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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재개발 기본계획 변경… “전면철거 대신 보존ㆍ재생”
▲ 서울시가 재개발사업 방식 다각화를 골자로 한 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 마련에 나서 도시정비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사진은 서울의 한 재개발 구역 일대. <사진=아유경제 DB>

[아유경제=김필중 기자] 서울시가 재개발사업을 기존 전면철거 방식이 아닌 하나의 정비구역 안에서도 개발할 곳과 보존할 곳을 나눠 사업 방식을 다각화하는 등 개발과 보존이 공존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시는 소수의견 반영으로 재개발 과정에서 나타나는 갈등을 줄이고 사업 속도도 높인다는 구상이다. 재개발 정비구역 신규지정이 어려워지고 사업 지연을 초래할 것이란 우려도 나오는 가운데, 재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줄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 정비구역 안에서 정비와 보존 ‘공존’
강제철거 어려워지고 소수의견 반영

지난 5일 서울시는 재개발사업 방식 다각화를 골자로 한 ‘2030 서울시 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주택정비형 재개발사업)’을 수립한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기본계획을 전면 재검토해 새로운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것으로, 2030년까지 서울시내 재개발사업이 모두 이 틀 안에서 이뤄지게 된다.

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은 도시환경을 개선하고 주거생활의 질을 높이기 위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에 따라 수립하는 도시계획으로, 이 기본계획의 적합한 범위 내에서 도시정비사업이 추진된다. 10년 단위로 수립하고 5년마다 타당성 여부를 검토해 기본계획에 반영해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2015년 ‘2025 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을 고시한 뒤 내년 타당성 조사 시기가 도래했지만 지난 5년 동안 상위 법령 개정과 관련 제도의 변화, 급격한 사회 변화와 다양해진 시민의 요구를 담기에는 기존 기본계획 보완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새로운 기본계획을 수립하기로 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또 서울시 최상위 법정 도시계획 ‘2030서울도시기본계획(2030서울플랜)’과 그 후속인 ‘2030생활권계획’ 등 관련 계획과 동일하게 2030년으로 시기를 맞춰 각 도시계획 간 정합성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새로운 기본계획의 핵심은 개발과 보존ㆍ재생의 공존이다. 하나의 재개발 정비구역 안에서도 사업 방식을 다각화해 여러 소수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고 사업의 추진속도도 높인다는 구상이다.

서울시는 “기존 재개발사업은 정비구역으로 지정되면 무조건 전면철거 후 다시 짓는 획일적 방식이었다”며 “열악한 기반시설과 노후 건축물이 밀집한 지역의 주거환경을 종합적으로 개선하는 재개발사업이 보다 활성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용도지역에 맞는 합리적인 용적률 체계와 공공기여 기준 등 사업성과 관련된 당초 기준도 전면 재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또 ▲강제철거 예방 ▲주거난 해소를 위한 공공주택 공급 등 사회적 약자 보호 ▲재개발사업 완료 정비구역과 뉴타운 해제지역에 대한 관리 강화 방안 ▲특별건축구역 연계안 등도 새롭게 수립한다. 이렇게 되면 밀어내기식 강제 철거는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도시정비사업 유형별(조합, 공공, 지정개발자, 사업대행자)로 사례 중심으로 분석하고 각 유형별 발전방향에 대해서도 담아낼 계획이다.

현재 재개발사업(주택정비형)은 ‘2025 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에 따라 ‘주거환경평가지표(주거환경의 안전성ㆍ편리성ㆍ쾌적성 등)’와 ‘주거정비지수(주거지 정비의 필요성)’를 통해 정비구역 지정과 사업 추진 여부가 결정된다.

정비구역 대상지 선정기준은 대지면적 1만 ㎡ 이상, 노후도 비율은 노후ㆍ불량건축물 동수가 2/3 이상 및 연면적 합계가 60% 이상, 토지등소유자 2/3 이상 및 토지면적 1/2 이상 동의한 경우다.

‘주거정비지수’는 주민동의 비율, 노후도 비율, 도로연장률(6m 도로), 세대밀도를 평가해 70점 이상이 돼야 한다. 이후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거주자 분포ㆍ형태, 주민생활수준, 신축건축물 현황, 장소ㆍ주변 입지 특성 등 종합적으로 심의해 정비구역 지정 및 정비계획 수립을 결정한다.

이번 기본계획 수립은 이달 중 입찰공고에 들어가 2021년 상반기 중 마무리할 계획이다.

류훈 서울시 주택건축본부장은 “획일적 정비 대신 정비와 보존이 공존하는 다양한 사업 방식이 도입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를 통해 재개발사업이 활성화되고 소수의 의견도 존중받는 사람 중심의 주거문화 환경 조성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 개발ㆍ존치 병행 공덕6구역 사례 ‘주목’
박 시장 “생활유산 보존 원칙 지켜나갈 것”

현재까지 도시정비법에 따라 정비와 보존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재개발이 추진되는 사업장은 마포구 공덕6구역이 유일하다. 노후주택 밀집 지역인 공덕6구역 정비계획은 개별토지주의 의사를 반영해 공동주택 개발뿐 아니라 존치 및 소단위 정비계획 등을 포함했다. 이에 따라 일부 상가건물과 한옥 등이 존치되며, 일부는 정비 후 대토(토지를 수용당한 사람이 수용토지 인근 허가구역 안에서 같은 종류의 토지를 구입하는 것)한다. 이는 전면철거 재개발 방식에서 탈피해 존치와 보전을 통해 상생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한 새로운 유형의 재개발 방식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서울시는 공덕6구역 사례에 주목했고 재개발 갈등을 해소시킬 방안으로 정비와 보존이 결합된 새로운 방식이 마련되는 계기가 됐다. 

일각에서는 서울시가 이 같은 새 정비계획 수립을 내놓은 것이 최근 세운3구역 재개발 중단 논란과 연관이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세운3구역은 대지면적 3만6747㎡로 3-1부터 3-10까지 10개 구역으로 나눠 재개발사업이 진행 중이다. 다만 서울시는 지난 1월 을지면옥, 양미옥 등 이 일대 노포(老鋪) 보존을 내세워 이미 철거가 진행 중인 3-1ㆍ4ㆍ5구역을 제외한 나머지 구역에 대한 사업을 연말까지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박원순 시장은 세운상가 일대 노포 보존의사를 밝히며 “서울의 역사와 지역 정체성을 담고 있는 노포 등 생활유산과 도심전통산업을 이어가고 있는 산업생태계를 최대한 보존하고 활성화한다는 것이 시의 기본방향”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시민 삶과 역사 속에 함께해온 소중한 생활유산들에 대해 보존을 원칙으로 지켜나가겠다”고 말한 바 있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서울시는 현재 최우선 목표로 ‘정비와 재생’을 내세우고 있다”며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정비사업이 을지면옥 등 노포 뿐 아니라 공구상가와 제조사업 생태계를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에 부딪혀 중단된 것을 의식한 모양새다”라고 말했다.

업계 “사업 추진 제동 걸릴 것”… ‘알박기’ 문제 우려도

하지만 여러 소수의견 반영으로 사업 추진 속도를 높이고, 재개발사업을 활성화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소수의견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개발 가능 지역이 축소돼 신규지정이 어려워지고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지적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보존을 원하는 주택이 재개발 구역 중앙에 위치하면 일조권 문제로 고층 아파트를 짓는 데 차질이 생길 수 있고, 특정 부지에 몰려 있지 않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으면 사업 자체를 진행하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소수의견을 명목으로 한 일명 ‘알박기’를 하려는 투기세력이 몰려 사업이 장기간 표류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서울의 한 재개발 조합 관계자는 “실제로는 사업에 동의하더라도 높은 보상금을 받기 위해 소수의견을 내는 알박기를 하려는 소유주가 속출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필중 기자  kpj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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