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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재건축 은마ㆍ잠실주공5단지 대규모 ‘시위’… 서울시와 갈등 깊어져

[아유경제=김진원 기자] 강남 재건축의 척도로 불리는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와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를 둘러싼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모습이다. 최근 이들 단지 조합원들은 서울시의 행정을 비판하며 대규모 시위를 예고ㆍ감행한다는 결의를 표했다. 이에 본보는 은마ㆍ잠실주공5단지 재건축사업의 현 상황과 집회를 벌이는 전후 사정 등을 되짚어봤다.

은마아파트 재건축, 지난달(3월) 29일 시청 앞 대규모 집회 나서
도계위서 5번 퇴짜… 결국 주민들 ‘폭발’

▲ 은마아파트. <사진=아유경제 DB>

강남구 은마아파트 재건축사업이 장기 지연되자 아파트 주민들은 지난 3월 28일 집회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당시 업계 소식통 등에 따르면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장은 ‘긴급알림’ 메시지를 통해 주민들에게 다음 날인 29일 오후 3시 서울시청 앞에서 집회를 실시한다고 공지했다. 집회에 참여하게 될 예정 인원은 약 350명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장은 “그동안 지속해서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이하 도계위) 심의 상정을 요구했으나 현 정부의 집값 상승에 대한 우려로 보류됐다”며 “더 이상 좌시하고 있을 수 없다고 판단해 집회를 벌이기로 했다”고 집회 추진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해 9ㆍ13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의 부동산시장이 진정세를 보임에도 정비계획 심의 일정이 잡히지 않자 이 같은 조치를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은마아파트 측은 ‘대치동 은마아파트 재건축사업 정상화 촉구 집회’를 타이틀로 주민 4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서울시청 앞에서 단체 행동을 개시했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한 관계자는 “재건축안이 계속 퇴짜를 맞으면서 집주인들 사이에서 사업이 너무 오래 지체되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진 상황”이라면서 “이익도 이익이지만 생활편의 문제가 심각한 수준으로 답답함을 느끼는 주민들이 많다”고 말했다.

해당 단지의 한 주민 역시 “서울시가 원하는 대로 초고층(49층) 건축 계획안도 수차례 수정하고, 계속되는 정비계획안 변경 요청에 최대한 열심히 답했는데 지금 재건축 심의 협상조차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것은 ‘갑질 행정’이다. 41년이 다 돼가는 아파트에서 언제까지 노후화된 환경을 버틸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7년 8월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는 당시 최고 49층 재건축을 계획했으나 도계위에서 이례적으로 미심의 조치를 받았다. 이후 서울시 층수 제한(제3종일반주거지역 기준 35층)에 맞춰 정비계획을 변경하고 같은 해 12월 열린 도계위에 재도전한 결과, 임대주택 배정을 비롯한 세부 안건들에서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통보받고 다시 보류된 바 있다.

이에 추진위는 도계위 의견을 최대한 수용해 임대주택 공급 물량을 늘려 직전 정비계획(안) 800가구보다 40가구 늘어난 840가구로 2018년 3월 도계위에 도전했으나 또다시 고배를 마셨다. 같은 해 6월 14일 추진위는 아파트 단지 층수와 임대동의 단지 출입구 위치를 재조정하고 지하철역 근처 대규모 공원 분산 배치하는 등의 새로운 정비계획(안)을 제출했지만, 서울시 도계위 소위원회는 대단지(4424가구)인 은마아파트의 검토 사항이 많다며 4번째 퇴짜를 놨다.

이곳의 정비계획(안)이 서울시 도계위 등에서 네 번 연속 반려되면서 일부 소유자들은 1대 1 재건축을 추진하는 ‘은마아파트 소유자 협의회’를 출범해 단체 행동에 나서기도 하는 등 은마아파트 내에서도 분열 조짐이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박원순 서울시장이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재건축 정비계획에 대한 논의가 연말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함에 따라 이곳 주민들은 사업 진행에 큰 기대를 걸었다. 당시 서울시의회 제283회 임시회 시정 질문에 참석한 박 시장은 이석주 자유한국당 서울시의원의 은마아파트 재건축에 관한 질의에 “은마아파트 재건축 정비계획 논의가 올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본다”며 “아파트가 노후화되면 재건축 요건에 따라 진행되므로 심사를 하고 결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여전히 사업 진행은 요원해졌고 설상가상으로 올해 2월 20일 도계위에 은마아파트의 정비계획안이 상정되지 않아 5번째 퇴짜를 맞은 은마아파트 측이 곧바로 집단행동을 예고하자 서울시가 협상을 제시해 잠시 보류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최근 국토교통부 인사 문제로 은마아파트 정비계획의 도계위 안건 상정이 다시 지연되는 상황이 계속되자 이번에 집회를 열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 측은 주민들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은마아파트가 국내 최대 규모 재건축 단지인 만큼 주변 환경과 시세에 끼치는 영향을 신중히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최근 부동산 시세가 안정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은마아파트가 워낙 대단지라 신중할 수밖에 없다”며 “장관 등의 유임이 결정되는 절차 이후 여러 사업 계획에 관한 구체적인 협의 일정도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1979년 준공된 은마아파트는 이미 1990년대 후반부터 재건축을 추진해 2003년 말 재건축 추진위를 구성, 16년간 재건축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이달 9일 시위… “서울시가 사업 미루고 있다” 주장 
조합 “내달 2차 시위 예정” vs 서울시 “심의 시점 조율 중”

▲ 잠실주공5단지. <사진=아유경제 DB>

한강변 최고 50층 높이로 재건축을 추진하는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의 상황 역시 은마아파트와 별반 다르지 않다. 잠실주공5단지 주민들도 재건축사업 정상화를 촉구하는 시위에 나섰기 때문이다.

도시정비업계 소식통 등에 따르면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은 이달 9일 서울시청 앞에서 2000여 명이 1차 시위를 벌였다. 

조합 관계자는 “서울시는 우리 단지가 국제현상설계공모를 하면 인ㆍ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건축심의까지 일괄해서 처리해준다던 반응을 보였으나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아 사업을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잠실주공5단지는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서울시가 처음으로 민간아파트에 초고층을 허용한 사례로 주목을 받았다. 서울시 ‘7대 광역 중심’에 속한 잠실에서는 일반주거지역을 준주거지역으로 용도 변경하면 최고 50층 아파트를 세울 수 있다.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조합은 정비구역 면적 35만3987.8㎡ 중 잠실역과 닿아 있는 약 6만 ㎡를 준주거지역으로 바꾸기로 했다. 준주거지역의 건축 총면적 중 약 35%엔 호텔ㆍ컨벤션ㆍ업무 등 비주거 용도의 시설을 들여 광역 중심 기능을 넣었다. 또 전체 부지의 16.5%를 문화 시설과 단지 내부 도시계획 도로 등으로 내놨고 시는 이를 승인했다.

서울시는 이곳을 일반주거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변경하는 조건, 즉 ‘50층 재건축’에 합의하며 국제설계공모를 제안했다. 주변 상업지구와 조화를 이루기 위해 여러 안을 받아봐야 한다는 취지였다. 조합은 서울시에 공모를 의뢰하며 비용 30억 원을 냈고, 시는 전 과정을 담당했다. 이에 따라 진행된 국제설계공모에서 1등 당선작으로 국내 유명 건축가인 조성룡 도시건축 대표의 작품을 선정했다.

하지만 조합 측 주장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의결을 통해 당선된 설계안을 서울시로 넘겼지만 아직 수권소위원회 상정이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아직 교육청 등이 요구한 교육환경영향평가가 진행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조합 측은 서울시가 고의로 허가를 회피해 기부채납을 수용하게 됐다며 “가격 폭등 책임을 선량한 조합원에게 전가하는 것은 공권력의 횡포”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더해 잠실주공5단지는 국제설계공모 당선작을 둘러싼 조합원 간 내분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일부 조합원들이 당선작에 대해 ‘닭장’으로 표현하는 등 불만을 표출하고 있어서다. 또한 기부채납으로 만들어질 단지 내 왕복 4차선 도로와 공공청사, 호텔 등에 대해 “거주민의 편의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하며 설계안을 부결시키자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잠실사거리 앞에 지어질 광장이 시위 장소로 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유관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제설계공모 당선작에 반대하는 조합원 1100여 명은 ‘잠실주공5단지 주민회(이하 잠5주민회)’를 만들고 정비계획안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갈등은 이뿐만이 아니다. 잠실역과 닿아 있는 약 6만 ㎡가 준주거지역으로 종상향이 가능해짐에 따라 이 부근에 초고층 건물과 도시계획도로를 배치하고 현재 남쪽에 위치한 신천초등학교는 서북쪽으로 이전해 초등학교 2개와 중학교 1개를 신설한다는 조합의 계획에도 제동이 걸렸다. 일부 조합원들 아이들의 안전과 불편을 이유로 초등학교 이전 반대 여론을 형성하고 조합에 반대하는 잠5주민회에 가세한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초등학교 이전에 반대하는 조합원들의 민원이 이어지자 학교설립계획 수립을 완료하기 전에 신설 학교 이전이 타당한지 ‘교육환경평가서’를 제출할 것을 시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조합 측도 재건축 정비계획에 대한 주민설명회를 개최하고 최종 설계안은 조합원 기대에 부응하도록 협의 후 변경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며 진화에 나섰다.

서울시는 이 같은 조합 내 움직임에 대해 조합원들의 선택에 달렸다는 입장이다. 시의 한 관계자는 “설계안 당선작 수용 여부는 전적으로 조합원들의 결정에 달려있다”며 “조합 내부적으로 협의한 내용에 따라 처리해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잠실주공5단지는 1978년 준공돼 재건축 연한인 30년을 훌쩍 넘긴 노후단지다. 15층 규모 3930가구 대단지로 재건축사업을 통해 지상 최고 50층 6401가구 규모의 매머드급 단지로 탈바꿈한다는 계획이다.

이들 재건축 단지들과 서울시의 불협화음이 계속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박원순 시장은 한 언론사의 시사 프로그램에 출현해 “(해당 재건축 단지 인ㆍ허가와 관련) 지금 당장은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강남 재건축은 워낙 대규모 단지이고 재건축이 되면 투기 수요가 생기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도시정비업계 한 전문가는 “관련 당국 입장에서 강남의 아파트는 부동산시장의 도화선이 될 수 있고 대치ㆍ개포ㆍ일원동 등 주변 재건축 아파트 집값을 자극할 수 있어 조심스러워하는 눈치”라며 “여전히 갈등의 씨앗은 남아 있다”고 귀띔했다.

잠실주공5단지의 경우 오는 5월 14일 제2차 시위를 예정하고 있어 당분간 서울시와 이들 단지와의 줄다리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진원 기자  qkrtpdud.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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