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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경제_기자수첩] 김정은 사과, ‘한국에 도움 요청’으로 읽혀

[아유경제=고상우 기자] 북한이 연평도 실종 공무원 피살 사건 사흘 만에 이례적인 사과의 뜻을 보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무오류의 1인 수령 체제에서는 나오기 힘든 표현이다.

70년 넘는 세월동안 북한은 자국과 지도부에 극히 위협이 될 거라는 명백한 판단이 섰을 때에만 사과를 했다. 한번은 1976년 판문점 도끼만행사건 때다. 북한군이 미국 장교 2명을 사살하자 미국은 군사적 대결을 불사하며 북한을 압박했고, 김일성 주석은 유엔(UN)군사령관에게 사과했다. 다음은 2002년 일본 고이즈미 전 총리가 방북해 납치자 문제를 항의한 것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일본인 납치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이 대표적인 예는 군사적 충돌이 염려됐다는 점, 극심한 경제난 타개를 위해 일본과의 경제 교류를 바랐다는 점에서 그 배경을 찾을 수 있다.

반면 이번 사과는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북한은 이전에도 수많은 비상식적 도발 행위를 거듭해왔지만 책임을 인정하지 않거나 ‘유감을 표한다’는 형식적인 표현 정도로 무마했다. 이번 사건에는 북한이 왜 사과를 했을까.

현재 북한이 내부적으로 매우 취약한 상황이라는 전문가들의 진단을 감안할 때, 그 상황은 자체 해결이 불가능해 한국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할 정도일 수도 있다. 그리고 북한 지도부측은 이번 총살 사건이 한국으로부터 도움을 받는 데에 걸림돌이 됐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방역을 국운이 걸린 문제로 인식했다. 방역 보건 물자가 전무한 북한으로서는 중국 간 무역창구를 봉쇄하면서까지 달성해야 할 필수 목표였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이번 총살 사건은 북한의 과잉 방역 대응이 낳은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북측의 대응이 ‘사체 훼손’이라는 극단적 인명 경시로 이어진 점도 이같은 열악한 방역 상황을 반증한다.

또한 서훈 국가안보실장은 25일 북측의 조선노동당 명의로 온 통지문을 발표하면서 남북 정상 간 오갔던 서신 내용도 함께 공개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주고받은 친서에는 홍수 피해와 코로나19에 대한 상대측을 향한 염려의 내용이 주를 이뤘다. 불과 지난 6월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까지 강행하며 남북 관계를 경색시켰던 점을 감안할 때, 해당 서신은 김 위원장이 남북 교류에 뜻을 내비쳤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실제 양측 간 교류의 뜻이 오갔는지, 진행된다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지는 아직 밝혀진 바가 없다. 국내 여론이 이를 순순히 받아들일지는 더욱 불투명하다. 그러나 적어도 북측이 대결구도 대신 남북 교류 분위기에 호응하려는 제스처를 취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앞서 ‘종전 선언’을 내걸어 여론의 비판을 받았던 문 대통령의 UN 총회 연설도 이같은 배경에서 이해될 수 있다. 만약 교류가 있다면 북한 홍수 피해로 인한 대북 식량 지원, 코로나19와 관련한 방역 지원일 가능성이 높다. 김 위원장의 사과에서 진정성을 파악할 길은 없으나, 북한 내부의 취약성은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북한의 이례적인 사과는 ‘도움 요청’이라는 의도로 읽힐 여지가 충분하다.

고상우 기자  gotengj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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