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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경제_기자수첩] 여행 없는 시대

[아유경제=고상우 기자]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봄이 봄 같지 않은 시절이다. 해외여행은 언감생심이고, 국내에서 나들이를 나서는 것조차 주저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1주일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일평균 500명대로 올라섰다. 이미 ‘4차 대유행’이 진행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일상을 견디고 유지할 수 있으려면 때때로 일상을 탈피하는 순간도 주어져야 한다.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의 생활을 쉼 없이 이어가기란 너무 고달픈 일이다. 가끔은 시골의 느리고 한적한 리듬이, 자연의 변치 않는 풍경이 필요하다.

이런 간절한 요구도 1년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 유행 앞에서는 사치로 여겨지고 만다. 일을 피해 나온 겨우 여행지에서도 인파를 피해 다니는 것이 하나의 ‘일’이 되고 만다. 좀처럼 승용차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는 경우도 많다. 마스크를 쓴 채로 이 곳 저 곳을 두리번거리는 상황은 여행이라기 보단 피신에 가깝다. 결국 이번 봄에도 일상의 덫을 빠져나오기 힘들게 된 셈이다.

김영하 작가는 에세이 ‘여행의 이유’에서 자신이 호텔을 좋아하는 이유로 ‘타인의 모든 흔적이 지워진 공간에 들어설 수 있다는 점’을 꼽는다. 집은 익숙하지만, 그만큼 권태로 가득하다. 반면 여행지의 숙소는 나 자신이나 동거인의 체취가 없다. 이러한 무색무취의 공간에서는 모든 것이 생경하다. 그렇게 스스로를 낯선 곳에 둠으로서 익숙한 것으로부터 벗어나 세상을 좀 더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을 얻게 된다.

그만큼 여행 없는 삶은 단순히 답답함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그것은 상상력이 제약되고 여러 감각이 세계로부터 차단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와 다른 언어와 관습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점을 잊게 만들고, 세상의 다양함과 풍부한 문화를 공유하지도 못하게 만든다. 소통의 즐거움, 새로운 것을 접하고 배우는 기쁨, 서로 마주보며 웃는 행복감이 그리워진다.

수년이 지난 후에는 이 코로나19 팬데믹 시대가 어떻게 기억될까. 어쩌면 여행이 없는 시대, 그래서 여행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된 시대로 기억될 것이다. 사람이 비좁은 곳에 갇혀 왜소해지고 만 시대, 그만큼 밖으로 한 발이라도 더 내딛고 싶은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고상우 기자  gotengj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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