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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경제_기자수첩] “카카오톡 프로필ㆍ연락처 9명 분 보내주세요”… 불법 사금융의 세계

[아유경제=권서아 기자] 불법 사금융의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된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수습기자 1개월이라는 딱지 붙기도 전, 느닷없이 반려견의 수술비를 장만해야 할 일이 있었다. 첫 월급을 받기도 전에 말이다. 그렇게 알게 된 불법 사금융의 세계를 독자에게도 알리려고 한다.

연예인을 사칭한 대부업자. 그리고 ‘지인 프로필ㆍ연락처 전송’과 ‘일주일 만에 금리 100%’를 감당해야 하는 대출 당사자. 크게 요약하면 이렇게 볼 수 있다.

알게 된 발단은 이러했다. 한시가 급한 만큼 네이버 검색창에 ‘개인대출’을 쳤더니 ‘대출 플랫폼 1위’ 사이트가 등장했다. 네이버에서 ‘파워링크’로서 맨 상단에 뜨는 사이트인 만큼, 믿을 만하다 생각했으나 오판이었다.

대출 신청 글 하나를 올리니 한 시간 안에 10명의 대부업자에게서 우르르 연락이 왔다. 그렇게 몇 명과 대출 상담을 이어갔고 이 세계의 진상을 알 수 있었다.

첫 대출 상담자는 김남길이었다. 물론 연예인을 사칭한 대부업자였다. 이름도 김남길, 프로필도 김남길 사진이었다. 처음 대출을 하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생각에 본명이 김남길이냐고 물었다. 돌아오는 답변은 “어느 업체든 부르기 쉽고 기억하기 쉬운 분으로 준비한다”라는 말이었다. 이상하다고는 여겼으나 여기서부터 시작이었다.

조건이 있었다. 대출 기간은 당일 포함 7일이었고, 상환금은 이자가 100%였다. 20만 원을 빌리면 일주일 안에 40만 원을 갚아야 하는 셈이다. 이해가 되지 않아 짧은 기간 왜 이리 고금리가 적용되냐는 물음에 “비대면 믿음으로 거래를 하는거라 첫거래 시 이율은 어딜가나 똑같다”라는 답변이었다. 여기까지는 감내할 수 있었다.

마지막 조건은 잠깐 발을 디뎠던 이 불법 사금융의 세계에서 뒷걸음치게 만들었다. “카카오톡 프로필ㆍ연락처 총 9명 분 보내주세요”라는 부연 조건이 있었다. 대상은 가족과 직장동료, 지인이었다. 대화 내용도 같이 보내야 했다. 단돈 20만 원에 지인 신상 9명 분을 판매하는 셈이다.

이 한마디에 악랄하다던 불법 사금융의 세계를 간접적으로나마 목도할 수 있었다. 취소하겠다는 나의 말에 돌아오는 답변은 “다른 곳은 상담 안 받으셨죠? 모든 업계가 똑같은데, 변제만 잘하시면 문제가 없어요”라는 말이었다. 그 말이 틀리길 바랐으나 사실이었다.

두 번째부터 다섯 번째 대출 상담자 역시 똑같았다. 김남길이 가니 최민식과 변기태가 왔다. 이 역시 연예인을 사칭한 대부업자였다. 또 다른 대부업자 역시 지인 프로필을 요구했다. 이는 그간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였다.

때마침 윤석열 대통령은 ‘불법 사금융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불법 사금융 피해가 5년 만에 최대치라는 점도 새로이 알게 됐다. 기자가 겪은 이 시기와 정부에서 선포한 시기가 같다는 점은 불법 사금융에 대해 파헤칠 한 편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조금 알아보니 대표 유형은 기자가 예상한 유형과 다르지 않았다. 이달 13일 금융감독원에 의하면 불법 사금융 건수는 올해 상반기에 6784건을 기록했다. 미등록 불법 대부 업체 2561건(38%) 다음으로, 고금리 피해 1734건(25.6%), 채권 추심 902건(13.3%), 불법 광고 791건(11.7%) 등이 주를 이뤘다.

포털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문제는 이러한 불법 사금융 사이트를 검색 상단에 뜨게 하는 ‘네이버’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네이버는 불법 사금융 사이트를 대출 중개 플랫폼 1위라며 광고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포털들은 불법 사금융 사이트를 파악해낼 자정적인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다음’도 마찬가지다.

윤 대통령의 발언처럼, 이 불법 사금융의 세계는 대한민국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며 인간다운 삶을 위한 기본적 생활을 약탈하는 행위이다. 상당수는 미등록 대부 업체로, 거기에 연 5000% 이자는 기본에, 대출 당사자와 주변인까지도 노예화ㆍ인질화하며 활개치고 있다. ‘죽어야 끝난다’라는 말처럼, 원금은 갚아도 빚과 이자는 고스란히 늘어간다.

불법 사금융의 세계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어쩌면 악덕 세계를 바꿀 찰나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집요한 기자의 취재와 협조하는 포털들, 그리고 진정성 어린 금융감독원ㆍ금융위원회의 노력이 있다면 말이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뿌리 깊게 내려져 온 불법 사금융의 세계가 깨끗한 물로 정화돼 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 마음으로 취재를 해보려고 한다.

권서아 기자  seoseulgi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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