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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경제_기자수첩] 우크라 항공기 격추 가능성 제기와 향후 전개

[아유경제=고상우 기자] 지난 8일(이하 현지 시간) 테헤란 외곽에서 발생한 우크라이나 여객기 추락이 기체 결함으로 인한 ‘사고’인지 이란 미사일에 의한 ‘격추’인지를 두고 서방 국가와 이란의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 측은 여객기가 이란의 지대공 미사일에 격추됐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누군가 실수했을 수 있다”며 미사일 오발로 인한 격추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주장에 서방 언론은 구체적 증거를 들어 힘을 실어주고 있다. CNN은 이란 레이더 신호가 사고 여객기를 추적한 정황을 포착해 “추락한 우크라이나 여객기는 두 발의 러시아산 지대공미사일에 격추됐다”고 전했다. 이란의 과실로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격추됐다는 주장이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아예 추락 원인을 ‘미사일에 의한 격추’라고 직접 언급했다. 당시 여객기에 탑승했던 캐나다 국적 희생자 63명을 염두에 둔 작심 발언이다.

반면 이란 측은 ‘자국을 겨냥한 심리전’이라고 위의 주장들을 완강히 부인하면서도 구체적 근거는 보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사고 현장에서 블랙박스 2개를 회수했지만 항공기 제조사인 보잉이나 제조 국가인 미국 측에 제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여, 조사의 신빙성에도 의구심을 떨치기 힘든 상황이 됐다.

만일 이 사건이 이란 측 주장대로 항공기 내부 결함 등에 의한 사고로 밝혀진다면, 의혹을 제기한 서방 국가에 반대하는 이란 내 반미 정서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달리 말하자면, 서방 국가 역시 이란 내 역풍을 감안한 상태에서 신빙성 높은 증거를 보유하고 사고 의혹을 제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만약 서방 국가의 주장대로 미사일 격추에 의한 확실시된다면, 이란은 국제사회에 책임을 면치 못하게 되는 동시에 자국 민심도 달래야 하는 이중의 곤경에 빠지게 된다. 미사일 오발로 자국과 세계 각국의 민간인 176인의 목숨을 앗아갔다는 책임론이 대두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의 향방에 따라 이란의 국제적 입지도 좌우될 것이다. 이와 관련해 “만일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란인이 이란 내에서 이란인을 죽인 게 된 것”이라고 발언한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발언은 현 상황을 잘 요약해주고 있다.

문제는 사건 조사 과정이 투명할지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솔레이마니 총사령관 사망으로 인해 이란 내 반미 항전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거세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란 당국이 ‘자국책임론’을 순순히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 즉 이 사고가 미사일 격추에 의한 것이든 아니든, 이란 측이 객관적이고 공정한 사고 조사를 벌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뜻이다. 

수많은 무고한 민간인이 사망했음에도 국가 간 대립 탓에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조차 기대하기 힘든 사건이 발발했다. 2020년의 출발이 암울하기만 하다. 

고상우 기자  gotengj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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