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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수돗물’, 재건축사업 추진 돌파구 될까?

[아유경제=서승아 기자] 최근 인천광역시에 이어 서울 영등포구 일대에서도 일명 ‘붉은 수돗물’ 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붉은 수돗물이 재건축사업 추진에 힘을 실어줄 수도 있다는 업계의 목소리가 나와 관심이 집중된다.

붉은 수돗물 사건으로 다시 시민들이 맑은 수돗물을 마시기 위해서는 노후 수도관을 교체해야 하는데 철거 후 새로운 건물을 짓는 재개발ㆍ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을 요구하는 주장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붉은 수돗물, 인천시에 이어 영등포구도 ‘발생’… 수도관 노후화 ‘재조명’

12일 업계 소식통 등에 따르면 최근에 발생한 붉은 수돗물로 인해 옥내 수도관 교체를 위한 철거 개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지난달(6월) 발생한 붉은 수돗물 사태는 최종적으로 가정으로 들어가는 급수관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수돗물 원수의 공급 방향이 바뀐 것에 따라 유속이 빨라지며 늘어난 침전물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이후 오염된 수돗물에 대한 경계 심리가 커지자 그동안 필요성이 언급되지 않았던 가정 내 수도관 부식 및 노후화에 대한 점검과 교체가 강조되고 있다.

지난 정부 때 국토교통부는 활기를 보이지 못하는 건설 경기 및 재건축사업의 활성화를 불어오기 위해 녹슨 수돗물 등 생활 불편 여부를 판단하는 ‘주거환경’을 40%로 정해 재건축 안전진단을 진행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2018년 2월 재건축 안전진단에서 ‘주거환경’ 요소의 비중은 크게 줄고 무너질 위험성을 판단하는 구조안전성이 50%로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취수장에서 각 가정까지 연결되는 상수도 급수 체계에서 아파트 공용급수관을 타고 각 가정으로 연결하는 수도관은 보통 집주인이 직접 교체해야 한다. 서울시는 오세훈 전 시장이 재임하던 2007년부터 노후 주택의 수도관 교체를 위해 가정마다 최대 150만 원을 무상으로 지원한 바 있다.

서울시 지원 대상은 1994년 이전 건립된 주택이 해당한다. 정부가 이때부터 부식이 잘되는 아연도 강관을 수도관으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녹이 잘 슬지 않는 구리(銅)관으로 시공하도록 법제화했기 때문이다. 아연도 강관으로 옥내배수관을 설치한 건물은 수도관 교체사업에서 서울시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이 사업으로 서울시의 경우 약 33만 가구가 옥내 노후 배수관을 교체했고 당초 노후 배수관 교체 지원사업은 2015년까지 운행될 예정이었지만 서울시는 이를 올해까지 연장했다. 

재건축 안전진단 평가 시 ‘감점’ 우려
업계 “생활 속 민감한 문제로 재건축 압박 요소 될 것”

그런데 문제는 아파트다. 아파트에서는 각 동 건물 내부에 설치한 급수관을 타고 가정으로 수돗물이 들어간다. 각 가정의 수도관은 교체할 수 있는 건물 내부 수도관은 오래된 아파트의 경우 시멘트에 묻혀 있는 경우가 많아 급수관 교체를 위한 시공이 어렵다. 

특히 예전에 지어진 아파트는 각 동마다 따로 급수관이 있지 않고 대부분 단지 전체와 연결되는 공용급수관을 사용한다. 이 때문에 주민 전체의 동의를 받아야 시공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노후 아파트 가운데 시 지원사업으로 아파트 단지 전체가 배수관을 교체한 단지는 많지 않다는 게 서울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노후화 아파트 주민들의 재건축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서울시가 재건축 사업시행인가가 난 단지가 아니면 노후 급수관을 교체하도록 지원하지만, 급수관을 교체하면 재건축 필요성이 줄어든다는 점 때문에 주민들은 꺼리고 있다.

실제로 취재 결과, 재건축 추진위 단계이거나 추진위가 없는 30년 이상 단지도 굳이 사업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단지들이 다수인 것으로 파악됐다. 게다가 재건축 조합설립인가를 받는 경우 단지는 사업이 발 빠르게 진행돼 철거가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되기 때문에 지원을 해준다 해도 가구당 200만 원 넘게 소요되는 배수관 교체를 굳이 하려고 하지 않는 상황이다.

도시정비업계 전문가는 “급수관을 교체하면 재건축 안전진단을 통과하고 정비구역을 지정할 때 감점 요인이 되기 때문에 더더욱 급수관 교체에 나서려고 하지 않는다”라며 “다만 노후 수도관은 국토교통부가 고시한 재건축 안전진단 평가 기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기 때문에 녹슨 수돗물을 먹게 되더라도 재건축 안전진단에서 더 유리한 판정을 받는 것은 아니다”라고 조언했다.

즉, 수도관을 교체하더라도 안전진단에서 불리한 것은 아니다. 재건축사업은 안전진단에서 철거까지 아무리 속도전에 돌입해도 통상 7~8년은 소요되기 때문에 주민들이 그 시간 동안 급수관을 교체하지 않고 불편을 감수해야 하기는 버거울 수 있다.

다만 재건축 안전진단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인식과 어차피 철거할 아파트에 비용을 들이기에는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재건축 단지 주민들은 급수관 교체에 부정적인 생각을 한다. 이를 방증하듯 단지 전체 급수관을 교체한 아파트 단지는 대부분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초반에 입주한 곳이며 재건축 가능성이 큰 1980년대 중반 이전 입주한 단지는 많지 않다.

강남구에서는 1984년 입주한 개포동 경남아파트가 단지 전체의 옥내 급수관을 교체했다. 재건축사업을 약 20년간 추진 중인 대치동 은마아파트나 잠실주공5단지의 경우 가구 내 수도관을 시 지원을 받아 교체한 가정은 있지만 옥내급수관을 교체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업계 일각에서는 최근 붉은 수돗물 논란이 되레 이 같은 주민들의 인식을 바꿀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박원순 시장은 두 차례에 걸쳐 집값 상승 우려를 이유로 강남 재건축 승인을 내주지 않는 등 재건축에 우호적이지 않은 입장이지만, 생활에서 가장 민감한 물 문제가 발생하면 재건축 승인을 하지 않기만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문가의 전망도 나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녹물 수도관은 사회적인 문제가 아니라 재건축 단지 주민들이 예민하다고 여기는 정도의 문제로 간주해 사회적 파장이 크지 않았다”며 “하지만 붉은 수돗물에 대한 피해가 커짐에 따라 노후 수도관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도 집중되고 있어 서울시에 재건축을 압박하는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서승아 기자  nellstay8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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