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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경제_기자수첩] 사랑했던 연인이 한순간에 살인자로… 잇따라 발생하는 ‘교제살인’ 대책 절실

[아유경제=송예은 기자] 요즘 대한민국에서는 매일 1명 이상의 여성이 친밀한 관계에 의해 살해되거나 살해 협박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여자친구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 최씨가 법정에서 범행을 미리 계획했음을 인정했다.

최씨 측은 지난 8일 “최씨가 ‘우발이 아니라 범행을 계획한 게 맞다’고 인정했다”고 전했다. 경찰에 의하면 최씨는 지난 6일 오후 강남역 근처 15층 건물 옥상에서 ‘헤어지자’는 말을 전한 여자친구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최씨는 앞서 경찰 조사에서도 범행 전 경기 화성의 한 대형 마트에서 흉기를 미리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범행 직후 최씨가 입었던 옷은 가방에 넣어둔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가 급소를 찔려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의대생인 최씨가 일부러 급소를 노린 것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지난달(4월)에는 경남 거제에서 전 남자친구에게 폭행을 당해 입원치료 중이던 여성이 사건 발생 열흘 만에 숨진 사건도 발생했다.

당시 경남경찰청은 “사건 발생 당일 경찰 조사에서 상해 사실을 인정한 점, 피해자 사망 직후 경찰의 긴급체포에 응한 점 등에 비춰 긴급히 체포할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피해자 부검 결과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어 긴급체포 영장을 승인하지 않았다.

당시 피의자는 술에 취한 상태로 전 여자친구였던 피해자의 집으로 찾아가 주먹 등으로 마구 때렸고, 뇌출혈을 일으키는 등 머리 쪽을 크게 다친 피해자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던 도중 열흘 만에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검 결과 ‘패혈증에 의한 다발성 장기부전’ 때문에 사망했다는 소견이 나왔으며 정확한 결과는 다음 달(6월) 나올 예정이다.

경찰 조사 결과, 두 사람은 고등학생 때부터 교제했으며, 헤어지고 다시 만나기를 반복하면서 폭행 사건이 일어난 날까지 모두 12차례에 걸쳐 경찰에 폭행 관련 신고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피해자 측에서 사건 발생 당일을 제외하고 11차례 모두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해 종결된 바 있다.

이와 같은 교제폭행 및 교제살인이 잇따라 발생하자 한국여성의전화가 지난 9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대책을 호소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알려진 범행만 따져도 지난해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해 살해된 여성은 138명이며 살인미수는 311명이라고 밝혔다. 이는 2.7일당 1명의 여성이 아는 남성에게 살해된 것으로 환산된다. 살인미수까지 포함하면 매일 1명 이상의 여성이 살해되거나 살해 협박을 받은 셈이다.

‘친밀한 관계의 남성’은 배우자 또는 동거ㆍ소개팅ㆍ채팅ㆍ조건만남 등으로 알게 된 남성을 말한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지난 15년간 집계한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한 여성살해(살인ㆍ살인미수 포함) 피해자 수는 3058명이라고 밝혔다.

협회 관계자는 “지난 수십 년간 현장에서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의 해결을 위한 국가 통계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으나, 여전히 국가 통계는 없다”고 비판하며 “우리는 더 이상 여성살해 통계를 발표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원한다. 국가는 여성폭력 없는 세상을 위해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고 해결을 위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교제폭력으로 검거된 피의자는 1만3939명으로 2020년 8951명 대비 55.7% 증가했다. 범죄 유형으로는 폭행ㆍ상해(9448명ㆍ67.8%)가 가장 많았고, 체포ㆍ감금ㆍ협박(1258명ㆍ9%), 성폭력(453명ㆍ3.2%) 순이었다. 지난해 교제폭력 경찰 신고는 7만790건이나 된다.

반면 교제폭력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률적 수단은 별로 없다.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적용도 어려워 피해자를 분리ㆍ보호조치 하기 어렵다. 21대 국회에서 교제폭력 관련 법안들이 발의됐지만 통과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의 지적처럼, 이와 같은 상황에서 교제폭력이 중요 강력범죄로 지정되지도 않은 것은 교제폭력 위험에 처해 있는 여성들이 범죄 피해에 무방비하게 노출돼있는 것과 다름없다. 먼저는 국가 차원에서 교제폭력을 중요 범죄로 인식하고, 실태 조사와 통계를 마련해야 한다. 이게 선행돼야 교제살인을 예방하기 위한 피해자 보호 조치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교제살인에 대한 처벌도 강화해서 이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는 일도 동반돼야 한다. 특히나 친밀했던 관계였던 만큼 ‘가스라이팅’에 의해 가해자의 처벌을 원치 않는 경우가 다수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를 방지하기 위한 교육과 신고 체계 또한 확립돼야 한다. 당장 연애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는 여성들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에서 정부는 단지 표면적인 저출생 대응만 논할 것이 아니라 현실을 좀 더 깊고 자세히 들여다보는 관심이 필요하다.

송예은 기자  yeeunsong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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