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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경제_특집] 갈 길 먼 ‘청년주택’ 조성… 짓기만 한다고 복지일까
▲ 무주택 청년들을 위한 청년주택 조성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사진=아유경제 DB>

[아유경제=조은비 기자] 정부가 2030세대 무주택 청년들을 위해 다양한 청년주거지원 제도를 마련하고, 시세보다 저렴한 값의 임대주택을 조성해 주거부담을 낮추는 등의 정책을 실행하고 있는 가운데 청년주택 조성에 대한 반발과 정책 추진에 어려움이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파른 월세ㆍ청년주택 반대’ 청년들이 둥지 틀 곳 있을까

서울에 거주하는 무주택 청년들의 살림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해 통계청에서 발표한 이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의 1인 청년가구 주거빈곤율은 2000년 31.2%에서 2010년 36.3%, 2015년 37.2%로 상승세를 보였다.

영화 ‘기생충’에서 빈부격차의 상징으로 등장했던 반지하를 비롯해 옥탑방, 고시원을 뜻하는 ‘지ㆍ옥ㆍ고’는 예전부터 청년들의 주거 문제로 대두돼왔다. 자본이 부족한 청년들이 감당할 수 있는 월세로 거주할 수 있는 곳은 물건에 곰팡이 꽃을 피우게 하는 지하방이나 창문이 없는 고시원, 난방ㆍ냉방이 열악한 옥탑방 등이 대부분이었다.

이에 더해 2018년 국토부가 발표한 ‘2017년도 주거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년층 중 본인 소유의 주택에 거주하는 비율은 18.9%에 불과했다. 나머지 81.1%는 전ㆍ월세를 전전한다는 뜻인데, 가구당 월소득 대비 월임대료가 차지하는 비율을 계산하는 RIR(Rent to Income Ratioㆍ소득 대비 주택임대료 비율)이 2016년보다 더 높아져 청년층의 주거비용 부담이 더욱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수도권 청년층을 제외한 RIR이 2016년 대비 낮아졌다는 점에서는 정부가 다양한 청년주거복지 정책을 펼치면서 무주택 청년들의 주거 사정이 일부 개선된 것으로 풀이된다.

무주택 청년에게 제공되는 정부의 정책은 ▲주변 시세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임대해주는 ‘행복주택’ ▲지하철 역세권 인근에 공급되는 ‘역세권 2030청년주택’ ▲대학생들의 주거비용 부담을 덜기 위한 ‘행복기숙사’ ▲셰어형 공공 임대주택인 ‘청년주택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다세대 주택을 리모델링해 저렴하게 공급하는 ‘청년 매입임대주택’ ▲연소득 2000만 원 이하의 청년에게 보증금ㆍ월세를 대출해주는 ‘청년전용 보증부월세대출’ ▲부족한 전세자금을 낮은 이자율로 대출해주는 ‘청년전용 버팀목 전세자금’ ▲중소기업에 다니며 연소득 3500만 원 이하인 만 19세부터 34세 청년 전세 보증금을 저금리로 빌려주는 ‘중소기업 청년 전세자금대출’ 등이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청년주택 및 청년주거복지 정책 추진 이전의 청년들이 월세가 30~50만 원에 달하는 ‘지ㆍ옥ㆍ고’에서 탈출하기 위해 악착같이 자본을 모아야 했다면, 해당 정책의 혜택을 받는 청년들은 공공임대주택 등의 거주로 월세 부담을 10~20만 원으로 낮출 수 있게 된 셈이다.

이처럼 무주택 청년들의 주거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에서 다양한 대안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지만 청년 임대주택을 공급하기로 계획된 부지에서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잇따르는 등 실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내 집 앞 NO” 지역주민 반발에 청년주택 ‘난항’

앞서 국토교통부는 서울에 7만 가구의 주택 공급을 골자로 한 ‘5ㆍ6 부동산 대책’의 일환으로 코레일이 소유하고 있는 용산 지역 정비창 부지에 8000가구의 주택을 짓는다는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일부 용산구 주민은 ‘국제업무지구 개발의 발목을 잡는다’, ‘청년주택을 짓기에는 아까운 부지’라는 등의 이유를 들며 청년주택 건설을 반대했다. 더 나아가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용산 국제업무지구 정비창 부지 임대주택 계획을 취소해달라’는 취지의 청원이 잇따라 올라오기도 했다.

“내 집 앞에는 안된다”는 님비 현상은 본래 쓰레기 소각장 등의 혐오시설이 거주지 인근에 설치되는 것을 반대할 때 발생하는 현상이었지만 최근에는 주거약자를 위한 임대주택에 대한 공격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2018년 영등포구의 한 아파트 일부 주민들은 인근에 들어설 것으로 발표된 청년주택을 ‘빈민 아파트’라고 표현한 안내문을 작성해 논란을 빚었다. 이들은 당시 ‘일조권 침해’, ‘빈민지역 슬럼화로 범죄 증가’, ‘교통혼잡’ 등의 이유를 들며 청년주택 조성에 반대했다. 저소득층 대학생을 위해 추진됐던 성북구 동소문동 행복기숙사 건설사업도 주민들의 극심한 반대로 인해 1년 가까이 공사가 지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청년주택 조성을 지역주민이 반대한 사례는 많았다. 지난해 8월 ‘서울시 빈집활용토지임대부 사회주택 공급사업 공모’에 선정된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은 서대문구 연희동에 위치한 빈집을 활용해 청년을 위한 사회주택을 지으려 했지만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당시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이 빈집을 허물고 1~2인 가구 청년 26명이 살 수 있는 주택을 조성하려 하자 지역주민들은 ‘성소수자를 위한 주택을 반대한다’는 잘못된 정보로 인한 반발과 교통 혼잡, 집값 하락 등의 이유를 들어 청년주택 조성을 반대했다.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과 민달팽이유니온 등은 서울시가 연희동 빈집 터에 청년들이 거주할 수 있는 주택을 개발한다고 발표하자 지역주민들이 교통혼잡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지역주민들이 청년임대주택 사업을 반대하는 것은 주거권 차별”이라고 토로했다. 이들은 “다른 분양주택에는 찬성하면서 청년임대주택만 반대하는 것은 주택이 아닌 사람에 대한 반대”라며 국가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은평구 불광역 근처 역세권 청년주택도 거센 반발을 받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8월 한 아파트 인근 부지인 대조동 2-9 일원을 청년주택으로 조성하겠다는 사업고시를 내고, 올해 3월부터 착공을 실시했다.

그러나 지역주민들은 주민과의 협상도 없이 서울시의 강행으로 주택이 조성된다는 점과 고층 주택으로 인한 일조권 피해 등을 이유로 들며 역세권 청년주택 조성사업을 반대하고 있다.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주변 시세와 별 다른 차이가 없는 임대주택의 월 임대료를 지적하며 ‘건축주만 배불리는 정책’, ‘진정으로 청년을 위하는 주택이었다면 반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청년주택을 공급하려는 부지에서 지역주민들의 반대가 잇따르자 주택 공급량은 당초 정책에 비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KDB 미래전략연구소에 따르면 2018년부터 공급되기 시작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청년매입임대주택은 지난해까지 서울 지역에 약 500가구가 공급됐고, 서울주택도시공사(SH)의 희망하우징은 1123가구가 공급되는 데 그쳤다.

당초 서울시도 역세권 청년주택사업을 통해 2022년까지 8만 가구 규모의 소형주택을 보급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에 비해 지난 3년간 역세권 청년주택의 보급 실적은 약 1만5000가구 공급에 그쳤다.

한편, 지역주민들이 청년주택의 도입을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로는 ‘집값 하락’이 꼽히고 있다. 하지만 2017년 3월 한국주택학회 학술지 ‘주택연구’에 게재된 ‘행복주택이 인근 주택가격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송파구 삼전동, 서초구 내곡동, 구로구 천왕7단지, 강동구 강일11단지에 조성된 행복주택 주변 아파트 실거래가격(2012년 1월~2016년 7월)을 이중차분법으로 조사한 결과 행복주택 반경 250m 이내에 있는 인근 지역 아파트는 사업승인 이후 250~1500m 떨어진 외부지역 아파트에 비해 약 6.5% 상승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차분법은 정부 정책의 영향이 발생했는지 아닌지를 추정하기 위해 정책의 영향을 받는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을 구분하고, 정책 시행 전후 두 그룹의 변수값 변화를 분석하는 방법을 뜻한다.

이름만 청년주택? 실효성 논란ㆍ문제 제기 잇따라

어렵사리 자리를 잡은 청년주택에 대해서도 보급시스템과 관련해 많은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서울 지역에 공급된 일부 역세권 청년주택에서는 임대주택에 당첨됐던 청년들이 계약을 대거 취소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시세 대비 월세가 저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에 따르면 취소 사례가 대거 발생했던 성동구 용답동 장한평역 인근에 위치한 역세권 청년주택은 민간임대(일반공급) 전용면적 14㎡ 기준 보증금 3800~4900만 원에 월세가 34~39만 원을 차지했다.

하지만 역세권 청년주택 민간임대 특별공급의 경우 1순위 입주 대상은 월소득 270만 원 이하 청년으로, 경제 여건 상 서울시에서 제공하는 보증금 지원을 받더라도 나머지 보증금을 직접 마련하기가 어려운 실정이었다. 은행권 대출을 받더라도 최대 3.7%에 달하는 은행권 이자율을 감당하기에는 부담이 됐을 것으로 파악된다. 결국 1순위 입주 대상 청년들은 모집 미달이 됐고 청년주택의 혜택은 월소득 540만 원 이하에 해당하는 2순위 입주 대상에게로 넘어갔다.

종로구 숭인동에 베니키아호텔을 개조해 마련된 역세권 청년주택은 월세 32~38만 원에 옵션 비용 약 30만 원을 추가한 높은 임대료를 요구했다가 입주 대상 200여 가구 중 180여 가구가 입주를 포기하는 사태가 벌어지자 뒤늦게 모든 옵션을 철회한 바 있다.

이 외에도 청년들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미달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서대문구 충정로에 위치한 역세권 청년주택은 생활 필수 가전인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등이 설치돼있지 않아 미달됐다. 「건축법」상 역세권 청년주택은 용도가 아파트로 지어지고, 공공ㆍ민간사업 구분 없이 풀옵션이 의무사항이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

또한 서교동 역세권 청년주택의 경우에는 전용면적 37㎡ 셰어(Share)형이 미달됐는데, 함께 거주할 사람을 무작위 추첨을 통해 선정한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서울시가 역세권 청년주택에서 장기간 공실이 날 경우 예외적으로 입주자격을 완화하는 조치를 취하면서 청년들의 주거 빈곤을 해소하기 위해 지어진 역세권 청년주택이 유주택자들에게 공급되는 아이러니한 상황까지 벌어졌다.

또한 청년을 위해 건설됐지만 실제 청년이 들어가 사는 비중이 적어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충정로역 인근에 조성된 청년주택은 총 499가구 중 10%인 49가구만이 청년 및 신혼부부에게 제공됐다.

강변역 인근 청년 임대주택은 총 84가구 중 18가구만이 청년ㆍ신혼부부에게 공급됐으며 2ㆍ6호선 합정역은 1121가구 중 199가구가, 5호선 장한평역은 170가구 중 22가구, 1ㆍ6호선 동묘앞역은 238가구 중 31가구에 불과해 사실상 ‘보여주기 식’ 복지정책이 아니냐는 비난을 받았다.

이 같은 논란에 관해 서울시 관계자는 “시가 민간 사업자가 운영하는 모든 사업장을 관리하기 어려운 데다, 사업자의 수익보장 등 여러 가지 변수를 다양하게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 측은 청년주택 공실, 주거비용 부담 등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올해 10곳(쌍문ㆍ노량진ㆍ등촌ㆍ화곡ㆍ휘경ㆍ창전ㆍ염창ㆍ용산ㆍ서초ㆍ구의)에 달하는 지역에 역세권 청년주택을 추가 공급하겠다는 방침이다.

조은비 기자  qlvkba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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