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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경제_특집] ‘재건축 2년 실거주’ 의무화 지지부진… 시장 혼란 가중
▲ 정부가 ‘재건축 2년 실거주’ 의무화를 시행하겠다고 밝혔지만 관련 절차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어 시장에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사진=아유경제 DB>

[아유경제=서승아 기자] 정부가 아파트 투기 수요 차단을 위해 ‘재건축 조합원 2년 실거주’를 의무화하겠다고 했지만 1년째 국회에서 뚜렷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어 시장 혼란만 부추겼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시행 여부 여전히 ‘오리무중’… 재건축 단지들 잇따라 ‘속도전’

지난 22일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아파트 투기 세력을 막기 위해 조합원이 분양권을 받기 위해서는 2년간 실거주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6ㆍ17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같은 해 9월에는 같은 내용을 담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개정안도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 한 바 있다.

그런데 업계 관계자들은 해당 법안이 지난해 11월 국토교통위원회(이하 국토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약 1년이 지난 지금도 절차를 통과하지 못해 계류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그 이유는 야권에서 실거주 요건 적용 시 서울 전ㆍ월세난이 심화할 것이라며 법 개정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이어진다. 또 여권 내부에서도 해당 규제로 세입자 피해가 늘었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법안을 통과시키기 부담을 느끼는 모습이다.

조응천 의원실 관계자는 “법안심사소위에서 논의됐지만 여ㆍ야 간 의견 충돌로 통과되지 못했다”라며 “향후 언제 논의가 다시 이뤄질지는 정해지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15일 열린 국토위 법안심사소위에서도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 공급 획기적 확대 방안(이하 2ㆍ4 대책)’의 핵심인 공공 직접시행 도시정비사업(이하 공공직접시행)을 도입하는 내용의 도시정비법 개정안이 안건으로 올랐지만, 조합원 2년 실거주 의무화를 담은 도시정비법 개정안은 언급되지 않았다.

국토위 법안심사소위는 2ㆍ4 대책에서 제시한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등의 토지등소유자에 대한 우선 공급권 기준 시점을 대책 발표 다음 날인 2월 5일에서 법안의 국회 본회의 의결일로, 판단 기준은 매매계약 체결에서 이전 등기 완료로 수정했다. 이달 말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이때까지 주택을 신규로 구입해 이전 등기를 마치면 분양권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이는 도심 공공주택 복합개발 사업 추진 과정에서 주민 반발을 줄이기 위해 도입됐다.

이와 함께 국토부는 도시정비법을 지난해 말까지 개정하고 통과 후 3개월 이내 조합이 설립되지 않은 단지들부터 시행할 계획을 밝혀 시장도 올해 재건축 조합원 실거주 2년 의무화가 본격적으로 시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재건축 조합원 실거주 2년 의무화 규제 시행 이전부터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조합설립인가를 받는 등 속도전에 돌입하면서 사업 대상 아파트 집값이 뛰자 업계 전문가들은 규제의 역설이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들은 재건축 조합원 실거주 2년 의무화를 피하고자 사업에 속도를 더했다. 대표적으로 강남구 개포주공 5ㆍ6ㆍ7단지 재건축, 서초구 신반포2차 재건축과 방배신동아 재건축, 송파구 한양2차 재건축 등이 최근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이에 재건축 조합원 실거주 2년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시장의 부작용이 크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올해 2ㆍ4 대책을 발표하면서 새로 도입하는 공공직접시행 중 재건축사업은 조합원 실거주 2년 의무화를 면제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이는 정부가 아직 후속 법안이 통과되지 않아 법제화가 이뤄지지 않은 규제를 피해 갈 수 있도록 길을 터준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2ㆍ4 대책에서 제시한 공공직접시행업은 조합이 필요 없고 관리처분인가 절차가 생략돼 기존 재건축사업과 근본적으로 달라 조합원 2년 실거주를 의무화하지 않았다”라며 “6ㆍ17 대책에서 발표한 규제를 면제해 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 신반포2차 재건축 조감도. <출처=서울시 재개발ㆍ재건축 클린업시스템>

폐지 목소리 ↑… 업계 “전ㆍ월세난 심화될 것”

업계 일각에서는 재건축 2년 실거주를 의무화를 시행할 경우 전ㆍ월세난이 심각해질 수 있어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6ㆍ17 대책에 따르면 재건축 아파트의 입주권을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2년 이상 실거주를 해야 한다. 이 요건을 채우지 못하면 시장 가격도 아닌 감정평가 가격으로 현금청산을 받게 된다. 문제는 집주인들이 실거주를 위해 세입자에게 퇴거 요청해 저렴한 전셋집에서 내몰려 갈 곳을 잃은 전세 난민들이 대거 속출한다.

준공된 지 오래된 재건축 단지들은 보통 전세가가 주변 시세보다 30% 이상 저렴하다. 집주인의 실거주로 전셋집에서 쫓겨난 세입자들은 기존 보증금으로는 근처 전셋집을 구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전세가가 더 싼 외곽지역이나 인근의 오피스텔, 빌라 등으로 떠나게 된다.

투자 목적으로 재건축 아파트를 사들이는 갭투자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하려 한 재건축 2년 실거주가 되레 전세난의 원인이 돼 본래 취지에 어긋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해당 법안이 통과되고 시행에 돌입한다면 민간 재건축사업에만 조합원 실거주 2년 의무화가 적용돼 형평성 문제가 커질 것”이라며 “조합원이 실거주를 내세워 세입자를 내보내는 부작용도 생길 텐데 이에 따른 전ㆍ월세 혼란이 늘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유관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가 재건축 조합원 실거주 2년 의무화 규제를 실질적으로 시행할지에 대한 의구심도 나타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지난해 6월에 나온 규제책을 현재까지 국회 문턱도 넘지 못했다”라며 “대선도 얼마 안 남은 시점에서 정부가 실질적으로 시행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해당 법안이 계속 계류 중이라 시장도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개정안 통과 전까지 조합 설립 신청을 마칠 경우 예외적으로 실거주 요건을 적용받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재건축 초기 단계 단지들은 더욱 사업 추진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중랑구 소재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투자 문의가 들어와 매물을 소개하고 난 뒤 재건축 시행 방식이 공공직접시행이 아니면 실거주 요건을 또 채워야 한다더라”면서 “그래서 법을 시행하겠다는 건지 안 하겠다는 건지 빨리 결정을 내렸으면 좋겠다. 규제도 워낙 많고 비슷한 정책이 잇따라 섞여 업계 종사자들도 대비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거래를 막는 규제로는 시장 불안을 잠재우기 힘들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도시정비업계 전문가는 “시장에 혼란을 더하는 점이 가장 나쁘다. 재건축 2년 실거주 의무화를 도입하는 것은 과열 양상을 한시적으로 잠재우는 효과를 거둘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여당의 판단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후속 절차도 잘 이뤄지지 못하면 이도 저도 아닌 불안한 상황만 이어질 것”이라며 “거래가 자유로워야 하는데 규제로 인해 거래가 원활하지 못하면 그에 따른 사회적 기회비용이 엄청나게 발생한다는 걸 인지해야 한다”라고 꼬집었다.

▲ 업계 일각에서는 재건축 2년 실거주 의무화를 시행할 경우 전ㆍ월세난만 가중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사진=아유경제 DB>

서승아 기자  nellstay8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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