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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는 없는 정비사업 출구전략, 2기 가동으로 돌파구 찾나

 

[아유경제=서승아 기자] 말 많고 탈 많던 서울시(시장 박원순)의 정비사업 출구전략이 2기 가동에 돌입했다. 이번에는 시내 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조합설립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 343곳 전체를 대상으로 조합과 추진위가 정조준 됐다는 점이 주요 핵심이다.

특히 시가 직접 각 구역의 사업 추진 가능성 조사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조합·추진위에 대한 제재 수위는 더욱 가혹해질 전망이다. 시는 지난 915추진 주체가 있는 343개 구역 현장 조사 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오는 11월 말까지 약 두 달간 조사를 완료해 각 구역의 향후 사업 진로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추진 주체 있는 정비구역 343곳 전수조사
유형별 분류·분석해 진로 결정코디네이터파견해 갈등 해소


우선 시는 조합·추진위 등 추진 주체가 있는 서울 지역 343개 정비사업장에 대한 실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이번 조사는 각 자치구와 공동으로 오는 11월 말까지 진행되며 서울시 공무원 50명이 동원된다. 시는 추진 주체가 없는 구역의 경우 주민 투표를 통해 토지등소유자 30%가 찬성하면 사업 해제를 결정할 수 있지만 추진 주체가 있으면 찬반 투표를 할 수 없어 향후 진로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추진 주체가 있는 구역은 주민 스스로 조합해산동의서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현재까지 해제된 곳은 20여곳에 불과하다. 시는 이들 구역의 정비사업 지체 원인을 부동산 경기 침체 현금청산자 증가 시공자의 공사비 증액 요구에 따른 사업성 악화 등 크게 3가지로 진단했다. 이 때문에 주민 갈등이 심화되고 소송 등에 휘말리면서 추진 동력이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업 진척이 안 된 상황에서 인건비와 관리비 등 사용비용이 계속 늘어나 주민 부담만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번 2기 출구전략 가동에선 시가 직접 나선다. 시와 자치구 공무원이 직접 전수조사를 통해 조합·추진위의 향후 사업 방향을 유도한다. 이번 전수조사에선 구역 내 환경 및 현황 찬반 주민 갈등 사업 정체 여부 및 원인 시공자 동향 자금 관련 사항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조사 과정에서는 정비사업 담당 공무원들이 대거 참여한다. 시와 자치구 공무원이 팀을 이뤄 합동 조사를 벌여 조합·추진위에 대한 제재는 더욱 가혹해질 전망이다. 시에서는 재생지원과 14주거재생과 13재정비과 14재생지원센터 9명 등 50명의 인원이 참여하며 각 구역별로 자치구 담당자 1명이 추가로 참여한다.


시는 조사 결과. 조합원의 갈등이 발생하거나 사업이 정체기에 들어선 구역에 코디네이터를 파견해 정체 원인에 따른 맞춤형 지원에 나선다. 코디네이터는 정비사업 관련 설계·시공·감정평가·행정·회계 등 전문가 100명으로 구성돼 사업시행인가~관리처분인가 단계에 있는 구역을 우선적으로 구원할 계획이다.


시는 조사를 통해 사업 정체 구역을 유형별로 분류·분석한 후 세부계획을 수립, 구역 해제를 포함한 신속한 진로 결정을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조합 등 집행부의 전문성 부족으로 사업 장기 지연 가능성이 높고 자체 해결이 불가능한 구역은 공공이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각 자치구와 합동으로 구역별 사업 정체 원인을 분석해 맞춤형 해결 방안을 찾고 사업 정상화를 이끌겠다고 말했다.

말로는 출구현실은 조합 옥죄는 꽉 막힌정책?!
구역 해제에만 골몰비판에 이번엔 비리 캐기?업계 살생부쓰는 격


이와 더불어 서울시는 본격적인 조합 운영 실태조사에 나선다. 2기 출구전략 시행과 아울러 조합 운영의 부조리가 의심되는 46개 현장에 대해 자금 차입·자금 관리·예산집행·계약 사항 등에 대한 대대적 점검에 들어간다는 방안이다.

시는 지난 15일 주민이 운영 실태 점검을 요청한 동대문구 답십리14구역, 성북구 돈암5구역, 노원구 월계2구역 등 46개 조합의 운영 실태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점검은 서류를 통한 1차 사전 점검과 2차 현장 조사로 이뤄진다. 이를 위해 이미 1차 서류 점검을 마쳤으며 앞으로 6명으로 구성된 합동 점검반을 파견해 1주일간 서류 점검 때 드러난 부조리 의혹 부분을 집중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시는 1차 서류 점검을 마친 46개 조합에서 부조리 의혹 사례가 드러났다고 덧붙였다. 시는 자금 차입 분야에서 67, 자금 관리 35, 예산집행 157, 계약 90, 조합 행정 55, 정보공개 44건 등 총 448건을 지적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현장에서는 시의 일방적인 사업 옭아매기라며 반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선 시의 정책 책임을 조합으로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존 1기 출구전략이 정비(예정)구역 해제에만 급급했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조합 운영상 부조리 근절을 명분으로 시가 직접 나서 대놓고 살생부를 써 나가는 꼴이라며 비난 여론이 뜨거워지고 있다.


임대주택 빼앗아 가는 건 잘하면서출구가 없다

해제 지역은 매몰비용에, 일선 현장은 추가부담금에 으악

20138월 창신·숭인 뉴타운지구가 서울시 뉴타운 가운데 처음으로 지구 전체가 지정 해제된데 이어 지난 7월에는 가리봉뉴타운이 추가로 해제됐다. 일정 기간 사업에 진전이 없으면 자동으로 구역 해제되는 뉴타운 일몰제가 시행되면서 사업 해산 지역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 중에는 이미 10년 넘게 뉴타운을 완성키 위해 달려온 사람도 있다. 이곳은 정상적으로 사업이 진행돼야 함에도 시장이 바뀌자 사업이 멈췄다고 하소연한다.


찬반 모두 한목소리로 반발하는 대목도 있다. 사업지구 내 임대주택 건설 비율이다. 현재 서울시와 각 자치구에서는 임대주택 활성화라는 명목으로 뉴타운 내 임대주택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는 일반분양분을 줄여 사업성을 저해하는 요소로 오래전부터 지적돼 왔다. 현재 대부분의 재정비촉진지구에서 크든 작든 흡사한 문제를 지니고 있다.

문제는 시나 각 구에서 적극적으로 나서기보다 사업 취소를 원한다면 주민 동의 50%를 얻어 오라는 식의 수동적인 자세로 일관한다는 점에 있다. 때문에 업계 한편에선 시가 출구전략은 세웠지만 직접 구출은 하지 않는다며 무책임한 행정이라 비판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가 출구없는 출구전략을 고수하며 구역 해제에 몰두한 지난 2년여 동안 해제 지역에선 이른바 매몰비용문제가 뜨거운 감자가 돼 갈등을 불렀고, 멀쩡히 진행되던 사업장 대부분에선 사업 촉진에 필요한 제대로 된 지원도 받지 못한 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추가부담금으로 골머리를 썩고 있다고 진단했다.


답 없는 서울시매몰비용 폭탄에 조합·추진위만 전전긍긍
실태조사의 변신(옥석 가리기용비리 색출용)은 무죄?업계 못살겠다

출구전략이 진행되는 동안 매몰비용 처리에 대한 해법이 나오지 못했다는 점은 여전히 논란의 중심이다. 정비사업은 사업시행자인 추진위나 조합에 재정 여력이 없기 때문에 관련 기업이 돈을 빌려주는 형식으로 자금이 조달된다. 추진위 단계에선 정비업체가 자금을 지원하고 시공자가 선정되면 해당 건설사가 돈을 빌려주는 식이다.


문제는 조합이 설립된 구역이 해제될 경우 매몰비용을 처리할만한 뾰족한 해법이 없다는 점이다. 출구전략이 진행되며 자금 회수를 위해 관련 기업이 추진위나 조합 등 주민들 재산을 압류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는 사례를 고려하면 앞으로도 관련 분쟁이 계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 때문에 서울시는 조합이 설립된 이후 구역의 평균 사업비를 50억원 정도로 예상하고 조합 설립 이후의 사업장이 구역 해제될 경우 사업에 참여한 관련 기업들이 투입한 비용에 대한 채권을 포기하면 이 중 일부를 세금 감면을 통해 보전해주는 방식을 통한 출구전략을 적극적으로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이 방식은 개정된 조세특례제한법에 규정된 손실 처리 방안으로 재개발·재건축사업에 한해서 기업이 빌려준 돈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면 이 금액을 손실로 처리해 세금을 줄여준다는 게 주요 골자다.

법인세는 기업 매출액에 부과되는 세금으로 최고 세율이 22%. 재개발·뉴타운사업에 50억원을 투입한 기업이 이 돈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면 50억원의 22%에 해당되는 11억원의 법인세를 감면받기 때문에 11억원을 간접적으로 회수할 수 있는 효과가 생기는 방식이다. 하지만 투입된 비용의 78%를 기업이 손해로 떠안으라는 의미이기 때문에 매몰비용을 손실 처리하면서까지 채권을 포기할 기업은 사실상 전무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한편 도시정비업계에선 시의 이번 전수조사는 구역 해제 법적 유효기간을 3개월가량 앞두고 구역 해제를 가속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시의 전수조사가 기존 출구전략을 위한 실태조사에서 이름만 바뀐 것으로 또 다시 조합·추진위에 불러올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한 정비사업 전문가는 지난 11년간 유예된 출구전략의 유효기간이 4개월도 채 남지 않자 서울시가 조급한 마음에 이 같은 정책을 들고 나온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1기 출구전략 때 사업의 진로를 결정키 위한실태조사가 조합 등의 부조리를 색출키 위한 실태조사로 둔갑해 사업시행자를 옥죄는 도구로 전락하지 않을지 벌써부터 심히 걱정이다고 전했다.

실질적인 출구는 만들지 않은 채, 성격만 바뀐 실태조사를 앞세운 서울시. 일선 조합·추진위의 하소연과 근본적인 문제 해결엔 귀를 막은 채 출시된 출구전략 2번째 버전이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지 앞으로의 추이가 주목된다.

   
 

서승아 기자  nellstay8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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