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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ㆍ허가 이르다” 서울시 vs “허용해라” 재건축 조합… 깊어지는 갈등
▲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인ㆍ허가와 관련해 서울시가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자 은마아파트 재건축 조합을 비롯한 일부 단지는 재건축 허가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사진은 은마아파트 전경. <사진=아유경제 DB>

[아유경제=김진원 기자] 서울시와 재건축 사업지 간의 기 싸움이 치열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인ㆍ허가와 관련해 미온적인 반응을 보인 반면, 최근 강남구 은마아파트 재건축 조합을 비롯한 일부 단지는 사업이 정체된 현 상황에 불만을 표시하며 재건축 허가를 요구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강남 은마아파트, 5번 퇴짜에 항의 집회 ‘개최’
주민 측 “재건축 심의 협상조차 진행 못 해”

강남구 은마아파트 재건축사업은 절차가 장기간 지연되자 아파트 주민들이 올해 3월부터 팔을 걷어붙이고 집회를 실시했다.

은마아파트 측은 ‘대치동 은마아파트 재건축사업 정상화 촉구 집회’란 타이틀로 주민 4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서울시청 앞에서 단체 행동을 개시하고 관할 당국의 계속되는 사업 지연을 규탄했다.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장은 “그동안 지속해서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이하 도계위) 심의 상정을 요구했으나 현 정부의 집값 상승에 대한 우려로 보류됐다”며 “더 이상 좌시하고 있을 수 없다고 판단해 집회를 벌이기로 했다”고 집회 추진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해 9ㆍ13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의 부동산시장이 진정세를 보임에도 정비계획 심의 일정이 잡히지 않자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의 한 관계자 역시 “재건축안이 계속 퇴짜를 맞으면서 집주인들 사이에서 사업이 너무 오래 지체되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진 상황”이라면서 “이익도 이익이지만 생활편의 문제가 심각한 수준으로 답답함을 느끼는 주민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2017년 8월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는 당시 지상 최고 49층 재건축을 계획했으나 도계위에서 이례적으로 미심의 조치를 받았다. 이후 서울시 층수 제한(제3종일반주거지역 기준 35층)에 맞춰 정비계획을 변경하고 같은 해 12월 열린 도계위에 다시 도전했지만 임대주택 배정 등 세부 안건들이 지적을 받으며 다시 보류됐다.

이후 추진위는 도계위 의견을 최대한 수용해 임대주택 공급 물량을 늘려 직전 정비계획(안) 800가구보다 40가구 늘어난 840가구로 2018`년 3월 도계위에 제출했지만, 또다시 고배를 마셨다.

이어서 6월 14일 추진위는 아파트 단지 층수와 임대동의 단지 출입구 위치를 재조정하고 지하철역 근처 대규모 공원 분산 배치하는 등의 새로운 정비계획(안)을 제출했지만, 서울시 도계위 소위원회는 대단지(4424가구)인 은마아파트의 검토 사항이 많다며 4번째 퇴짜를 놨다. 당시 이곳의 정비계획(안)이 서울시 도계위 등에서 네 번 연속 반려되면서 일부 소유자들은 1대 1 재건축을 추진하는 ‘은마아파트 소유자 협의회’를 출범해 단체 행동에 나서기도 하는 등 단지 내에서도 분열 조짐이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박원순 서울시장이 은마아파트 재건축 정비계획에 대한 논의가 연말부터 본격화될 것이라고 밝힘에 따라 상황은 진정되는 듯 보였다. 당시 서울시의회 제283회 임시회 시정 질문에 참석한 박 시장은 은마아파트 재건축 관련 질의에 “은마아파트 재건축 정비계획 논의가 올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본다”며 “아파트가 노후화되면 재건축 요건에 따라 진행되므로 심사를 하고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주민들의 희망과 달리 이후에도 사업 진척은 요원해졌고 설상가상으로 올해 2월 20일 도계위에 은마아파트의 정비계획(안)이 상정조차 되지 않으며 5번째 퇴짜를 맞자 은마아파트 측이 곧바로 집단행동을 예고하기도 했다. 최근까지 부처 인사 문제로 안건 상정이 다시 지연되는 상황이 계속되자 폭발한 주민들이 집회를 연 것이다.

은마아파트의 한 주민은 “서울시가 원하는 대로 초고층(49층) 건축 계획안도 수차례 수정하고, 계속되는 정비계획 변경 요청에 최대한 열심히 답했는데 지금 재건축 심의 협상조차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것은 ‘갑질 행정’이다. 41년이 다 돼가는 아파트에서 언제까지 노후화된 환경을 버틸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잠실주공5단지 “서울시 약속 이행해야”
여의도단지 역시 반려 줄이어… 박원순 시장 “시장 더 안정돼야”

서울시와 갈등을 빚고 있는 단지는 또 있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역시 주민들이 재건축 심의를 촉구하는 시위를 이어가며 불만을 표출했다.

이달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사랑채 앞에서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조합원들은 재건축사업 정상화를 촉구하는 소규모 집회를 진행했다. 현장의 집회 참가자들은 ‘재건축해서 하루라도 살다 죽게 하라’, ‘주민 갈등 조장하는 서울시는 각성하라’, ‘이 핑계, 저 핑계, 서울시 언제까지 핑계만’ 등이 쓰인 손팻말을 흔들며 항의했다.

집회에 참가한 한 조합원은 “서울시는 인ㆍ허가에 대해 기다리라고만 하고 있다”며 “국제설계공모를 진행하면 재건축을 하게 해주겠다는 약속을 속히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78년 입주한 잠실주공5단지는 지상 최고 50층 6401가구 규모의 매머드급 단지로 시는 한강변 입지와 대단지 특성을 살려 국제설계공모를 조합 측에 제안한 바 있다. 조합도 서울시 요구대로 공모를 통해 지난해 설계안을 채택했지만 이후 서울시 수권소위원회 상정이 지금까지 보류되고 있다.

앞서 이달 9일 잠실주공5단지 조합원 1000여 명은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시의 행정 절차를 규탄하는 집회도 진행했다. 조합은 오는 5월에도 집회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정복문 잠실주공5단지 조합장은 “박원순 시장과 만나 국제설계공모를 진행하면 빠르게 심의를 내주겠다고 약속했다”며 “이제는 서울시가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용산ㆍ여의도 마스터플랜’의 무기한 보류로 양천구 목동신시가지아파트, 마포구 성산시영아파트 등을 비롯한 여의도아파트 단지들의 정비계획(안) 역시 잇따라 반려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박원순 서울시장은 아직 부동산시장이 충분히 안정되지 않았다며 압구정 등 강남 재건축에 신중한 자세를 유지했다.

박 시장은 지난 17일 서울시의회 임시회에 출석해 성중기 자유한국당 시의원이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재건축 허가를 촉구하며 질의하자 “실제 부동산 안정이 충분히 이뤄졌다고 보지 않는다”고 답했다.

성 의원은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강남문화의 상징이었지만 47년이 지난 지금은 낡고 위험한 아파트”라며 “(정부 정책 등으로) 전반적인 집값이 안정됐다. 주민들이 지금까지 정책에 협조하고 고통을 감수했으면 된 것 아닌가”라는 물음에 박 시장은 “제가 말 한마디 잘못하면 내일 신문에 난다”면서 부동산 안정이 더 필요하다는 태도를 고수했다.

이어 박 시장은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신도시 하나에 버금가는 광대한 면적을 갖고 있어서 여러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 충분히 소통하고 협력해가야 한다”며 “열 손가락 중에 안 아픈 손가락은 없다. 일부러 압구정 일대 노후 아파트를 그대로 두거나 (재건축을) 늦춰야 한다는 생각은 없다. 합리적 대안을 빨리 만들겠다”고 대답했다.

한편,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재건축사업으로 인해 다시 시장이 과열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시각과 아직은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기에는 위험하다는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추후 서울시와 재건축 조합이 극적인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진원 기자  qkrtpdud.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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