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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절벽’에 폐업 증가… 시름 깊어지는 공인중개사들
▲ 최근 부동산 거래량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문을 닫는 공인중개사사무소가 늘고 있다. <사진=아유경제 DB>

[아유경제=김필중 기자] 부동산시장의 거래절벽이 계속되면서 문을 닫는 공인중개사들이 늘고 있다. 지역별로 폐업이 개업보다 더 많은 경우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업황 부진에 따른 먹거리 감소, 경쟁 심화, 추가 비용 등으로 공인중개사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주택시장 침체로 ‘개업’ 줄고 ‘폐업’ 늘어

이달 2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 공인중개사 신규 개업 건수는 1520건으로, 2015년 이래로 같은 달과 비교했을 때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4년간 4월 공인중개사 신규 개업 건수는 꾸준히 상승세를 보였다. 2015년 1676건, 2016년 1692건, 2017년에는 1762건이었고 지난해에는 1941건이었다. 그러다가 올해 들어서는 1520건으로 작년 대비 21.6%가 감소했다.

반면 올해 공인중개사 폐업 건수는 매달 1200건 이상을 유지 중이다. 지난 1월 1403곳이 폐업 신고를 한 데 이어 지난 2월(1212건), 3월(1377건), 4월(1425건)을 기록하고 있다.

보통 전년도 공인중개사 시험 합격자가 이듬해 초에 개업하면서 1~2월 개업 공인중개사가 많이 늘어나는 ‘연초 효과’가 있다. 하지만 올해는 개업도 평년보다 많지 않은 데다 폐업은 증가하고 있다.

공인중개사협회 등록 회원은 ▲2014년 8만6230명 ▲2015년 9만1130명 ▲2016년 9만6117명 ▲2017년 10만1965명 ▲2018년 10만5363명으로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공인중개사 폐업 건수가 1423건으로 개업 건수(1344건)를 앞지른데 이어 12월에는 개업 1639명, 폐업 1808명으로 그 격차가 더욱 뚜렷하게 벌어졌다. 문 닫는 공인중개사사무소가 개업하는 곳의 숫자를 넘어선 것은 2013년 12월 이후 6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9ㆍ13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대출규제, 과표 인상, 양도소득세 강화 등으로 부동산시장이 침체하면서 거래량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거래가 끊기자 개업자와 폐업자 수 간 격차가 좁혀지고 결국 역전이 나타난 것이다.

국토교통부(장관 김현미ㆍ이하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4월 주택매매 거래량은 5만7025건으로 전년 동월(7만1751건) 대비 20.5% 감소했다. 5년 평균(8만9425건) 거래량과 비교해도 36.2% 적은 수치다. 연도별 4월 누계 주택매매 거래량을 살펴보면 올해는 20만2112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 30만4579건보다 33.6% 줄었다. 5년 평균치인 31만5426건과 비교하면 35.9% 감소했다.

공인중개사협회는 지난 4월 전국 23개 지부 가운데 총 10곳에서 폐업이 개업보다 많았다고 밝혔다. 폐업이 개업보다 많았던 지부 숫자가 월별로 1월 3곳, 2월 5곳, 3월 5곳이었다가 지난 4월에 급증했다. 서울 서부ㆍ남부, 부산, 인천, 울산, 경기 서부, 강원, 충북, 경북, 경남에서 폐업이 개업보다 많았다. 올해 1∼4월 전국 공인중개사 개업자 수는 6597명, 폐업자 수는 5416명으로 집계됐다.

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통상 하반기로 갈수록 개업이 줄고 폐업이 늘어난다는 점에서 조만간 폐업이 개업을 앞서는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공인중개사 뛰어드는 2030은 ‘증가’

이 같은 상황에서도 공인중개사 시험 응시자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치러진 공인중개사 1차 시험 접수자는 총 19만6939명이었다. 매년 접수자가 늘어 2013년(9만6279명) 대비 5년 만에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특히 중장년층이 주류를 이뤄 일명 ‘중년 고시’로 불렸던 공인중개사 시험에 뛰어드는 20~30대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1차 시험에만 20대 2만2739명, 30대 5만8988명이 접수했다. 20~30대만 총 8만1727명으로 8만 명을 훌쩍 넘어 전체 응시자 중 41.5%를 차지했다. 2017년 20~30대 응시자는 7만6231명이다. 2017년보다 지난해 7.2%가량 더 늘어난 것이다.

특별한 자격 기준이 없어 누구나 응시할 수 있고 정년 은퇴가 없다는 장점 때문에 그동안 공인중개사는 50대 이상 은퇴자들의 생업으로 각광받았다. 그러나 최근 청년 취업난과 고용불안이 심해지면서 20~30대의 진출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젊은 세대들이 공인중개사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다양하다. 대학생들의 경우 창업보다 ‘스펙’을 쌓기 위한 목적이 주를 이룬다. 졸업 후 건설사, 신탁사, 시행사 등 부동산 관련 업종 입사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또 직업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는 젊은 직장인들도 늘어나고 있다.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면서 일단 자격증을 확보해 안전장치를 마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곧바로 공인중개사 사무실에 취직해 실무를 익히거나 아예 개업하는 20~30대도 최근 증가하는 추세다. 공인중개사협회 자료에 의하면 20대 남성 개업 공인중개사는 2013년 461명에서 지난해 607명으로, 20대 여성도 같은 기간 408명에서 578명으로 늘어났다.

시름 깊어지는 공인중개사들

공인중개사협회가 전국 회원 1만496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간 매출(2016년 12월 기준) 설문조사에 따르면 매출 1200만 원 미만이라고 응답한 이들은 전체의 10.8%인 1622명이고 3330명(22.3%)은 1200~2400만 원 미만이라고 답했다. 이어 ▲2400~3600만 원 3201명(21.4%) ▲3600~4800만 원 2846명(19%) ▲4800~7200만 원 2028명(13.6%) ▲7200~1억 원 944명(6.3%) ▲1억~1억5000만 원 341명(2.3%) ▲1억5000만~2억 원 109명(0.7%) ▲2억 원 이상 83명(0.6%) ▲무응답 458명(3.1%)으로 조사됐다.

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전국 협회 등록 회원은 10만 명이 넘는데 매출 빈부격차는 심각한 수준”이라며 “소득이 불규칙적인 데다 경쟁이 치열해 폐업자가 속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쟁자가 늘어나고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거래가 줄어든 상황에 남은 공인중개사들 사이에서는 살아남기 위한 출혈 경쟁이 계속되고 있다. 공인중개사들은 ‘네이버부동산’, ‘직방’, ‘다방’ 등 부동산 거래 플랫폼에 매물을 내놓기 위해 광고비를 지급한다. 경쟁 업체에 밀리지 않기 위해 노출 빈도를 높이려 더 큰 비용을 들이기도 하지만 이는 곧 수익성 저하 요인이 되고 있다.

인천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부동산시장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국민이 제일 많이 보는 플랫폼에 물건을 올려 광고하는 길뿐”이라며 “한 달에 100~200만 원은 지출해야 계약이 성사된다”고 토로했다.

이에 공인중개사협회는 2016년 야심차게 부동산 거래 플랫폼 ‘한방’ 내놓고 공인중개사들에게 적극적으로 사용을 독려했지만 홍보 규모와 인지도에서 차이가 나 경쟁에서 크게 밀리는 상황이다.

아울러 인터넷 커뮤니티의 발달에 따라 저렴한 수수료를 내세운 직거래시장도 확대되고 있다. 2011년 직거래 서비스를 시작한 부동산114의 경우 1만 건이 넘는 직거래 매물을 보유하고 있다. 최대 약점이었던 안전성을 보완하기 위해 임차인용 권리보험을 포함한 ‘안심직거래 서비스’도 잇달아 출시되고 있다. 직거래 서비스 플랫폼인 ‘피터팬의좋은방구하기’에 따르면 지난해 전ㆍ월세 직거래 계약을 체결한 이들 중 530여 명이 이 서비스를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역이 붕괴되는 현실도 공인중개사를 위협하는 요인 중 하나다. 2017년 소송전을 통해 변호사의 시장 진입은 막아냈지만, 변호사들이 별도로 세운 중개법인의 ‘최대 99만 원’ 중개수수료 정책은 영세 공인중개업자의 위기감을 높였다. 이는 중개수수료에 변호사의 법률자문비 등을 모두 포함한 금액으로, 현재 중개 수수료율이 거래금액에 따라 0.4~0.9%로 책정되는 것과는 비교된다.

부동산 스타트업 ‘집토스’는 업계에 파란을 일으킨 바 있다. 전ㆍ월세 중개를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는 집토스는 임대인과 임차인 양쪽에서 중개수수료를 받던 관행을 깨고 집주인에게만 복비를 받겠다고 나서 기존 공인중개사들로부터 큰 반발을 사기도 했다. 

중개업계에서는 업역 확장, 대형 법인화, 전문화 등 생존전략을 모색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저마다 안건으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의 문을 두드리는 공인중개사들도 늘어나고 있다. 서울 은평구에서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운영한다는 한 청원인은 “직장을 퇴직하고 개업한 지 2년이 됐지만 정부의 부동산 정책으로 수입이 전무하다”면서 “정부의 정책이 성공적으로 이어지려면 적어도 1~2년은 현 상태가 유지될 것인데 그동안 소상공인들은 버티기 어렵다. 이에 따른 부작용으로 희생되는 사람들의 생계유지를 위한 지원책을 펼쳐달라”고 토로했다.

배출된 공인중개사 42만 명… 업계 “합격자수 조절해야”

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1985년 제1회 시험부터 지난해 제29회 시험까지 배출된 공인중개사는 총 42만2957명이다. 제4~10회까지 격년제로 이뤄지던 시험은 이후 매년 시행으로, 제5~9회까지 상대평가로 진행됐던 시험은 10회부터 절대평가로 전환됐다. 이에 따라 응시인원이 줄었지만 합격률은 2.5배 이상 증가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제13회 시험에 15만9795명이 응시했을 당시 합격률은 12%였는데, 제27회 시험에는 7만1829명이 응시해 합격률이 31.1%에 달했다.

공인중개사협회는 합격자수 조절의 일환으로 매회 선발 최대 인원을 사전에 확정하는 방안 등을 국회, 국토부 등에 제안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거론되는 인원은 1년에 5000명 안팎이다. 또 선발 방식을 다시 절대평가에서 상대평가로, 시험의 주기를 연간에서 격년으로, 시험과목을 5과목에서 경ㆍ공매 실무나 부동산 금융 등을 추가한 7과목으로 조정하는 내용 등도 건의 대상이다. 시험방식도 1ㆍ2차를 동시에 보는 방법을 없애고 분리해 보는 방식만 남기는 것도 거론된다.

박용현 한국공인중개사협회장은 “극심한 거래절벽을 겪고 있는 부동산중개업계의 현실은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해있다”면서 “공인중개사의 위상 강화 등을 위해 현재 시행되고 있는 공인중개사 합격자수 조절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주택문화연구원 관계자는 “경제불황과 은퇴자 증가로 공인중개사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공인중개업계는 포화상태에 다다랐지만, 부동산 직거래와 스타트업 플랫폼 증가로 수익은 줄고 거래마저 얼어붙어 한 달에 1건도 계약하지 못하고 폐업하는 공인중개사들이 늘고 있다”며 “이 같은 상황에 정부는 공인중개사 수수료 합리화를 위한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어 수수료 인하 압력도 거세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필중 기자  kpj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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