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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다임 시프트… 이주 명도에도 ‘주관사’가 필요하다!업계 “전문성 갖추고 책임성 높은 ‘검증된’ 업체 선정” 주문

   
 

[아유경제=정훈 기자] 과거와 달리 이주 명도 업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고 그에 따른 구습 타파와 제도 정비가 함께 요구되고 있다. 서울시도 명도 실패가 착공 지연으로 이어지고이는 필연적으로 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의 손실로 귀결된다고 판단, 행정 지침으로써 개선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실제로 얼마 전 서울시는 이주 명도 업무에 대한 일선 조합의 용역 실태를 조사하고 그 문제점을 분석해 사업비 및 분담금 추정프로그램(사용자 매뉴얼 및 산출 기준 기초 자료)을 만들어 서울시 재개발ㆍ재건축 클린업시스템에 게재했다.

현재 전국 대부분 조합이 명도에 1년 6개월~2년 이상 소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각 조합마다 이주관리업체가 난립해 구심점 없이 명도가 진행되는 문제를 종합ㆍ분석해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도시정비업계 다수 전문가들 역시, 건설사가 ‘보상’ 차원에서 하도급 형태로 맡기는 이주 명도 업무에서 탈피해 해당 업무를 전문성을 갖춘 자가 이행토록 해 업무의 정확성 및 일관성을 확보해야 명도 누락 등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아울러 이주관리와 수용재결 등 명도 제반 업무가 변호사의 고유 업무가 아닌 만큼 ‘밥그릇’ 싸움에서 벗어나 각자가 역할을 분담해 수행함으로써 조합의 ‘사업’을 망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이에 부합해 일선 조합들은 이주 업무 전반을 책임지고 관리할 수 있는 ‘주관사’를 선정해 착공 기일 이전에 명도를 완료하는 조건으로 이른바 ‘일괄 명도’를 진행하는 일이 늘고 있다.

다수 재개발ㆍ재건축 전문가들은 이 같은 추세를 미리 읽고 일찍부터 이주 명도 업무의 ‘전문화’와 ‘분업화’를 주장해 왔다. 특히 해당 업무 분야에서 변호사와 법무사의 업무 분담에 위법 소지가 없음을 확인함과 동시에 업체 선정 시 실무 처리 능력과 적합한 인적 구성, 노하우 등을 갖춘 ‘검증된’ 업체로서 용역 부실이 발생할 경우 그에 책임을 지는 자세까지 갖춘 업체를 뽑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업계 “이주관리 등 업무 성격의 명확한 정의 필요”

도시정비업계는 앞선 서울시 정책에 대체적으로 환영 의사를 밝히면서도 이에 발맞춰 업계도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특히 이주관리와 수용재결 업무는 명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관리처분총회 전후 명도를 위한 준비 단계의 업무로 보고 이를 통합한 이주 명도 업무의 ‘일괄 발주’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다.

이를 위해 다수 업계 관계자들은 이주관리의 업무 성격을 명확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이를테면 단순한 빈집 관리나 이주의 행정 지원 업무가 아니라 ▲명도를 위한 점유자 현황 조사(전전세, 임대차, 장기 출타자) ▲채무 과다자(깡통조합원) 조사 ▲수용재결의 조사 ▲명도의 법적 절차 홍보 ▲도면 작성 등 소송요건에 맞춘 기초 조사와 자료 수집이 실질적인 이주관리라고 정의 내리는 식이다.

이런 측면에서 업계는 ‘이주관리 및 수용재결 업무는 궁극적으로 명도를 위한 업무이므로 철거업체가 아닌 법적으로 명도를 진행하는 업체가 주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문제의 원인은?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

기존의 명도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는 해당 업무가 사실상 비전문가의 손에 좌지우지돼 왔다는 점이란 지적이 많다.

다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과거 대형 건설사들은 철거업체의 자금으로 조합을 장악해 그 보상책으로 철거업체에 이주관리, 수용재결, 명도 업무 전반을 대행토록 했고, 철거업체는 명도 소송의 업무만 변호사에게 위탁하는 방식으로 형식적인 하청을 주는 일종의 ‘고리’가 형성됐다.

이로 인해 사실상 철거업체가 이주관리, 수용재결, 명도 업무를 주도적으로 진행했다. 그 결과, 업무의 부정확성과 일관성 결여로 명도 누락과 착오 등에 의한 많은 시행착오를 범하게 되면서 문제점이 발생했다. 착공 기일이 장기 지연됨으로써 사업비를 증가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일례로 서울 서대문구 A조합은 명도 실패로 3년 이상 사업이 지연돼 금융비용이 1200억원 넘게 발생했다. 마포구 B조합은 2013년 5월 관리처분인가를 받았지만 이후 2년이 지난 현재까지 명도를 완료하지 못한 채 눈덩이처럼 불어난 사업비와 공사비에 대한 금융비용을 눈뜨고 지켜볼 수밖에 없는 지경에 처했다.

업계 “밥그릇 싸움보다 분업화 통한 상생 모색해야”

변호사가 해당 영역을 상당 부분 차지해 왔다는 점을 문제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때 변호사들은 수용재결 업무를 놓고 ‘변호사만’ 할 수 있는 업무라 주장했지만 이러한 주장은 법제처에서 “변호사가 아닌 자도 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힘을 잃었다는 지적이다.

사실 수용재결의 실무를 보면 상가 세입자나 청산자의 현장 조사나 물건조서 작성이 주된 업무로, 보상계획 열람공고나 재결신청 업무는 조합 업무를 지원하는 단순한 보조 업무 영역이다. 이 때문에 변호사가 조합의 위임을 받아 대리인으로서 재결 업무를 협의하거나 재결신청 하는 일은 거의 없다는 게 업계 다수 의견이다.

한 재개발ㆍ재건축 관련 시민 단체 관계자는 “그럼에도 다수 변호사들은 수용재결 업무가 법적 대리를 필요로 하는 것인양 「변호사법」 운운하며 모든 업무가 변호사의 업무라고 주장해 논란이 된바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명도 업무 역시 변호사의 고유 업무로 간주하며 이를 사실상 독식해 왔다. 하지만 일부 변호사들이 덤핑으로 입찰에 참여하면서 여러 문제점이 발견됐다. 특히 착공 단계에서 명도 누락이나 착오로 소송에서 조합이 지는 일이 벌어질 때마다 조합의 자료 제공 부실 등의 이유를 대며 그 책임을 조합에 떠넘기는 등 많은 피해를 야기하기도 했다”고 꼬집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 사업지에서 조합원 및 세입자의 명도비용과 관련해 ‘덤핑 입찰’을 하면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면서 “세입자를 포함해 1000가구가 넘는 현장에서 덤핑으로 입찰한 것을 놓고 업계에는 정상적으로 업무를 소화해 낼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통상 명도와 관련해 페널티가 없는 조항으로 계약이 이뤄지고 있는데, 결국 조합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현명한 판단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일부 변호사들이 현장을 도외시하고 ‘탁상 소송’으로 명도 업무를 수행하고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비판도 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 때문에 일선 조합에서 변호사와 법무사가 서로 역할을 분담해 효율적으로 명도 업무를 수행하게 할 필요가 있다”면서 “서울시 제도 개선 내용을 살펴봐도 법무사와 변호사의 업무 협조가 가장 효율적인 명도 업무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방안”이라고 조언했다.

대안은 주관사 선정 통한 일괄 명도?!

이처럼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전반적인 이주 용역을 책임지고 수행할 주관사를 정해 착공 기일 이전에 명도를 완료하는 조건으로 ‘일괄 명도’를 진행하는 것이란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서울의 C조합은 이주 개시 후 10개월 이내에 명도를 완료하고 지체 시 페널티로 매달 용역비를 수억원씩 차감하는 조건으로 입찰공고를 냈다. 이 입찰에서 D합동법무사가 주관사로 선정돼 현장 기초 조사 등 명도 업무 전반을 담당했고, 변론 업무는 변론기일 이전 소 취하자를 제외한 미이주 점유자들만 특정해 조합에서 별도로 변호사에게 위임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 결과, 1000가구가 넘는 명도 업무를 기간 내에 100% 완벽하게 수행해 주변 조합들로부터 부러움을 샀다.

서울시도 이를 시범 사례로 들어 이주 명도 업무에 대해 현장 기초 조사 등의 실무를 주도해 일괄 명도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업체를 주관사로 정해 효율적인 용역을 수행할 수 있는 합리적인 지침을 마련하기에 이르렀다.

이를테면 법무사가 주관사인 경우 법무사는 ▲현장 점유자 조사 ▲권리분석 ▲청산자 물건조서 작성 ▲도면 작성 ▲소장 ▲가처분 ▲집행 ▲송달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변호사는 변론만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

이와 관련해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변호사의 입장에서 보면 명도 업무의 영역을 법무사가 침범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반대로 명도 소송은 시스템이 잘 갖춰진 곳에서 다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도시정비사업 전문 H연구원 관계자는 “변호사든 법무사든 정확히 시스템이 갖춰진 곳에서 명도 소송을 진행해야 한다. 특히 일괄 명도를 위해 현장에 사무원들을 상주시켜 점유자 조사 등 기초 자료를 수집하거나 관리할 수 있는 인적 시스템이 갖춰진 곳이 명도를 진행해야 성공적으로 명도를 진행할 수 있다”며 “최근 들어 부쩍 법무사가 주관이 된 조합 명도들이 성과를 내면서 법무사 주관 명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조합 입장에서 보면 법무사도 변론을 제외한 민사 신청, 가처분, 집행 등 대부분의 명도 업무를 수행할 수 있으므로 실적과 경험 등 업무 능력을 갖추고 있다면 법무사를 용역의 주관사로 정해 업무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책임 소재도 분명히 하자는 데 대한 긍정적인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한쪽에서 주장하는 「변호사법」 위반 소지에 대해 “입찰 당시부터 법무사가 수행할 수 있는 민사 신청, 송달, 가처분, 집행 등의 업무와 변호사의 변론 업무를 구분해 입찰공고를 낸다면「변호사법」 위반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주 명도 업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전까지 관행처럼 행해져 온 분리 용역에서 벗어나 업무 간 ‘연결성’을 강조하자는 의견도 눈에 띈다.

도시정비사업 전문 H연구원의 또 다른 관계자는 “명도 실패는 곧 조합원 분담금 증가로 이어지기에 해당 조합들은 과거로부터 답습해 온 실수를 반성해야 할 것이다. 때문에 이주 명도 업무의 주관사를 필요로 한다는 서울시의 행정 지침은 종전 조합의 이주 명도의 비효율적인 방식을 분석해 그 대안을 내놓은 것으로 실무에 상당한 도움이 되리라 본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는 이어 “특히 이주 명도 용역의 주관사는 변호사든 법무사든 상관없이 실질적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하고, 용역 부실로 조합에 손실을 주는 경우 그에 책임을 지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면서 “조합 역시 업체 선정 시 인적 구성, 노하우, 경험 등을 갖춘 ‘검증된’ 업체를 선정해야만 명도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고 사업비 낭비를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훈 기자  whitekoal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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