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기자수첩
[아유경제_기자수첩] 급식판이 놓인 아이의 무덤

[아유경제=조은비 기자] 아이의 무덤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두고 간 갖가지 선물들이 수북하게 쌓여있었다. 선물에는 토끼 인형, 곰돌이 인형, 옷가지, 동화책, 각종 장난감과 꽃다발 등 아이가 좋아할 법한 물건들이 가득했고, 밥과 반찬, 국이 정성스레 담긴 급식판까지 놓여있었다.

정인이 사건은 우리에게 큰 충격을 불러일으키는 사건이었다. 2019년 6월 10월에 태어난 정인이는 양부모에 의한 아동폭력으로 인해 지난해 10월 끔찍한 부상을 입고 숨을 거두었다.

정인이는 태어나 위탁모에게 맡겨져 8개월가량 따뜻한 보살핌 속에서 자라났다. 이후 지난해 2월 한 부부에게 입양되면서부터 사망에 이르기까지 254일 동안의 고통스러운 시간이 펼쳐졌다.

그동안 정인이에 대한 아동학대 신고는 3차례에 걸쳐 접수됐었다. 어린이집 선생님들은 몸에서 지속적으로 멍 자국이 발견되는 정인이를 보고 의아하게 여겨 같은 해 5월 29일 강서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했지만, ‘다리 마사지를 해준 것’ ‘아이가 아토피가 있어 피부를 긁은 것’ 이라는 양부모의 진술로 인해 끝내 아동학대 혐의가 없다는 결론이 났다.

2번째 신고는 1차 신고가 있고 약 1달 뒤인 6월 29일 양부모의 지인에 의해 제기됐다. 신고자는 당시 아동이 차에 방치되는 모습을 봤다며 신고했지만 경찰은 최종적으로 아동학대 혐의가 없다는 같은 결론을 냈다.

마지막 3번째 신고는 정인이가 사망하기 20일 전인 9월 23일 한 소아과 원장에 의해 보고됐다. 아동의 영양 상태가 부족하고, 몸무게가 적은 것에 학대 의혹을 제기했는데, 정인이의 몸무게는 입양 당시 8.9kg을 기록하고 입양 직후 9.4kg으로 늘어났다가, 당시 8.5kg으로 대폭 줄어 생후 5개월 수준인 몸무게를 보인 것으로 기록됐다.

하지만 양부가 아동 입안의 상처로 인해 음식물 섭취가 어려웠다는 설명을 전하면서, 아이를 살릴 수 있던 마지막 신고마저 무산됐다. 아이는 그렇게 서서히 메말라갔고, 결국 지난해 10월 13일 머리뼈 골절, 복부 장기 파열, 갈비뼈 수차례 골절 등의 부상을 입고 사망했다.

사실 우리는 이와 유사한 끔찍한 아동학대 사건을 반복해서 접해왔다. 아직 자신에게 가해지는 폭력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판별조차 하지 못했을 어린 아이들에게 쏟아지는 폭력이기에 더욱 잔인하고, 대부분 가정 내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외부에서 알아차리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이 보이지 않는 지옥에서 고통받았던 정인이에 대한 안타까움은, 그 무덤에 쌓인 수많은 선물을 통해 짐작해볼 수 있다. 살아있을 때 쥐여주지 못했던 맛있는 음식과 재미난 장난감들. 그것을 정인이의 손에 쥐여줄 수 있기까지, 우리 사회의 인식과 시스템 및 법안 등이 얼마나 바뀌어야 할까. 지금도 어디선가 목숨을 구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을 그 작은 손을 잡아주기 위해, 아동폭력을 조기에 발견하고 단호하게 대응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조은비 기자  qlvkbam@naver.com

<저작권자 © AU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조은비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