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칼럼 서경호 변리사의 특허이야기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시행에 즈음하여
▲ 서경호 지브이특허법률사무소 파트너 변리사 / 아유경제 편집인

2018년 12월 7일 국회에서 이른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는 「특허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이 제도는 특허침해에 따른 손해 배상액을 3배까지 증액할 수 있다는 내용에 관한 것으로서, 오는 7월 9일부터 시행된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기업들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칠지는 아직 알기 어렵지만, 특허권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점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따라서 특허에 관심이 있거나 특허에 조금이라도 연관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새로 시행되는 이 제도에 대해서 한 번쯤 살펴보고 지나갈 필요가 있다.

1. 특허권과 손해배상청구권

특허권을 누군가가 침해한 경우, 특허권자는 자신의 권리가 침해되었으므로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이유로 침해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특허법」 제128조제1항). 이러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우리 「민법」 제750조에 기초한 것이다. 「민법」 제750조에 따르면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특허에 대입하면, 침해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하여 특허권 침해(위법행위)가 이루어지고 특허권자에게 손해를 가한 침해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간단한 논리이지만 실제 다툼이 발생하면 누가 이것을 입증할 것인지로 인하여 조금 더 복잡해진다. 「민법」 제750조에 기초한 손해배상청구권은 기본적으로 피해자가 ①가해자에게 ‘고의 또는 과실’이 있었음 ②가해자의 ‘위법행위’가 있었음 ③그로 인해 피해자에게 어떤 ‘손해’가 발생하였는지를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특허의 경우 특허권자가 위 요건을 모두 입증하기 어렵다는 점을 반영하여 「특허법」에 특별규정을 두고 있다. 예를 들어 ①특허의 침해가 있다면 침해자의 ‘과실’이 있다고 추정(제130조) ③손해액이 얼마인지 추정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제128조) 등 법원이 손해액 산정에 필요한 자료를 제출하도록 침해자에게 명령할 수 있다(제132조). 따라서 특허권 분쟁이 발생할 경우 특허권자에게는 비교적 가벼운 입증 부담이 지워진다.

「특허법」 제128조에는 특허권자가 입은 손해액이 얼마인지 산정하는 방식이 기재되어 있다. 기본적으로 [침해자의 판매 개수 X 특허권자가 판매한 경우의 단위 수량당 이익액 = 손해액](제128조제2항)으로 하지만, 계산된 손해액이 [(특허권자가 판매할 수 있는 수량-실제 판매한 수량) X 단위 수량당 이익액]을 넘을 수 없다(제128조제3항). 즉, 침해자(가해자)가 아무리 침해물건을 아무리 많이 판매하더라도 특허권자가 판매할 수 있었던 범위 이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이러한 규정(「특허법」 제128조제3항)에서도 나타나듯이 「특허법」에도 피해자(특허권자)가 손해를 입은 한도에서만 보전해주겠다는 「민법」상 손해배상청구권의 기본 취지가 녹아 있다.

2.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과거 한국은 다른 나라의 기술을 따라가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하여 특허권 보호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주요 기술에 대한 특허권자가 주로 외국 기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다. 여전히 외국 기업이 주요 기술 특허권을 가진 경우가 많지만, 현재 한국은 연구 개발 투자액이 다른 나라에 뒤처지지 않을 만큼 큰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한국이 비록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이루고 있지만 기술 개발은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에서도 이루어지며, 한국의 산업이 질적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기술개발을 하는 중소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시점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앞서 살펴본 손해배상액의 산정 방법은 중소기업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시장에서 판매할 수 있는 능력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만약 그 차이가 크다면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특허를 침해하더라도 중소기업이 판매하지 못한 만큼의 손해만 배상해주어도 되므로, 침해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이익을 취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장래에 커질 시장에서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밀어내는 것 또한 가능하게 된다.

또한 실제 특허권 침해에 따른 배상액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점도 중소기업의 보호와 연관되어 지적되기도 했다.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위하여 소송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드는데, 자본이 적은 중소기업에게는 특허권자로서 자신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소송을 진행하는 것 자체가 부담될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의 특허소송에서 실제 배상된 금액을 살펴보면, 1997년부터 2017년까지 우리나라의 특허침해소송에서의 손해배상으로 판결된 금액의 중간 값은 6000만 원이었다. 동일기간 미국에서 특허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액의 중간 값은 약 65억7000만 원인 점에 비하면 매우 적은 금액이었다. 이러한 금액의 차이는 물론 미국이 한국에 비하여 시장규모가 큰 이유로 인한 것이기도 하겠지만, 그러한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특허권 침해에 따른 배상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러한 지적과 더불어 최근 중소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시대적 흐름과 정치적 요구에 응답하여 「특허법」 제128조에 제8항과 제9항이 신설되었다. 제8항에 따르면 ‘고의’로 특허권을 침해하면 특허권 침해로 인한 손해액이라고 인정된 금액의 3배까지 배상액을 정할 수 있다.

이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손해를 입은 한도에서만 배상해주겠다는 취지를 유지해오는 우리나라에서 매우 예외적인 입법이라고 할 수 있으며, 거기에는 중소기업을 보호하고자 하는 배경이 있다.

3. 특허침해가 발생한 경우 경고장의 역할

이번에 도입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에 따른 배상액의 증액은 특허침해가 있다고 무조건 적용되는 것은 아니며, 침해자가 ‘고의’로 침해했어야 한다. 즉, 침해라는 것을 알고도 침해했어야 한다. 전술한 바와 같이 특허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침해자가 ‘고의 또는 과실’로 특허권을 침해했다는 점을 특허권자가 입증해야 한다. ‘고의 또는 과실’ 중에서 「특허법」은 침해가 ‘과실’이라는 점만 추정(제130조)해주고 있으므로, ‘고의’로 침해하였다는 것은 여전히 특허권자가 입증해야 한다.

특허권자가 침해자의 ‘고의’를 입증하기 위하여 실무적으로 많이 이용될 수 있는 것이 경고장이다. 특허권자가 침해자에게 경고장을 보낸다면 침해자는 그러한 경고장을 받은 뒤부터는 특허권의 존재를 아는 상태가 되므로, 경고장을 받은 이후의 특허권 실시에 대해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고의가 있다고 받아들여질 수 있으므로, 앞으로 침해문제에서 경고장의 역할이 더 커질 것으로 예측해볼 수 있다. 다만 판례에 따르면, 침해자는 그러한 경고장을 받은 후 신중하게 전문가의 자문을 구하고 그 자문에 따라 정직하게 행동한 경우에는 고의가 인정되지 않을 수도 있으므로, 경고장을 받은 입장에서도 이를 적절히 대처하는 방법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서경호 변리사  koreaareyou@naver.com

<저작권자 © AU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