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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는 정비사업계의 ‘마이너스의 손(?!)’

LH는 정비사업계의 ‘마이너스의 손(?!)’

[아유경제=정혜선기자]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가 시행하는 정비사업 중 제대로 진행되는 곳을 찾기가 어려워지면서 이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사업성 부족을 이유로 사업에서 발을 빼거나 방치하고 있는 데 대해 해당 지역 주민들은 “LH가 ‘방만경영’ 행태는 개선하지 않고 애꿎은 정비사업 핑계를 대며 사업시행자로서의 역할과 책임은 망각, 해당 사업을 망치고 있다”며 비판한다.

빚내서 호화 사옥 지으면서 ‘성과급 잔치’… 혈세 ‘펑펑’
임직원 위기의식 부족… 근본적인 체질 개선 시급
 

LH는 빚을 내 455억원짜리 건물을 지었다. 하지만 이 건물을 5년째 놀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2일 LH공사 광주전남본부에 따르면, 이 건물은 지난 2009년 토지공사와 주택공사가 통합되면서 주공 광주전남본부 사옥으로 지정됐다.

지하 2층~지상 13층 규모인 이 건물의 매각가는 455억8820만원으로 책정됐다. 하지만 준공 후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주인을 만나지 못해 임대된 7~9층, 12층을 제외한 건물 전체를 놀리고 있다. 이에 LH 광주전남본부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지역 관공서, 공공기관, 기업 등은 물론 부동산중개업소를 상대로 매각 노력을 기울였으나 매매가가 높고 덩치도 커서 쉽게 매각이 되지 않는다. 올해도 매각을 위한 노력을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고 밝혔다. LH는 성남 분당 사옥(7만200㎡)도 매각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경남진주혁신도시에는 두 배 규모의 호화로운 청사를 건설비용의 45%를 빚을 내 지은 전례가 있다.

이처럼 기존 사옥이 매각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또다시 빚을 내 새 건물을 짓는 등 LH의 안일한 경영 행태는 업계의 빈축을 사고 있다. 이외에도 LH가 임직원들에게 성과급을 과도하게 지급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LH는 지난 5년(2008~2012년)간 부채가 56조원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2011년부터 작년까지 해마다 약 900억원씩 성과급을 지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때문에 LH 임직원들의 위기의식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LH 관계자는 “공기업 성과급은 격려금 차원으로 지급하는 것이다. 성과 보수로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경영성과 평가결과에 따라 지급하는 급여 성격의 상여금이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LH를 비롯한 공기업들의 천문학적인 부채나 방만한 경영 실태는 해마다 꾸준히 지적됐지만 이에 대한 개선책이 미비하다”며 “부실의 원인을 짚어 보고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하지 않으면 그 부담은 국민의 몫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LH가 사업시행자로 있는 성남 신흥2구역의 모습


사업성 부족·경기침체 등 이유로 주민 뜻 외면

빚을 내 호화 사옥을 지은 LH는 사업성·자금 부족을 핑계로 시행이 시급한 정비사업은 방치하거나포기해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LH는 성남 2단계 재개발 이주단지로 조성된 판교 백현마을 4단지를 일반 공급으로 전환한 데에 이어 3단지도 일반 공급으로 전환했다. 해당 단지는 성남 2단계 재개발사업의 순환이주용 주택으로 건설됐으나 사업이 지연되면서 준공 후 4년이 지난 지금까지 비어 있는 상태다.

LH는 재개발사업 과정에서 미분양 발생 시 일반분양분의 24%를 성남시가 인수해 주는 지원 대책에도 불구하고 최근 재개발사업 시공자 선정이 무산되자 더는 이주단지를 방치할 수 없다며 이를 강행했다. 이에 성남 2단계 재개발사업 구역 내 세입자와 권리자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지난 11일 오전 성남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LH는 지난 4년간의 재개발사업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주민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며 “공적 책무를 망각한 LH는 이주대책을 일방적으로 중단하고 ‘도급제방식’이 아닌 자신의 책임을 시공자에게 전가하는 ‘민관합동방식’으로 변형시켜 재개발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한 “LH가 일방적인 ‘독재행정’을 하지 않았다면 현재 백현3·4단지는 공가로 방치되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1000억원에 달하는 혈세 낭비 또한 없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이후 성남 2단계 재개발지역 비대위는 성남 시민 10만인 서명운동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성남 2단계 재개발사업과 마찬가지로 LH가 사업시행자임에도 이를 제대로 추진하지 않아 논란이 된 대표 사업이 안양 덕천마을 재개발사업이다. 안양 덕천마을 재개발지구은 2006년 9월 재개발 정비구역으로 지정·고시됐다. 2011년 12월부터 이주를 시작해 현재는 233가구만 남아 있다. 하지만 보상 지연 등으로 사업이 1년 넘게 방치되면서 강력 범죄 및 청소년 탈선 등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법의 사각지대로 전락했다.

LH가 고용한 관리업체 직원 10명이 5명씩 주야간으로 순찰을 하고 있지만 부족한 인력 때문에 빈집까지 모두 확인하지 못하고 차량으로 순회하는 수준이다.
또한 인천시와 LH가 공동 시행하는 ‘원도심개발사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곳이 ‘루원시티’다. 이 사업은 인구 3만명이 살던 인천 서구 가정오거리 일대를 철거하고 아파트 1만1200여가구를 포함한 첨단입체복합도시를 건설하는 내용의 사업이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와 함께 사업이 지연되고 사업성이 저하되면서 개발 계획 콘셉트를 변경한다는 이유로 오래전부터 방치됐다. LH는 사업성 제고를 위한 ‘사업 추진 전략 수립 연구 용역’을 진행했으나 작년 11월부터 중단됐다.

이에 대해 LH 관계자는 “장기 미분양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면 더 큰 사업 손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서두르기보다는 상황을 보면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천시는 “시간이 지날수록 사업비 이자 부담이 늘어나고 있어 경기가 풀릴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순 없다”며 LH의 태도에 불만을 나타냈다.
 

LH 측 ‘부실·날림공사’에 주택 하자 ↑ 입주민 불만도 ↑

방만경영’ 행태는 고치지 않으면서 사업성을 핑계로 시행하던 정비사업을 망치고 있는 LH에 대한 비난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LH가 지은 주택에서 부실·날림공사에 따른 하자가 속출하고 있어서다. 심재철 의원의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LH가 준공한 아파트에서 2012년 기준 4가구당 1가구 꼴로 하자가 발생한 걸로 나타났다.
특히 인천 서창보금자리주택의 경우, 준공된 지 1년이 조금 넘은 아파트 수백가구에서 결로 현상과 곰팡이가 발생하는 등의 부실시공 사례가 발견됐다.
하지만 LH는 시공상의 문제가 아니라 기후 변화 및 사용상의 부주의라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또한 입주한 지 1년도 안된 아파트에 부실시공이 드러난 지역도 있다. 바로 2012년 12월에 입주한 성남 여수·도촌지구이다. 이곳에서는 지구 내 3개 단지(센트럴타운, 연꽃마을, 도촌7단지)의 아파트에서 입주 후에 심각한 결로 및 누수 현상이 발생했다. 각 단지 입주민들은 LH의 지하 주차장 설계 오류를 이유로 지적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LH의 반응은 묵묵부답이다.

이밖에 천안아산신도시 휴먼시아8단지에서는 아파트 천장 곳곳에서 물방울이 떨어지고 페인트가 들뜨는 등의 현상이 발견돼 논란에 휩싸였다. 어떤 집은 안방에서 누수로 인한 곰팡이가 생기는 바람에 방 자체를 폐쇄하기도 했다. 결로 현상은 기본이고 결빙과 해빙이 반복되면서 누수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되고 있다. 이에 아산시의회 안장헌 의원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민들과 관리사무소는 작년부터 수십 차례 LH와 시공자에 공문과 내용증명서까지 발송했으나 하자보수기한을 넘기기 위해 일부러 늦게 조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은 이러한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 집값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쉬쉬하는 분위기지만 대다수 주민들은 “집값 떨어지는 게 무서워 부실시공을 감추는 것은 제2, 제3의 피해자만 양산할 뿐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언성을 높였다. 이에 대해 LH는 “시공자와 자재 납품 업체 측이 서로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어 명확한 원인을 파악하는 중”이라고만 해명해 또 한 번 인상을 찌푸리게 했다.

LH ‘전세임대주택사업’ 부채 ‘국민주택기금’에 떠넘겨


LH가 공급한 임대주택의 관리 부실도 도마에 올랐다. 이는 사업시행자로서의 능력에 의심을 살 만한 수준으로, 현재 LH가 시행 중인 정비사업의 정상화를 위해서라도 LH 임직원의 의식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부적격자의 입주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있는 점이 대표적인 운영상의 문제로 지적됐다. 실제로 저소득층을 위한 ‘전세임대주택’의 입주에 적합하지 않은 부적격자가 입주하는 사례가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010~2012년에 공급한 임대아파트 입주자 중 주택을 소유하거나 소득·자산 기준을 초과한 사례가 3264건 적발됐다. 2010년 319건이었던 부적격 입주자 수는 2011년 1247건, 2012년 1698건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LH에서 위탁받아 영구임대아파트를 관리하고 있는 주택관리공단은 감사원 감사에서 이 같은 사실이 적발돼 시정 조치를 받았음에도 이를 LH에 알리지 않은 채 자격도 없는 불법 거주자들에게 월임대료 1.5배의 과태료를 물리며 사실상 방치해 왔다. 또한 LH가 2004년부터 현재까지 사들인 다가구주택 4만5158가구 중 5979가구가 빈집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방만경영’으로 빈축을 사고 주력 사업인 임대주택의 관리도 소홀한 LH가 변하지 않으면 현재 LH가 시행 중인 정비사업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최근 정부가 공기업 개혁을 위한 분위기 조성에 나서고 있는 만큼 차제에 LH 임직원의 의식을 바꿀 수 있는 특단의 조치가 마련되기를 희망해 본다”고 밝혔다.

 

정혜선 기자  sesyjh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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