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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자·대형 아파트 없는 부동산 대책 뒷심 있나“굵은 장작 없이 나뭇가지만 갖고 불 피우는 꼴”

   
▲ 강남의 대표적 대형 아파트인 압구정동 구현대아파트 단지 내 전경

[아유경제=김정우 기자]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새 경제팀이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한 대책을 연달아 내놓으면서 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났지만 분양·재건축 시장과 중소형 주택을 중심으로 움직임을 보일 뿐 ‘뒷심’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 관련 업계와 전문가들은 지금이 시장 활성화를 위한 ‘골든타임’이며 과열기에 도입된 규제의 ‘대못’들을 뽑아야 할 시기라고 강조하고 있다. 덧붙여 이제 겨우 피어오르기 시작한 시장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서는 국회에 계류 중인 관련 법안들의 조속한 처리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은 반복적으로 지적되고 있다. 관련 법안 개정 등이 늦어지거나 무산되면 시장의 실망이 더 커져 모처럼의 기대감이 아예 얼어붙어 버릴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기존 주택 시장 활성화에는 힘을 실어주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목돈’이 묶여 있는 대형 아파트 및 다주택자 시장까지 온기가 퍼지지 않아 애써 피워 놓은 주택시장 활성화의 불씨가 굵은 장작까지 옮겨 붙지 못하고 연기만 피우다 꺼질지도 모른다는 지적과 이에 대한 후속 조치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약발’ 떨어지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
분양·재건축 ‘들썩’, 기존 주택 ‘시큰둥’

지난 9월 1일 정부가 발표한 ‘규제 합리화를 통한 주택시장 활력 회복 및 서민 주거 안정 강화 방안(이하 9·1대책)’은 재건축 연한을 현행 40년에서 30년으로 단축하고 「택지개발촉진법」을 폐지해 신도시 형태의 대량 주택 공급을 중단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청약 1순위도 2년에서 1년으로 단축하고 재개발·재건축사업의 임대주택 의무 비율은 최대 5%포인트 인하했다.

이는 최 부총리가 지난 7월 내정된 직후 “한여름에 겨울옷을 입고 있는 격”이라며 부동산 시장 과열 시기에 생겨난 규제의 완화 의지를 강력하게 표명하고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를 단행한 데 이은 추가적인 조치였다. 그만큼 시장에 온기를 더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졌고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로 화답해 수요자들의 주택 구매를 위한 여건은 충분히 마련된 상황이 됐다.

하지만 재건축 연한 단축의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일부 지역의 아파트 시장이 들썩인데 반해 기존 주택 거래 증가는 신통치 않다는 분석이 이어졌고 여기에 관련 법안 처리 등의 후속 조치가 지연되면서 정부 대책의 ‘약발’이 떨어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최 부총리는 지난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주택시장 정상화 과정에도 불구하고 최근 언론들이 시장 침체 등 사실과 다른 보도를 한 경우도 있었다”며 “실제 상황이 정확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각 부처가 챙겨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최 부총리의 말처럼 주택 시장 정상화 과정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관련 법안 처리 외에도 필요한 후속 조치들이 남아 있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견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9·1대책의 핵심을 공급은 줄이고 수요는 늘려 수급 불균형을 줄이겠다는 것으로 해석한다. 2008년부터 지속된 공급 과잉이 시장 침체 장기화의 요인이라는 분석에서다. 신도시 건설 중단 결정은 정부 주도 주택 공급 패러다임을 민간 주도 개발 방식으로 전환하기로 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으며 재건축시장 규제를 완화하기로 한 것도 정부의 강한 시장 활성화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기존 주택 거래 활성화를 유도할 뚜렷한 대책이 부족하다는 언론의 지적이 이어졌다. 주택시장을 구매 대상 종류별로 크게 나눠보면 분양시장, 재개발·재건축시장, 기존 주택시장으로 볼 수 있는데 이 중 기존 주택시장의 거래가 끊기면서 공인중개사사무소, 인테리어업체, 이사업체 등 관련 산업까지 침체시키는 문제가 이어져 왔다. 그만큼 폭발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재건축시장 활성화를 넘어 기존 주택시장 활성화도 중요한데 이를 위한 대책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9·1대책이 발표된 9월 3주차 KB국민은행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서울 아파트 값은 평균 0.15% 오른 데 반해 재건축 기대감이 높은 목동과 강남3구의 상승폭은 ▲양천구 0.48% ▲강남구 0.34% ▲서초구 0.27% ▲송파구 0.22%로 눈에 띄게 높아 기존 주택시장보다는 재건축시장을 중심으로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평가됐다.

매일경제는 9월 2일자 사설을 통해 수요가 분양시장으로 지나치게 쏠리게 되면 투기장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며 임대주택사업자 요건을 과감하게 풀어 기존 주택 거래도 탄력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양도소득세(이하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나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는 다주택자에게 과도하게 불리한 역차별이므로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앙일보도 같은 달 22일자 기사에서 기존 주택시장을 활성화할 규제 완화책이 딱히 없다고 지적하고 기존 주택시장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없으면 모처럼 붙은 불이 금세 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과열기에 도입된 조치에 대한 ‘비정상의 정상화’ 필요
다주택자 ‘투기꾼’ 아닌 ‘민간 임대주택 공급자’로 인식해야

이처럼 업계와 언론이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과세를 문제시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의 정상화 차원뿐만 아니라 갈수록 심각해지는 임대시장 문제 해소 차원의 이유도 있다. 주택산업연구원 등에 따르면 2010년 말 기준 우리나라 주택 임차 수요는 726만 가구가 넘지만 순수 임대주택은 140만 가구에 불과해 나머지 공급은 임대사업자로 등록되지 않은 다주택자들에게 의존하고 있는데도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로 소규모 임대사업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우리나라 임대시장의 대부분을 민간이 책임지는 상황에서 다주택자에게 징벌적인 과세를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종부세나 장기보유특별공제로 현재 1주택자가 주택을 장기 보유하면 양도 차익의 80%까지 공제받지만, 2주택자부터는 30%로 제한돼 있으며 1주택자(9억 원 이상)에 비해 다주택자(6억 원 이상)의 종부세 과세 기준이 확연히 불리해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도 이 같은 지적에 부합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미 정부는 올해부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50~60%) 폐지와 취득세 차별 폐지 등 다주택자들이 주택을 거래할 때 추가로 내야 했던 세금을 감면해주는 정책 등을 연이어 내놓은바 있다. 또한 지방선거 이후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이 “보유 주택 수에 따라 차별을 두는 것이 적절한지 전체적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밝히고 이미 발표된 청약제도 개편을 비롯해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와 를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일련의 기조에 대한 정부의 명분은 ‘비정상의 정상화’다. 부동산 과열기에 도입된 징벌적인 조치인 만큼 제자리로 돌려놓을 필요가 있다는 논리다. 이를 바라보는 시장에서는 정부의 정책들이 다주택자들의 투기적 수요에 대한 ‘구애’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있는 반면 주택시장 활성화를 위해 투자자들의 자금도 함께 유입돼야 한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다주택자를 ‘투기꾼’이 아닌 ‘민간 임대주택 공급자’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대형 아파트에 묶인 뭉칫돈 끌어내야
소유주들 “사실상 거주·이전의 자유 없다”

주택시장 활성화를 위한 자금 유인을 위해서는 다주택자들의 투자뿐 아니라 현재까지 중소형에 비해 별 움직임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대형 아파트 거래 활성화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서울 강남권 대형 아파트들의 경우 거래가 뜸한 지금도 수십억 원을 호가하는 만큼 ‘큰손’들의 뭉칫돈이 묶여 있다고 볼 수 있으며, 이 돈이 풀리지 않는 한 시장 활성화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이유도 역시 세제 부담이 첫째로 꼽힌다. 정부의 양도세 중과세 폐지 등 완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양도세·취득세 등의 거래 비용 부담을 적잖이 느끼고 있다는 소유주들이 많다. 뿐만 아니라 대형 아파트 소유주 중 다수가 다주택자인 현실에서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이 제한적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실제로 시세가 수십억 원에 달하는 강남의 대형 아파트 2채를 10년 이상 가지고 있는 한 집주인은 “종부세 등이 부담돼 살고 있는 집을 팔고 싶어도 양도세, 취득세 부담이 너무 크다”며 “집주인들 사이에서는 이사 한 번 잘못하면 망할 수도 있어 사실상 거주·이전의 자유가 없는 것 아니냐는 농담 아닌 농담마저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인 경기 침체와 대형 아파트 소유주들에 대한 무거운 과세 등으로 집주인들의 현금 유동성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태에서 대형 아파트 소유주들이 ‘하우스푸어’로 전락하고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국민 가계 부채 증가의 위험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하고 “중소형 아파트 거래만 이뤄지고 정작 목돈이 몰려 있는 대형 아파트 거래를 활성화시키지 못한다면 굵은 장작 없이 나뭇가지만 갖고 불 피우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집을 내놓으려는 소유주들은 거래세 부담에 선뜻 거래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자금 여유가 있는 수요층도 종부세와 재산세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대형 아파트를 구매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또 다른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주택을 많이 보유했다고 재산세 외에 종부세를 추가로 내야 하는 상황에서 여유 계층이 주택에 투자할 이유를 못 느끼고 있다”며 “거래 활성화와 민간 임대주택 물량 공급을 위해서 다주택자들을 장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주택 가격을 지속적으로 치솟게 하던 요인들이 사라지고 있는 지금 상황은 투기 과열을 걱정하기보다는 규제를 과감히 철폐하고 시장 논리에 맡겨야 한다는 지적인 셈이다. 9·1대책의 약발이 떨어지자 ‘여의도’만 바라보고 있는 정부가 이제까지의 정책 방향에서 고개를 돌려 대형 아파트와 다주택자를 위한 정책을 내놓을 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김정우 기자  chemicalli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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