “내부적으로 환수제 유예ㆍ폐지 여부를 검토하고 관련 개정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지난 19일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주택협회가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이하 국토위) 소속 일부 의원실을 돌며 환수제 등에 대한 정책 건의서를 전달했으며, 이에 국토위 자유한국당 박덕흠 의원은 환수제 유예 시점을 올해 12월 31일에서 2020년 말까지 3년을 더 연장하는 내용이 담긴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 할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이에 대해 박 의원 측이 “재건축 부담금은 부동산의 양도를 통해 실현된 이득이 아닌 준공 시점과 사업 개시 시점의 가격 차이를 대상으로 부과하고 있어 미실현 이익에 대한 부담금 부과에 따른 합헌성 논란이 있다. 이익금 환수를 하지 않는 재개발사업과의 형평성 논란도 제기되고 있는 형국”이라며 개정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를 비롯한 시장의 여론은 이들의 의견에 대립한다. 한 경제 전문가는 “조합 입장에서는 수익이 최대 반토막 날 게 우려되니 주장하겠지만 지금 시점에서 유예ㆍ폐지해야 하는 명분이 없다”며 “잠재적 평가이익이 아니라 시세를 기반으로 한 실현이익을 토대로 시공원가, 토지원가 등을 따져 매긴다면 세금부과에 문제될 게 전혀 없다”고 꼬집었다.

여론도 회의적이다. 환수제 도입이 늦춰지면 혜택을 입는 건 강남 재건축 조합뿐이라며 그들의 수익성이 담보될수록 수분양자의 주택마련 부담은 그만큼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이 같은 반응에 박 의원 측은 한 발 뒤로 물러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박덕흠 의원실 보좌관은 “지난주 주택협회에서 국회를 찾아와 국토위 상임위원들에게 전체적으로 환수제 유예 관련 자료를 돌렸다. 받은 자료를 기반으로 기대효과나 부작용이 무엇인지 법제실에 요청해 검토 중일 뿐이다”며 “의원께 보고된 사안도 아닌데 법안 발의가 확정적인 것처럼 보도돼 불쾌하고 당혹스럽다”고 전했다.

반면 이 의원실 측은 여전히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실 비서관은 해당 지역구 문제인 만큼 적극적으로 보게 됐다고 말하며 “앞서 제도 적용이 두 차례나 유예됐던 제도다. 당시에도 주택시장 활성화 등을 이유로 많은 이들의 공감대를 얻고 유예됐던 만큼 같은 이유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특히 2006년에는 전국 집값 상승률이 24.8%로 높았는데, 요새는 10% 중반으로 파악된다. 재건축 활성화를 통한 경기부양 공감대 형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이와 같이 하반기 국회는 여야 국회의원 및 환수제 폐지ㆍ유예를 요구하는 재건축 조합들 간의 치열한 공방전이 일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오는 5월 ‘장미대선’을 앞둔 대선 주자들의 핵심 부동산정책으로 환수제가 거론될지에 대해서도 업계 안팎의 눈과 귀가 모아지고 있다.

민수진 기자  vkdnejekdl@naver.com

<저작권자 © AU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