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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수정씨, 더 이상 구속받기 싫어요!”「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 가능할까
▲ 수도권정비계획법 권역 구분 지도. <자료=국토교통부 제3차 수도권정비계획고시문>

[아유경제=김학형 기자] 1960~70년대 서울과 인천, 경기 지역에는 인구와 산업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이를 적정하게 분산배치하려는 목적으로 1982년 「수도권정비계획법」이 제정됐다. 이후 일정 정도 수도권 집중을 억제하는 효과를 얻었으나, 오히려 수도권 발전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왔다. 수십 년에 걸쳐 개정이 시도됐지만 비수도권의 반대 등에 부딪혀 번번이 무산됐다.

그러나 최근 남북 간 평화 무드에 지방권력의 교체가 맞물리면서 다시금 논의를 전개할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지방선거, 여야 없이 ‘규제 완화’ 한 목소리

지난 6ㆍ13 지방선거는 여당의 승리와 야당의 패배로 결과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서울시와 경기도, 인천시 등 수도권도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수도권에서 여야가 함께 부른 노래가 있다. 바로 「수도권정비계획법(이하 수정법)」의 개정 또는 수도권 규제 완화이다. 즉, 수도권이라서 받는 각종 규제 탓에 지역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니 규제를 풀어달라는 것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당선인과 박남춘 인천시장 당선인은 공통적으로 수정법 개정을 공약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인은 과거 수정법 규제 완화 관련 문서에 이름을 올렸고, 반대하진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적 있다. 2011년 12월 박 당선인은 수도권광역경제발전위원회에서 강화ㆍ옹진ㆍ연천 등 접경 낙후 지역에 대한 수정법 적용을 제외하자는 공동 건의문에 당시 송영길 인천시장, 김문수 경기지사와 함께 공동위원장 자격으로 서명했다.

이번에 낙선한 김문수(서울), 남경필(경기), 유정복(인천) 등 자유한국당 후보들도 오래 전부터 수도권 규제 완화를 외쳐왔다. 특히 남 지사는 2016년 수도의 세종시 이전과 이듬해 “경기도를 포기한다”는 주장ㆍ발언으로 파문을 일으켰는데, 수도권 규제 완화와 지방분권을 염두에 둔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이었다.

경기도(31개), 인천시(10개) 총 41개 시ㆍ군ㆍ구 가운데 수도권 규제 완화에 반대 의사를 표명한 광역ㆍ기초단체장 당선인은 사실상 전무하다. 안병용 의정부시장, 최용덕 동두천시장, 박윤국 포천시장, 이재준 고양시장, 정장선 평택시장, 차준택 인천부평구청장(이상 더불어민주당), 김광철 연천군수, 김성기 가평군수(자유한국당) 등 당선인들은 유세 과정에서 수정법 개정 의지를 밝혔다. 비록 다수의 인천구청장과 성남시장 등 일부 당선인의 경우 명확한 입장을 드러내지 않았으나, 이들이 수정법 개정에 반대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민주당 인천시당 한 관계자는 “인천ㆍ경기는 2010년 송영길 시장 말고는 최근 보수 진영에서 독식해 온 곳”이라며 “이번에 지방권력 대부분(광역ㆍ기초단체장 41명 중 38명)이 민주당에 넘어왔지만 (수도권 규제 완화를 바라는) 지역 민심은 그대로라고 본다. 이를 거스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광역ㆍ기초의원과 비례대표를 더하면 찬성 의견은 더 커진다. 

갖가지 중첩 규제 ‘수도권 역차별’

수정법은 수도권을 ▲성장관리권역 ▲과밀억제권역 ▲자연보전권역 등 3개 권역으로 구분해 규제 강도를 조금씩 달리 적용한다.

일단 모든 권역은 대학ㆍ공공청사ㆍ판매업무시설 등 설치와 택지ㆍ공업용지ㆍ관광지 등 조성이 금지되거나 일부만 허용된다. 수도권 어디에도 4년제 대학을 새로 설치할 수 없지만 과밀억제권ㆍ성장관리권에는 전문ㆍ산업대 신설을, 자연보전권에는 전문대 신설을 허용하는 식이다. 공장은 권역별 규제와 함께 공장총량제에 따라 총 허용량 안에서만 운용된다. 총량제는 시ㆍ도별로 설정돼 허용량을 채운 지역은 더 이상 공장을 지을 수 없다. 레고랜드, 글락소스미스클라인, 유니버설스튜디오 등 외국계 기업이 수도권 규제에 막혀 투자를 접거나 중국 등지로 유턴한 이야기는 꽤 유명하다. 샘표식품, KCC, 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도 비수도권이나 해외로 눈을 돌린 바 있다.

송석준 자유한국당 의원은 여주 점동면 ‘삼합리’를 불합리한 규제의 실례로 소개했다. 이곳에서 남한강과 그 지류인 섬강, 그리고 청미천이 만나 팔당호로 흘러간다. 여주는 팔당 상수원 수질 보전을 위해 이천ㆍ광주ㆍ안성ㆍ남양주ㆍ가평ㆍ양평과 함께 자연보전권역으로 묶여있다. 당연히 각종 개발 사업이 제한된다.

하지만 섬강 쪽 원주와 남한강 원류 쪽 충주는 별다른 규제를 받지 않는다. 원주 문막산업단지 등 여러 혁신도시, 기업도시, 산업단지 등이 있다. 송 의원은 올 1월 ‘수정법 폐지법률안’을 대표발의 했다. 개정이 아닌 폐지가 비현실적이라는 것을 인정하며 “수도권 규제나 균형발전을 위한 틀은 필요하지만 과도하고 불합리한 규제는 과감히 걷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규제가 너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수도권에는 수정법을 비롯해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지역균형개발 및 지방중소기업 육성에 관한 법률」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 ▲「팔당ㆍ대청호 상수원수질보전 특별대책지역 지정 및 특별종합대책 고시」 등 10여 개의 규제가 적용된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처럼 엉킨 실타래 같은 중첩규제를 풀려면, 수정법 개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

한 부동산 투자 전문가는 “수도권은 군사접경지역, 상수원보호구역,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등에 둘러싸여 무엇이든 새로 하는 게 무척 어렵다”면서 “수정법은 수도권 내 개발에 관해 다른 어떤 법보다 우선하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수정법 개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비수도권 소외, 지역경기 침체 등 우려
전문가 “多 공간 활용하려면 선별 규제 불가피”

2006년 「미군공여구역 특별법」 시행 이후 경기도에는 대학이 증가했다. 수정법이 막은 대학 설치를 특별법이 열었기 때문이다.

이를 적용해 현재까지 서영대(광주) 파주캠퍼스, 예원예술대(전북 임실) 양주캠퍼스, 경동대(강원 고성) 양주캠퍼스, 중부대(충남 금산) 고양캠퍼스, 침례신학대(대전) 동두천캠퍼스, 동양대(경북 영주) 동두천캠퍼스, 을지대(대전) 의정부캠퍼스, 대경대(경북 경산) 남양주캠퍼스 등이 개교했다. 모두 본교는 그대로 두고 제2캠퍼스를 수도권에 신설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지역민들은 이전을 극렬히 반대했다. 해당 지역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지방대학의 수도권 이전을 금지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19대 국회에 발의된 개정안은 임기만료로 모두 폐기됐으나 20대 국회에 재발의 돼 계류 중이다. 

이처럼 수도권 규제 완화는 대학, 기업 등 ‘인구집중유발시설’을 지방에 설치할 기회와 기존 시설마저 수도권에 빼앗길 수 있기 때문에 찬성할 이유가 거의 없는 게 현실이다. 비수도권(지방)은 수도권 과밀화를 방치할 경우 지방과의 격차가 더욱 커져 경기침체를 가져올 거라고 걱정한다. 국토의 불균형 개발이 토지 및 사회기반시설(infrastructure)의 비효율적 이용과 투자, 자원 낭비 등으로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2015년 경북 23개 지역 시장ㆍ군수들은 ‘수도권규제완화 저지와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수도권 규제 개선에 반대 의사를 전하며 규제 완화 시 지방 인구가 줄어들고 이는 지역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남유진 구미시장 겸 경북시장군수협의회장은 “비수도권은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에 (수정법을) 규제 완화라는 틀에서 보면 안 될 것 같다”면서 “헌법이 보장하는 지역의 균형 있는 발전, 상생 발전과 같은 차원에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는 “앞으로 비수도권이 이용하지 못하는 여러 가지 국토와 공간 자원들을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 우리나라를 선진화시키고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는 중요한 개발 방법”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부득이하게 일정한 기간 수도권에 대한 선별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개정이냐 유지냐 ‘분수령’

그럼에도 수정법 개정에 힘이 실리는 가장 큰 이유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과 최근 한반도의 평화 무드이다. 문 대통령은 2017년 대통령 선거에서 ▲경기북부 접경지역 ‘규제 완화’ ▲파주-개성-해주 연계 ‘통일경제특구’ 설치 ▲경기남부 4차 산업혁명 ‘혁신 클러스터’ 조성 등을 제시했다.

후보 시절 문 대통령은 “경기 북부지역의 경우 광범위한 군사시설 보호구역 설정으로 주민 재산권 제한은 물론 도시가 정상적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접경지역 등이 수도권이라는 이름 때문에 규제에 묶여 어려움을 겪는 것은 잘못으로 수도권과 지방, 지방과 지방, 수도권 내 지역 간 균형발전을 도모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통일경제특구는 개성공단 재개와 2단계 확장 추진, 남한의 경제특구, 북한 개성공단과 해주 특구, 남북한 공동의 DMZ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을 통해 ‘남북경제공동체’를 건설한다는 복안이다. 

또한 문 대통령은 ▲민간인통제ㆍ제한보호구역 합리적 조정 ▲상수원보호구역-수도권정비계획 중복규제 분리 검토 등을 공약했다. 이에 해당하는 지역과 경기북부 접경지역은 문재인 정부가 ‘규제 정상화’를 실제로 추진하면 규제 완화 대상에 포함될 게 거의 확실시된다. 

제한적인 규제 완화는 소외된 지역의 강한 반발을 부르게 된다. ‘규제 프리존’과 같이 법령 개정을 최소화한 방식을 선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규식 경기도 미래전략담당관은 “(문재인) 정부가 규제 합리화 공약을 적극 추진한다면 수십 년 간 이루지 못한 수도권 균형발전에 한 발짝 다가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수정법의 실시도면과 같은 수도권정비계획은 이미 ‘수도권 규제의 합리적 개선’에 관한 내용이 들어있다. 수정법에 따라 국토부는 수도권정비계획을 수립하며 현재 ‘제3차 수도권정비계획’이 시행 중이다. 2006년 당시 건설교통부는 “수도권 규제는 행복도시 건설, 공공기관 지방이전 속도에 맞춰 단계적으로 개선”하고 “지방이전 효과가 가시화된 이후에는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협력하는 ‘계획관리체제’로 전환”하도록 계획했다. 또 “단기적으로는 ‘정비발전지구’ 제도를 도입해 수도권 과밀억제시책 운용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행정ㆍ공공기관이 이전한 지역, 노후 공업지역 등 수도권의 계획적 정비를 위해 불가피한 지역을 대상으로 지정하며, 지구로 지정된 지역에 한해 체계적인 계획을 수립해 정비하고, 이를 위해 필요한 범위 내에서 제한적으로 규제를 선택적으로 완화”를 제시해 놓았다. 

지금의 3차 계획(2006~2020년)은 2차 계획의 조기종료로 새로 수립됐다. ‘제4차 국토종합계획 수정계획(2011~2020년)’의 종료 시점과 일치한다. 제4차 수도권정비계획과 제5차 국토종합계획의 동시 시행은 국토부가 두 가지 거대 장기 계획을 함께 준비해야함을 의미한다. 지난 3월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제5차 국토종합계획 수립 심포지엄’ 개최하며 올해 계획 작성을 알렸다. 

경기연 “日, 수도권 규제개혁 긍정 효과 거둬”

한편 이달 3일 경기연구원(이하 경기연)은 일본의 수도권 규제개혁 전개 과정과 그 효과, 국가전략특구전략의 내용을 분석해 우리나라 수도권 규제개혁의 방향과 수도권 내 특구정책의 전환을 제안했다.

경기연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2000년대 초 시작한 도쿄 수도권 규제개혁으로 지역총생산액(GRDP)의 실질적 성장과 실업률 개선(2002년 5.4%→2012년 4.3%→2018년 2.9%, 청년실업률은 2002년 9.9%→2012년 7.9%→2018년 3.8%)을 이뤘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원은 ▲수도권 규제와 수정법의 ‘광역수도권발전법’ 대체 입법 ▲산업집적법상 3개 권역 행위제한 규정 폐지 ▲4차산업혁명시대에 맞는 산업생태계 형성 및 산업융합거점 조성체제 전환 ▲수도권 내 특구 제도 및 지정전략 재검토 ▲기 발의된 「지역특화발전특구에 대한 규제특례법」 전부 개정안 특구 지정대상에 수도권 포함 등을 제안했다. 

이상대 경기연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잠재성장률이 3% 이하로 하락하고, 청년실업률이 9.9%를 기록해 수도권 규제개혁이 더욱 절실한 시점으로 일본의 규제개혁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면서 “수도권의 인구전입 추세가 2010년 이후 구조적으로 진정돼 수도권 규제를 개혁하더라도 공장입지나 인구가 급증하지 않을 것이며, 지방에 지원하는 동반성장기금 설치 등으로 보완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수도권정비계획법 3개 권역 지정 기준 및 현황(2009년 12월 기준). <자료=국토교통부>

김학형 기자  keithh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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