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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순위 청약’에 들썩이는 부동산업계… ‘줍줍’ 나선 현금부자
▲ 최근 분양시장에서 청약통장이 필요 없는 무순위 청약이 인기를 끌면서 이른바 ‘현금부자’들이 대거 몰리고 있다. <사진=아유경제 DB>

[아유경제=김필중 기자] 올해 들어 청약시장은 입지, 분양가 등에 따라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는 분위기다. ‘불패신화’를 이어가던 서울에서도 청약요건 및 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미계약이 발생하는 가운데, 청약통장 없이도 신청할 수 있는 ‘무순위 청약’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일각에서는 자금 마련이 어려워진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포기한 틈을 타 현금이 풍부한 자산가들이 무순위 청약에 뛰어들어 ‘현금부자’들만의 리그로 변질되고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까다로워진 청약시장… 인기 지역 ‘쏠림’ 심화

26일 금융결제원 등에 따르면 올해 전반적인 청약시장 위축 속에서도 특정 단지에 수요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수도권 인기 지역인 경기 하남시 위례신도시에는 내 집 마련 수요자들이 몰렸다. 공공택지에 조성되는 민간 분양 아파트로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주변 시세보다 30∼40% 이상 싼 가격에 분양받을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최대 8년의 전매제한 기간에도 불구하고 청약통장이 대거 몰려든 것이다.

지난 1월 GS건설이 공급한 ‘위례포레자이’는 487가구 모집에 6만3472명이 몰려 130대 1을 넘는 평균 경쟁률을 기록했고, 이달 초 현대엔지니어링이 선보인 ‘북위례힐스테이트’에는 939가구 모집에 7만2570명이 접수해 평균 경쟁률이 77.28대 1에 달했다.

반면 같은 수도권 공공택지로 분양가 상한제 대상인 검단신도시에서 이달 초 대방건설이 분양한 ‘검단대방노블랜드1차’는 1274가구 모집에 48가구만이 청약을 접수했다.

서울 아파트의 ‘청약불패’ 신화도 주춤하는 분위기다. 고분양가로 시세차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단지들은 미분양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달(3월) 효성중공업과 진흥기업이 분양한 서대문구 ‘홍제역해링턴플레이스’는 분양가가 3.3㎡당 2469만 원으로 책정돼 고분양가 논란을 낳으며 일반분양 물량 263가구의 41.5%인 174가구가 미계약으로 남았다.

지방에서는 집값 상승 기대감이 유효하고 물량 부담이 적은 대전, 대구, 광주 등 광역시의 경우 청약통장이 몰렸지만, 나머지 지역은 한 자릿수 경쟁률을 보이거나 미달 단지가 속출하며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3월 현대산업개발이 공급한 대전 유성구 ‘대전아이파크시티’는 1433가구 모집에 10만6786개의 청약통장이 몰려 평균 경쟁률이 74.52대 1을 기록했다. 앞서 1월에 GS건설과 코오롱글로벌이 분양한 대구 중구 ‘남산자이하늘채’와 반도건설의 광주 남구 ‘광주남구반도유보라’도 각각 84.34대 1, 51.1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반면 서희건설의 충남 서산시 ‘센텀파크뷰서희2차’는 39가구 모집에 단 1명만 지원하는 등 올해 지방에서 분양된 45개 단지 중 미달이 발생한 곳은 17곳에 달했다.

유관 업계 한 관계자는 “무주택자 기준이 까다로워지고 1주택자는 규제지역 아파트 청약 시 살던 집을 6개월 이내에 매각해야 한다는 ‘패널티’ 등 규제에도 불구하고 시세차익이 기대되는 곳에는 청약통장이 몰렸다”고 귀띔했다.

미계약 늘자 무순위 청약 ‘후끈’

이처럼 서울에서도 미계약이 발생하면서 청약통장 없이도 분양을 노려볼 수 있는 ‘무순위 청약’이 화두로 떠올랐다.

무순위 청약은 청약통장이 없어도 만 19세 이상이면 주택 소유 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청약통장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청약 재당첨 제한도 적용되지 않는다. 단 신청자는 해당 주택이 건설되는 지역이나 해당 광역권에 거주해야 한다. 아울러 미계약 물량을 무순위 청약으로 분양받을 때 분양권은 1주택으로 간주한다. 1ㆍ2순위 청약에서 경쟁률이 미달해 남은 물량인 미분양을 선착순으로 계약한 경우 분양권을 주택으로 보지 않는 것과 다른 점이다.

무순위 청약은 과거부터 존재해왔다. 1ㆍ2순위 청약이 끝난 후 건설사가 공지를 띄워 알아서 분양했다. 하지만 대리 줄서기나 번호표 판매, 공정성 시비 등이 끊이지 않자 정부가 지난 2월 이후 입주자 모집 공고를 낸 아파트 단지부터 미계약ㆍ미분양분을 금융결제원 주택청약시스템 ‘아파트투유’에서 청약 신청을 받도록 하고 있다. ▲미계약ㆍ미분양에 대비한 사전접수 ▲잔여가구를 추가로 모집하는 사후접수 ▲불법전매 등 공급질서 교란자의 주택을 회수해 모집하는 계약취소분 재공급 등 세 가지로 나뉜다. 

투기과열지구나 청약조정대상지역에서 분양하는 단지의 경우 미계약ㆍ미분양 물량이 20가구 이상 발생하면 의무적으로 사전 또는 사후 무순위 청약을 아파트투유에서 진행해야 하며 이외의 지역은 자율사항이다. 

지난 2월 경기 안양에서 대우건설과 삼성물산이 분양한 ‘평촌래미안푸르지오’는 659가구 중 35%에 달하는 234가구가 미계약 물량으로 나왔지만, 남은 가구를 대상으로 한 무순위 청약에 3135명 몰렸다. 같은 달 대림산업이 분양한 동대문구 ‘e편한세상청계센트럴포레’ 역시 미계약분 90가구 무순위 청약에 3000여 명이 신청하기도 했다.

지난달(3월) 11~12일 부영그룹이 공급한 경기 성남시 ‘위례포레스트사랑으로부영’은 사전 무순위 청약에 일반물량 556가구에 4배에 가까운 2132명이 몰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지난 10~11일 한양이 동대문구 공급한 ‘청량리역한양수자인192’의 경우 일반물량 1129가구에 1순위 청약자수는 4857명으로 평균 경쟁률이 4.64대 1이었지만 1순위 청약 직전에 진행한 무순위 청약에서는 약 3배에 달하는 1만4000여 명이 신청했다. 또 이달 16일 진행한 ‘홍제역해링턴플레이스’ 무순위 청약에서도 미계약분 174가구 분양에 5835명이 몰려 경쟁률이 평균 33.5대 1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최근 분양시장에는 무순위 청약에서 미계약분만 ‘줍고 줍는다’ 또는 ‘주워 담는다’는 의미로 ‘줍줍’이라는 말까지 유행하고 있다.

복잡해진 청약제도에 ‘부적격자’ 속출

한편, 청약시장에서 미계약이 늘어난 것은 청약제도 개편 이후 부적격 당첨자가 속출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해까지는 통상 전체 당첨자의 5~9%가량 부적격 당첨자가 나오는 게 보통이었으나 최근에는 10~15% 수준으로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홍제역해링턴플레이스’의 경우 419가구에 대한 청약 경쟁률은 평균 11대 1을 기록했으나 미계약 물량이 174가구나 나왔다. 이 중 개인 사정에 의한 계약 포기자 외에 상당수는 부적격 당첨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부적격 당첨이 늘어난 것은 가점제가 확대되고 1주택자의 청약이 까다로워지는 등 작년 9ㆍ13 부동산 대책에 따라 지난해 11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청약제도가 예전보다 훨씬 복잡해졌고, 특히 무주택자에게 유리한 청약 가점제 적용 물량이 늘어나면서 실수요자들이 청약시장에 몰리고 있으나 청약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은 탓에 가점 계산 등에서 착오를 일으키는 사례가 늘어났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청약을 신청할 때 청약자 본인이 직접 청약가점제의 무주택기간, 부양가족수, 청약통장 가입기간 등의 항목을 계산해야 하며 재당첨 제한 여부도 확인해야 하지만 자칫 실수하면 청약가점 계산을 실수하기 쉬워 일각에서는 ‘난수표’라는 꼬리표도 붙었다.

이에 건설사들도 부적격 당첨자 무더기 발생에 대비해 사전에 무순위 청약을 받는 방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오는 5월 서대문구 홍제1주택 재건축 일반분양을 앞둔 대우건설은 애초 계획했던 사후 무순위 청약을 사전 무순위 청약으로 바꾸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9ㆍ13 대책에서 정부가 추진하기로 한 금융결제원 주택청약시스템 아파트투유의 한국감정원(이하 감정원) 통합 이관을 서둘러 부적격 당첨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공공기관인 감정원의 새 주택청약시스템은 수요자가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하면 행정안전부와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에 주민등록 및 주택소유 정보 등 자료를 요청해 1~2일 안에 청약가점 계산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 청약자의 편의가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감정원 관계자는 “금융결제원과 청약통장, 당첨자 정보 등 이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새 주택청약시스템 개발을 거쳐 이르면 10월 새로운 청약 웹사이트를 선보이고 가동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국토부는 입주자모집공고일 이후 실제 1순위 청약에 들어가기 전 5~6일 동안 미리 청약을 해두면 1순위 청약일에 자동으로 청약에 참여한 것으로 간주하는 ‘사전 청약제도’도 운영할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청약 단계에서 시스템에서 부양가족수, 무주택기간 등을 제공하면 완벽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 부적격자 발생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도금 문턱 못 넘는 무주택 실수요자… ‘줍줍’ 하는 현금부자

일각에서는 무주택 실수요자의 청약기회는 좁아지고 있는 반면, 현금 동원이 가능한 재력가들에게 오히려 서울 시내 좋은 입지의 신규 아파트 당첨기회가 넓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9억 원 초과 주택은 원칙적으로 중도금 대출이 금지되면서 현금 동원이 가능해야 청약도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무순위 청약 물량이 몰린 ‘홍제역해링턴플레이스’의 경우 3.3㎡당 분양가가 2469만 원으로 시세에 비해 높다는 평가가 나왔던 곳이다. 전용면적 84㎡ 기준으로 계약금 등 최소 2억 원가량의 현금이 필요하다. 무순위 청약이 청약 가점이 낮은 무주택자부터 실거주 목적의 1주택자까지 다양한 사람에게 활짝 열려 있지만 따지고 보면 수억 원에 달하는 목돈을 부담할 수 있는 현금부자들이 무순위 청약에 뛰어들 수 있는 셈이다.

지난 1월 말 분양한 광진구 ‘e편한세상광진그랜드파크’에서도 현금부자 몰림 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입지는 선호 지역이지만 분양가가 주변 시세와 비슷한 데다 모든 평형의 분양가가 9억 원을 넘어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달 계룡건설이 분양에 돌입한 위례신도시 ‘위례리슈빌퍼스트클래스’ 전용면적 111㎡는 4층 이하는 9억 원 이하, 5층 이상은 9억 원을 초과해 같은 주택형 내에서도 어느 층에 당첨되느냐에 따라 대출 가능 여부가 엇갈릴 전망이다.

중도금 대출이 가능한 9억 원 이하 아파트라도 대출을 못 받을 수 있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기존의 다른 대출이 있거나 상환 능력이 없다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기준 등에 따라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이에 건설사들은 미분양을 우려해 9억 원 초과 아파트에 대해서 자체 신용으로 중도금 대출을 알선해주고 있지만, 이마저도 개인의 상환 능력이 충족되지 않으면 받지 못한다. 

전문가들은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통상 모집 가구 수의 1.8배까지 뽑는 예비당첨 비율을 규제지역에 한해 2~3배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해볼 만하다”면서 “예비당첨자는 상대적으로 가점이 높고 집이 없을 가능성이 큰 만큼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기회를 더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 지난 11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한양수자인192’ 본보기 집에 방문객들이 상담을 기다리고 있다. <제공=한양>

김필중 기자  koreaareyo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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