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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재건축의 ‘계륵’ 상가 문제, 해법은 없는가(?)

 

   
 

 

[아유경제=정훈 기자] 정비사업을 시행함에 있어 상가 문제는 ‘계륵’과 같다. 같이 가자니 ‘산 넘어 산’이고, 빼고 가자니 어딘지 모르게 꺼림칙하다. 무엇보다 사업시행자 또는 아파트 소유자-상가 소유주 간 갈등을 비롯해 상가 세입자의 권리금 문제에 이르기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한둘이 아니다. 그렇다고 ‘제척’을 통해 따로 사업을 추진하더라도 설계 변경, 사업성 악화 등이 발목을 잡는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2009년 1월 19일 발생한 ‘용산참사’다. 이를 계기로 상가 문제, 특히 권리금 보상을 놓고 벌어진 사업시행자-상가 세입자 간 협상 난항과 그에 따른 사업 지연이 사회문제로 부각됐으나 5년이 지난 현재까지 그 해결은 요원한 상태다. 이에 본보는 재개발·재건축 등에 있어서 상가 문제가 어떻게 구현되고 있으며, 해법은 없는지 등에 대해 보다 심도 있게 다뤄 봤다.

서울시, 상가 세입자 보호 위한 ‘상임법’ 개정 추진
관리처분인가 때까지 ‘계약갱신요구권’ 인정이 핵심

최근 서울시는 재개발 구역 등에서도 상가 세입자가 투자금과 권리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계약갱신요구권’을 확대·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나섰다.

계약갱신요구권은 임차인이 임대차기간 만료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계약갱신을 요구할 경우 임대인이 이를 거절할 수 없도록 한 권리로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하 상임법)’ 제10조 등에 명시돼 있다. 상가 세입자는 이에 따라 최초 임대차기간을 포함해 최대 5년까지 한자리에서 영업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권리는 정비구역에서 ‘무용지물’이다. 예외가 인정돼 임대인이 상가 철거 시작 전 세입자의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있도록 해서다. 상임법 제10조제1항은 단서로서 이를 규정하면서 제7호에 ‘임대인이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로 목적 건물의 전부 또는 대부분을 철거하거나 재건축하기 위해 목적 건물의 점유를 회복할 필요가 있는 경우’를 명시하고 있다. 이어 ▲가목에는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공사시기 및 소요기간 등을 포함한 철거 또는 재건축 계획을 임차인에게 구체적으로 고지하고 그 계획에 따르는 경우’가 ▲다목에는 ‘다른 법령에 따라 철거 또는 재건축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구체적으로 규정돼 있다.

이 때문에 재개발 구역 등에서는 상가 세입자가 개업 초기에 권리금을 날린 채 쫓겨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 6일 임대인이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을 거절할 수 있는 예외 규정 적용 시점을 관리처분인가일로 명시하는 내용의 싱임법 개정을 국토교통부 등에 건의했다.

법 개정이 이뤄지면 상가 임차인은 관리처분인가 시점까지 쫓겨나지 않고 영업을 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정비구역 지정 전부터 영업한 상가 임차인의 경우 전체 임대차기간이 5년을 넘겼더라도 계약갱신을 요구할 수 있게 돼 정비사업 시행에 따른 피해가 줄어들 전망이다.

하지만 관련 업계는 이 같은 조치를 두고 ‘임기응변’식 처방이라며 평가절하 하고 있다. 한 상가 세입자 관련 협회 관계자는 “계약갱신요구권 보호 기한을 늘리고 ‘환산보증금’을 폐지하는 등의 조치가 이뤄져야 상가 세입자들이 실질적인 도움을 받게 될 것”이라며 “종국에는 권리금을 양성화해 이를 법으로서 보호해 주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정비사업계는 상임법 개정의 파급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계약갱신요구권 등 상가 세입자 권리 보호 강화가 사업시행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상입법이 개정되면 관리처분인가 시점까진 상가 세입자들이 안정적으로 영업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조치이나 정비사업 추진에 있어서 사업시행자-상가 세입자 간 갈등의 근본 원인이 권리금인 만큼 이 정도 법제 개선이 정비사업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환산보증금이란 상임법 상 보증금과 월차임을 환산계산법으로 계산해 환산한 보증금을 말한다. 예를 들어, 서울 지역에서 2014년 1월 1일 이후 임차한 상가의 보증금이 1억원이고 월차임 300만원이라고 가정하면, 1억원+(300만원×100)=4억원이 이에 해당한다. 이는 권리금을 보호 받지 못하는 상가 세입자 등을 위해 지역별로 차등을 둬 환산보증금 상한을 정해 두고 상한선까지 이를 보호해 주기 위한 임시방편적인 성격이 짙다.

환산보증금制 현실 무시… 관건은 ‘권리금’ 합법화(?)
민병두 의원, ‘상가권리금 보호에 관한 특별법’ 대표발의

대다수 상가 세입자들은 권리금과 초기 투자금 등이 수억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최대 4억원까지만 보호해 주는 환산보증금 제도가 현실을 무시한 채 되레 권리금 보호를 가로막는다고 비판한다.

실제로 강남ㆍ홍대 등 주요 상권에서 보증금 4000만원에 월차임 1000만원 수준의 점포를 찾기가 어렵지 않다. 이 점포의 환산보증금은 4000만원+(1000만원×100)=10억4000만원에 달하지만 4억원 초과분은 법에 의해 보호 받지 못한다.

하지만 2013년 6월 기준 서울 지역 주요 역세권의 평균 권리금은 ▲신촌역 2억8400만원 ▲광화문역 2억7700만원 ▲이태원역 2억6800만원 ▲건대입구역 2억6500만원 ▲압구정로데오역 2억5500만원 등으로 나타났다(자료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특히 강남대로변이나 명동 주요 상권의 권리금은 20억원이 넘는 경우가 허다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보다 직접적인 해법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 권리금의 합법화다.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권리금을 표면으로 끄집어내 이를 법으로서 보호하자는 얘기다. 이는 상가 세입자 측의 오랜 숙원이다. 하지만 상가 소유주, 나아가 재개발·재건축 등 사업시행자 입장에선 말 그대로 ‘골칫거리’다. 그렇다고 세금으로 이를 보전해 주는 것도 논란의 여지가 많다.

이 때문에 지난달(1월) 23일 민병두 의원이 대표발의 한 ‘상가권리금 보호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의 벽을 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 법안은 권리금 수수 시 그 금액이 표시된 권리금계약서 작성을 의무화하고, 임차인이 제삼자로부터 권리금을 지급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해묵은 과제인 권리금의 합법화 시도가 진행 중인 점은 상가 세입자 측면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에게는 사업시행 저해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게 업계 안팎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한 정비사업 전문가는 “상가 권리금이 정비사업 시행에 있어 ‘화두’가 된 것은 ‘용산참사’가 발생한 2009년 1월 이후의 일”이라며 “특히 이 사건으로 시행 중이던 국제빌딩주변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이 직격탄을 맞은 점과 이후 ‘강제퇴거 금지에 관한 법(이하 강금법)’ 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강해졌다는 점에서 조합으로서는 그 추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강금법(정청래 의원 대표발의)은 주거권 보장을 위해 ‘강제퇴거’를 금지하고, 반복되는 불법 철거·퇴거 현장에서의 폭력 행위를 근절키 위한 내용이 핵심이다.

이와 관련해 강북의 한 재개발조합 관계자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에 퇴거에 관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아 이주를 거부하는 자에 대해서는 소송을 통한 강제집행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게 가장 현실적이고, 이 역시 법정 절차에 따라 이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강금법’을 제정·적용하는 것은 이주 거부자에게 칼자루를 쥐어 주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주 지연에 따라 심각한 피해를 겪고 있는 일선 조합들을 위해 주거권 보장에 상응하는 수준의 재산권 보호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건축도 아파트-상가 대립으로 사업 표류 부지기수
현행법으론 해결 요원… “법제 개선 시급” 한목소리

재건축도 상가 문제로 골치를 앓는 점에선 재개발·도시환경정비사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상대적으로 토지 경계 등이 명확한데도 아파트-상가 간 대립으로 사업이 장기화하는 사례는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경기도 과천의 A재건축사업이 대표적인 예다. 이곳은 작년 상가 소유주가 도(道) 행정심판위원회에 신청한 ‘재건축 조합설립인가 취소 청구’가 인용 결정돼 재건축조합의 설립인가가 취소되는 ‘청천벽력’ 같은 일이 벌어졌다. 이로 인해 해당 조합은 설립인가를 다시 받고 현재 시공자 재선정 절차를 진행 중이다.

서울 강동구 B재건축조합도 과거 상가 문제로 속병을 앓았다. 이곳은 상가 측 동의율 미비로 조합 설립이 늦어지자 상가 일부를 제척해 조합을 설립했다가 사업성 제고 등을 이유로 이를 다시 편입시켰다. 하지만 그에 따른 사업 지연과 제척·편입 과정에서 불거진 갖가지 의혹으로 내분이 발생하는 등의 후유증으로 상당 기간 사업시행에 차질을 빚은 것으로 전해졌다.

인근 고덕지구 내 재건축 단지 대부분과 서초구 C재건축 구역도 아파트-상가 간 마찰로 장기간 분쟁을 겪었다. 또 송파구 D재건축사업의 경우 아파트-상가 대립이 장기화하면서 시공자가 공사비 미수금을 받겠다며 법원에 임의경매(과거 경매의 권리를 가진 사람이 집행관에게 신청해 행하던 경매)를 신청, 법원이 이를 수용하는 바람에 상당한 개발이익을 까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로 꼽히는 강남의 E재건축 아파트도 상가의 용도 변경 문제로 아파트-상가 간 분쟁이 발생, 한동안 사업 추진에 애를 먹었다는 후문이다.

그렇다고 갈등의 산물인 상가를 빼고 재건축을 하기에도 무리가 따른다. 앞서 살핀 B재건축 사례에서처럼 제척·편입 과정에서 분쟁 발생 가능성이 높은 데다 그에 따른 사업 지연도 불가피해서다.

이미 조합을 설립한 곳은 도정법에 의거해 정비구역 분할을 통해, 아직 조합을 설립하지 못한 곳은 토지분할 청구 방식으로 아파트-상가 ‘분리’ 재건축을 시행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제약이 많다. 아파트-상가 간 분리 재건축의 성공 사례를 찾기가 쉽지 않고 양측의 협의도 어려워 소송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파트-상가 분리 재건축의 경우, 특히 조합 설립 이후 정비구역을 분할해 이를 성공시킨 사례를 찾기 어려운 데다 토지분할의 경우에도 분할 대상 토지가 건축법 등이 요구하는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이 역시 쉽지 않다”며 “더 큰 문제는 토지분할도 그 대상 토지 및 건축물의 소유자와 협의해야 하는데 그 역시 지난한 과정이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결국 분리 재건축은 소송을 통해 해결하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인데 이 또한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며, 분할 이후 아파트 조합원이 찬반으로 갈려 내분에 휩싸이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조합 입장에선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상가 문제는 한꺼번에 풀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 현행법으로도 그 해결이 요원하다”면서 “차제에 아파트-상가 간 갈등을 중재·조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4개월에 불과한 손실보상 규정을 손질하는 등의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아울러 세입자끼리 주고받은 권리금 문제도 보다 현실적인 해법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형평성 차원에서 아파트 세입자에 대한 주거이전비와 이사비 등에서도 이를 현실화할 수 있는 법제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정훈 기자  koreaaeryo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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