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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발 다한 9ㆍ1대책… 市場, 정책 발표 전으로 후퇴

   
▲ 부동산시장 활성화 방안을 담은 이른바 9・1대책의 약발이 떨어지면서 강남 등 주요 재건축 단지의 집값이 급락했다.

[아유경제=고수홍 기자] 정부는 부동산시장 활성화 방안을 담은 이른바 91대책 이후 거래가 늘어나는 등 시장이 일부 회복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정책을 뒷받침해야 할 국회의 늑장 처리와 일선 지자체의 반발 등으로 실기(失期)하면서 100일 만에 약발이 사라졌다.

정부, 시장 회복 ‘공치사’… 현장 분위기는 ‘싸늘’
거래 급감으로 집값은 ‘우수수’, 전셋값은 ‘고공행진’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 서승환 장관은 지난 16일 코레일 사옥에서 열린 송년 기자 간담회에서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91대책으로 주택 거래량이 늘어나 시장이 정상화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이 자리에서 서 장관은 “올해 91대책 등 부동산시장 활성화 정책으로 가격이 어느 정도 안정됐고 거래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시장 기능이 회복됐다고 생각한다”며 “11월까지 주택 거래량이 91만4000건을 기록해 통계를 만들기 시작한 2006년(108만 건) 이후 두 번째로 100만 건을 돌파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지난 10일 낸 보도 자료에서도 11월 전국 주택 매매 거래량이 9만1000건을 기록, 전년 동월에 비해 7.2% 늘어나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발표했다. 올 1월부터 11월까지 누계 거래량이 91만4000건을 기록하며 부동산 거래가 뜨겁던 2006년 거래량(94만4000건)과 비슷한 수치를 보인 것이 시장이 점차 살아나고 있다는 증거라는 얘기였다.

정부의 이 같은 평가와 달리 시장 안팎의 반응은 싸늘하다. 체감온도는 차갑다 못해 얼기 일보 직전인 상황이다.

올해 11월 전국 주택 거래량은 전년 동월에 비해서는 늘었지만 한 달 전인 지난 10월과 비교했을 때는 16.8%나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서울 강남 3구(강남ㆍ서초ㆍ송파구)의 거래량은 26.7%가 급감했으며 수도권과 지방은 각각 19.5%, 14.1%가 감소했다. 목동신정동 등 재건축 유효 단지가 밀집한 양천구의 거래량도 완전히 얼어붙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양천구 아파트 거래는 9월 352건을 기록한 이후 10월 562건으로 정점을 찍었다가 11월 355건으로 주저앉았다. 이달 거래량(12월 21일 기준)은 187건을 기록하고 있다. 목동의 경우 지난 10월 191건이었던 것이 11월 106건으로 급감했다. 이달(21일 기준) 거래량은 65건에 그쳤다. 신정동의 경우도 10월 266건이었던 것이 11월 168건으로 급감했으며 이달 83건을 기록 중이다.

목동과 신정동 일대 재건축 단지는 91대책의 대표적인 수혜 단지로 한 달 만에 호가가 5000만 원에서 1억 원 가까이 치솟았다. 하지만 부동산시장이 다시 얼어붙으면서 외려 높아진 호가 때문에 거래량이 끊기는 역효과를 보고 있다.

강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는 7월 이후 부동산 규제 완화와 재건축 기대감에 매매가격이 상승했지만 최근 급락했다. 지난 9월 7억2000만 원에 달하던 개포주공1단지 전용면적 42㎡ 매매가는 두 달 만에 5000만 원 가까이 하락했다. 재건축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전용면적 76㎡의 호가가 9억1000만 원까지 올랐다가 최근 8억6000만 원까지 떨어졌다.

침체 조짐은 신규 분양 아파트에도 번지는 양상이다. 올해 분양시장에서 인기가 높았던 위례신도시 아파트 분양권 시세는 최근 반 토막이 났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값은 최근 2주 연속 보합세를 기록했다. 강남구에 소재한 일부 공인중개업소들은 거래가 끊기면서 폐업한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전셋값은 계속해서 서민들의 어깨를 무겁게 하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전국 평균 전세가는 ㎡당 12월 현재 235만 원으로 지난 10월에 비해 3만 원이 올랐다. 서울은 현재 평균 전세가가 ㎡당 400만 원대다. 지난 9월에 비해 10만 원가량 오른 금액. 서울 강남 3구의 ㎡당 전세가는 ▲강남구 591만 원 ▲서초구 586만 원 ▲송파구 513만 원으로 최고액을 경신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전국 전세시장은 갑자기 불어닥친 한파에 상승 폭은 줄었지만 국지적으로 여전히 매물이 부족한 가운데 오름세가 이어졌다. 서울은 전주보다 0.12% 상승했고 경기ㆍ인천도 0.05% 뛰었다. 신도시는 0.02% 올랐다. 신도시에서는 전세 매물 부족과 함께 강추위 탓에 수요도 많지 않은 등 얼어붙은 현재의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정부와 국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91대책과 함께 모처럼 활기를 띠었던 부동산시장이 정부와 국회의 미온적인 대응으로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는 분석이다. 부동산업계 전문가 A씨는 “부동산 전반적인 정책에 대한 실망감이 나타나고 있고 그에 따른 정책 불확실성이 나타나면서 거래가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침체된 부동산시장을 부양시켜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이른바 '부동산 3법'이 국회의 벽에 막혀 실기했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회 벽에 막힌 ‘부동산 3法’… ‘초이노믹스’ 와르르
부동산으로 경기 부양 꿈꿨던 최경환號 힘 빠졌나?

9ㆍ1대책의 약효가 100일 천하로 막을 내리면서 지난 7월 출범한 새 경제팀을 불신하는 시선도 늘고 있다. 정책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는 이른바 ‘골든타임’을 놓친 데에는 최경환호(號)의 책임도 없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박근혜 2기 경제팀으로 경기 활성화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기대를 모았던 최경환호는 출범 초기와는 달리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지난 7월 출범 당시 최경환호는 경기 부양 주요 목표 중 ‘주택시장 정상화’를 내세우며 금융 시스템 부실화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 LTV(담보인정비율)과 DTI(총부채상환비율) 등 주택 대출 규제를 완화하고 91대책을 발표했다.

시장은 최 부총리의 적극적인 부양 의지에 반응하며 초기 반짝 활발한 모습을 보였지만 91대책을 지원해야 할 관련 법제 개선이 국회에서 발목을 잡히면서 최근에는 최 부총리의 모습을 찾기 힘들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국회의 처리가 절실한 ‘부동산 3법(▲「주택법」 일부 개정안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 일부 개정안)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폐지안)’의 처리가 늦어지면서 부동산 경기 부양을 통한 경제 활성화로 요약되는 ‘초이노믹스’는 직격탄을 맞았다.

이 3개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 가장 큰 이유는 여야의 시각 차이 때문이다. 부동산 3법에 대한 여당의 시각은 ‘민생’, 야당의 시각은 ‘부동산 투기’로 엇갈리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 3개 법안 처리에 대체적으로 찬성하고 있다. 분양가상한제 탄력 운용으로 주택 공급 활성화가 기대된다는 정부 입장에 동조하고 있으나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권은 분양가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 법안의 경우 조합원의 수입 증대로 이어져 재건축 활성화가 이뤄진다는 취지로 여당은 찬성하고 있지만 야당은 재건축 유효 단지가 밀집한 강남권만 수혜를 볼 수 있고 투기가 조장될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재건축 조합원 다주택 공급 허가 방안 역시 재건축을 촉진시킨다는 명목으로 여당은 찬성, 야당은 투기 조장과 다주택자 수혜 법안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부동산 3법에 대한 여야의 의견이 갈리면서 법안 처리가 늦어졌다. 이로 인해 예상되던 수혜도 사라졌다. 정책 기대감으로 상승 혹은 반등하던 집값은 9ㆍ1대책 이전으로 회귀했다. 실망감 탓에 일부 단지에서는 그 이전보다 가격이 더 떨어졌다.

여야 연내 처리 합의했지만… 업계 “정책 실효성 확보 위한 ‘골든타임’ 놓쳤다”

지난 23일 여야가 부동산 3법의 연내 처리를 합의했지만 이미 실기했다는 평이 많다. 그나마 주택법과 도정법 개정이 이뤄질 경우 분양가상한제의 탄력 적용이 가능해지고 다주택 보유 조합원이 다수의 신규 주택을 분양받을 수 있게 돼 시장에 숨통을 틔어줄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여야가 합의한 내용에 따르면 분양가상한제는 공공 택지에만 적용된다. 민간 택지에는 탄력 적용돼 사업시행자의 운신의 폭을 넓혀주기로 했다. 기존 보유 주택 수만큼 신규 주택을 분양받을 수 있도록 하는 문제는 1인당 최대 3가구로 제한하기로 합의가 이뤄졌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는 폐지 대신 제도 적용을 3년 유예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정부와 여당은 부동산 3법을 처리하는 대신 야당이 요구해 온 서민 주거 안정 방안을 일부 수용하기로 했다. 야당이 강하게 요구했던 ‘전세계약갱신청구권’의 경우 주거복지기본법 제정과 전월세분쟁조정위원회 설치를 약속하는 선에서 접점을 찾았다. 전월세 전환율 상한선도 연 8%에서 6%로 인하됐다.

하지만 이른바 ‘정윤회 문건’에서 비롯된 비선 실세 의혹과 통합진보당 해산 후폭풍 등으로 여야가 대치 형국에 접어들 수 있어 연내 처리가 무산될 수도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조금이라도 시장 활성화가 되기 위해서는 부동산 3법의 연내 처리가 꼭 필요하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업계 전문가 B씨는 “최근 분양시장을 중심으로 보이고 있는 주택시장 활기를 내년 이후로 이어 가려면 부동산 3법의 시행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부동산 불패’ 인식이 변함에 따라 활성화 법안이 시행되더라도 과거와 같은 집값 폭등 우려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은 집값 폭등을 걱정하기보다 일본과 같은 장기적인 부동산 경기 침체를 걱정해야 할 때”라며 “부동산 3법의 처리 지연으로 9ㆍ1대책의 실효성을 충분히 누릴 수 있는 이른바 ‘골든타임’을 놓친 만큼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오는 29일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가 합의 사항을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수홍 기자  skyclub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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