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부동산 기획특집
이러다가 空約 될라… 한계 도달한 서울시 임대주택 공급

   
▲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3월 19일 임대주택 8만호 추가공급을 약속했다.

[아유경제=유준상 기자] “앞으로 전월세 난으로 깊어져 가는 시민들의 시름을 덜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총동원하겠다”

선거 당시 공약도 친서민적 정책을 기반으로 한 게 대다수다. ‘▲2018년까지 새로운 임대주택 8만호 공급 ▲20~30년간 매매 대금 분할 납부가 가능한 분납임대주택 도입 ▲관리형 주택협동조합 및 공공토지임대형 주택협동조합 육성 ▲민간 임대주택 지원을 위한 국민주택기금 및 이자 지원 확대 ▲2020년까지 전용면적 40~60㎡ 소형주택 20만호 공급 지원 ▲저렴한 소형주택 집중 공급을 위한 주차장 등 도시계획 지원 강화’ 등이 그것이다. 이 중 가장 큰 주목을 받은 공약은 ‘2018년까지 새로운 임대주택 8만호 공급’이다. 다양한 유형의 임대주택 6만호와 임차형, 수요자 맞춤형 등의 민간 임대 2만호를 올 하반기부터 집중 공급한다는 조건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박 시장은 선거 당시 “앞으로 임대주택은 민간의 참여를 적극 유도해 공급해 나갈 계획”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하지만 박 시장의 임기 2기가 시작된 후 임대주택 정책은 애초에 수립된 목표와 현실에서 시행되는 내용의 괴리로 인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됨과 동시에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치고 있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임대주택 8만호 공약에 ‘매몰’… 실적 부풀리기 의혹 제기

SH공사 사장 사퇴에 박 시장 개입 의혹도 ‘솔솔’

서울시는 지난 8월 6일 박원순 시정 1기 때 목표로 잡았던 ‘임대주택 8만 가구 공급’이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총 7만9795가구를 넘어 기존에 계획했던 7만9360가구를 초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시장 한편에선 박 시장이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공약으로 발표한 임대주택 8만호 공급이 순탄하게 목표에 도달했다는 것을 생색내기 위한 것이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기세를 이어 서울시는 ‘임대주택 8만가구 공급’ 정책을 올 상반기 중 완료하고 새롭게 임대주택 8만가구 공급을 2018년까지 완료하겠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박 시장의 임대주택 정책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첫 임기부터 지금까지의 임대주택 공급 정책이 실행되는 과정에서 묻혀 있던 문제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서울시가 발표한 임대주택 공급량 수치와 실제로 현장에 공급된 수치가 다르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되고 있다. 서울시는 2013년 7월 5만8001호를 공급했다고 밝혀 목표치인 8만호 대비 73%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실제 SH공사가 발주한 임대주택 물량을 토대로 집계된 수치는 4만3969호로 54%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20%포인트 가까이가 부풀려진 셈이다.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공급 물량 산정 방식인 ‘착공 이후 공급 물량 산정 방식’과 달리 ‘사업 인가 시점 기준 산정 방식’을 토대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또한 이렇게 공급 물량 산정 방식을 바꾼 이유가 박 시장의 공약 이행 치적을 높이려는 의도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급 물량 수치가 높으면 자신의 공약을 최대한 이행했다는 구실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시장이 비판을 받는 사안은 이것만이 아니다. 임대주택 정책 시행에 있어 ‘1등 공신’이었던 SH공사 이종수 사장 자진 사퇴와 관련해 박 시장이 압력을 행사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그동안 박 시장은 SH공사가 빚더미 위기에 처하는 등 재정 상황을 극복하지 못하는 상황을 놓고 빚 감축을 계속해서 주문해 왔기 때문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박 시장은 SH공사를 자신의 공약 이행을 위한 ‘도구’로 생각했다는 비판과 동시에 최근 정부에 손을 벌린 서울시 스스로를 돌아보지 못했다는 비판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정부가 임대주택이 들어서는 지구에 분양주택을 줄여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어 이로 인해 관련 지역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 관련 업계 종사자들의 다수 의견이다.

SH공사 임대주택 정책 담당자는 “공사가 진행되는 데 재원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며 “서울시로부터 차입금을 받아 공사를 진행하는데 최근 지원 금액이 점차적으로 축소되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 없는 밀어붙이기 식 공급에 민원 급증

대안사업인 ‘협동조합형 임대주택’ 공급도 ‘차질’

현재 서울시가 공사 중인 임대주택 지역은 대규모로 공사가 진행되는 ▲강서구 마곡동 ▲구로구 항동과 소규모로 분산돼 공사가 진행되는 ▲중랑구 신내동 ▲구로구 천왕동 ▲강서구 가양동 등이 있다. 대규모로 진행되는 2곳은 기존 계획과 달리 주거환경 및 주민 의사를 고려치 않은 설계 등으로 인해 최근 주민들의 반대와 민원 제기가 극심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박원순 시장의 임대주택 8만호 계획의 대부분이 강북 지역에 편중돼 있어 교통, 주변 환경 등이 매우 열악해 슬럼화가 예상되고 있다. 이로 인해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일종의 사회복지 차원에서 지원된 공공임대주택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지난해 9월 박 시장이 파산자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임대주택 중 하나인 긴급구조주택을 고가도로 밑에 건설하자는 주장에 대해 관련 업계로부터 소음과 대기환경, 사생활 침해 등 주거환경적인 면을 전혀 고려치 않았다는 질책을 받았던 경험이 있어 논란의 불씨가 더 커질 전망이다.

임대주택 전문가들은 임대주택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인해 주민들 사이에 ‘낙인’찍히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강서구청 임대주택과 관계자는 “서울시는 그동안 주거환경적인 면에서 주민들에게 좋은 점수를 얻지 못했으며 다양한 수요층의 필요를 충족해주지 못해 한계에 직면했다”며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주민 인식 개선과 함께 임대주택 공급에 있어 주거환경을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시가 대규모 개발 방식인 뉴타운사업의 부진을 해소해줄 대안으로 제시한 협동조합형 임대주택도 사정이 어렵기는 매한가지다. 강서구청 임대주택과 관계자는 “협동조합형 임대주택은 입주에 관심이 있는 주민들이 설계와 건축 과정 등에 자발적으로 참여해 임대주택의 질을 개선하자는 취지로 도입됐으나 현장에서 임대주택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해소되지 않고 있어 주민들의 인식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며 “협동조합형 임대주택이 건설 중인 가양동 공동 육아 주택협동조합과 중구 만리동 예술인 주택협동조합 등에서 주민들의 반대가 극심한 실정이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 입주를 목표로 사업이 진행 중이던 가양동 공동 육아 주택협동조합 사업 설명회는 주민 반대로 무산됐다. 나아가 강서구의회까지 나서 반대 입장을 표시하면서 현재는 공사가 완전히 중단된 상태로 알려졌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

정부 정책엔 수시로 반대하면서 필요할 땐 손 벌려

지난 9월 정부의 9·1대책에 대해 박 시장은 “지방정부와 사전 논의가 없었으므로 정부가 내놓은 재건축 연한 30년 단축(안)에 대해 동의하기 힘들다”며 “서울시는 40년으로 가겠다”고 못 박았다. 박 시장은 이어 “사실 중앙정부가 정책을 도입하면 지방정부가 시행해야 하는 방식이 다소 이해되지 않는다”며 “서울시가 현장에서 그동안 개선해 온 정책은 하나도 반영되지 않아 안타깝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후 두 달이 채 되지 않아 서울시가 정부에게 손을 벌리는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 8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임대주택 매입비 지불을 위해 국민주택기금 1000억원을 국토교통부에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시는 재개발 임대주택 매입에 투입되는 국비 지원금도 가구당 5400만원으로 상향해줄 것을 요청했다. 현재 재개발 임대주택 매입에 들어가는 국민주택기금 보조금은 가구당 3500만원으로, 이번 요청은 실 매입비 1억8000만원의 19% 수준에 불과한 실정을 타개하기 위해서다. 서울시가 이러한 행보를 보이는 이유는 재개발 임대주택 정책 시행 중 예산 부족으로 매입비용 지급이 늦어지는 등 공급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로써 박 시장은 정부가 손을 내밀 때는 거부하고 자신이 궁지에 몰릴 때만 도움을 구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서울시 주택건축과 관계자는 “올해 국비 126억원을 포함한 약 2200억원을 재개발 임대주택 매입 예산으로 편성했지만 최소 730억원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시는 내년에도 1000억원 이상의 지원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서대문구 가재울뉴타운4구역은 지난 7월 조합과의 임대주택 매입 계약 이후 계약금 지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시 조례와 매매계약서 모두 계약 체결 시 매입 가격 총액의 20%를 계약금으로, 중도금은 공정률에 따라 매입 가격의 60%를 4회에 걸쳐 분할 지급토록 명시돼 있지만 예산상의 이유로 지급이 늦어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와 관련해 서대문구청 관계자는 “예산 부족으로 인해 재개발 임대주택 매입·공급에 심각한 차질 발생해 재개발 조합으로부터 민원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부족한 예산에 대한 기금 융자와 국비 지원 기준 상향 등 서울시에 협조를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지원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원래 재개발 임대주택도 국민주택기금 융자 대상이지만 서울시는 1995년부터 2001년까지만 융자를 요청했다”며 “최근 재개발사업이 진행되는 곳이 많아 내년부터 다시 융자를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미 내년도 국민주택기금 운용계획을 수립한 이후이기 때문에 지원이 어렵다”고 난색을 표했다

서울시는 앞으로 건설형이 아닌 매입형 위주로 임대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반면 정부는 재개발 임대주택 공급 비율 완화를 추진 중이라 시 입장에선 원활한 임대주택 공급을 위해선 매입비 확보가 시급한 실정이다.

하지만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식의 행태로는 이 같은 목표 달성은 어려워 보인다는 게 유관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한 도시재정비업계 관계자는 “현 상황은 재건축 연한 단축, 재건축 소형주택 의무건설 비율 폐지, 재개발 임대주택 공급 비율 완화 등에서 정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서울시가 박 시장의 공약을 이행키 위해 국토부에 손을 벌린 모양새”라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일엔 훼방을 놓으면서 자기가 필요할 땐 손을 내미는 상황에서 정부가 덥석 그 손을 잡을지 의문인 만큼 서울시가 이제까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6·4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뒤 한 말이다. 실제로 박 시장은 자신의 정치 행보를 성장 논리보다 사회적 약자를 우선시한 정책을 내세운 결과 친 서민적 시장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이에 박 시장은 서민 지지층의 신뢰를 확보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유준상 기자  Lostem_bass@naver.com

<저작권자 © AU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유준상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