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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경제_기자수첩] 피해자 동의 없는 사적 제재, ‘정의구현’이란 명목으로 2차 피해 양산하지 말아야

[아유경제=정윤섭 기자] 최근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당시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의 신상이 한 유튜버에 의해 폭로되고 있다. 다만 피해자 측 동의를 받지 않고 밝힌 것으로 알려져 2차 가해 및 엉뚱한 사람이 지목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 가운데 ‘정의구현’이란 명목으로 또 다른 문제가 파생되는 건 아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 유튜브 운영자는 지난 1일부터 ‘밀양 중학생 집단 성폭행 사건’ 가해자들의 신상을 공개했다.

밀양 중학생 집단 성폭행 사건은 2004년 1월 경남 밀양시에서 44명의 남자 고등학생이 여자 중학생 1명을 1년 가까이 집단 성폭행 사건으로, 가해자 중 단 1명도 이 건으로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던 것과 수사 당시 경찰관이 가해자를 옹호하는 등 국민적 분노를 일으켰다.

이 사건은 「특정중대범죄 피의자 등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피의자 신상 공개법)」 제정 전(2010년)에 발생해 사법처리가 종결됐고 당시 가해자 모두 미성년자라는 점에서 현행법상 공개 범위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신상 공개 요구가 빗발쳤다.

이에 유튜버가 해당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들의 신상을 폭로하면서 ‘사이다’라는 목소리와 함께 뻔뻔하게 잘 살고 있는 듯한 모습에 비난하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는 상황. 이 유튜버는 가해자들의 신상 정보를 연달아 공개한 것에 대해 “피해자 가족 측과 직접 메일로 대화를 나눴고 가해자 모두 공개하는 쪽으로 대화가 마무리된 상태”라고 말하며 가해자 44명 모두 공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던 이달 5일 성폭행 사건 피해자 지원단체 중 하나인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소셜미디어(SNS)에 “피해자 측은 해당 유튜버가 사건에 대해 첫 영상을 게시하기 전까지 해당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고 사전 동의를 질문받은 적이 없다”라며 “영상 업로드 후 지난 3일 영상 삭제 요청을 했고, 44명 모두 공개하는 방향에 동의한 바 없다”라고 게시했다.

이어 한국성폭력상담소는 “피해자 측은 피해자의 일상회복, 피해자의 의사존중과 거리가 먼 갑자기 등장한 일방적 영상 업로드와 조회수 경주에 당황스러움과 우려를 표한다”라며 당혹감을 나타냈다.

이번 신상 폭로 등 사적 제재에 열광하는 분위기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법적 판단에 대한 불신”과 “개인 정보 습득 욕구를 충족시키는 온라인환경”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정보를 입수하면 바로 SNS상에 유포가 가능한 상황에서 개인의 정보습득 욕구를 우선시하는 심리가 ‘나’라도 불합리한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공정’에 대한 심리가 겹쳐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공적 제재보다 사적 제재가 통쾌함을 준다는 것.

다만 피해자가 동의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과연 누구를 위한 ‘정의구현’인지 의구심이 든다. 물론 ‘솜방망이’ 처벌로 평생 트라우마에 시달릴 피해자와 달리 아무 문제 없이 잘 사는 가해자에 대한 사적인 판단으로 응징하고 싶은 마음은 십분 이해한다.

그렇다고 해도 ‘당사자와 관련된 자’일 경우에 이해된다는 것이지, 관계없는 유튜버가 ‘피해자 동의도 없이’ 정의를 구현하겠다며 사적 제재를 하는 것이 해당 유튜버의 조회수 및 구독자 증가를 위한 ‘도구’가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잘못된 정보 유포 및 피해자 신상 등 2차 가해가 될 수 있는 만큼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당사자가 관련된 사람이 아니라도 해당 사건의 가해자가 아무런 제재 없이 편안한 삶은 사는 모습을 보면 분노가 치밀어 오름과 동시에 현 사법체계에 허탈감으로 불신이 생길 수밖에 없다. 강력 범죄 및 새롭게 대두되는 여성 범죄 등에 대해 국가가 국민 법 감정에 맞게 양형 수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처럼 ‘죄지은 사람이 그에 맞는 응당한 벌을 받는다’라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현 사법체계의 변화가 시급한 시점인 건 분명해 보인다.

그럼에도 피해자 동의를 구하지 않은 사적 제재는 무고한 사람들 및 피해자에게 2차 가해가 될 수 있는 만큼 조회수 및 구독자 증가를 위한 ‘도구’로 활용되거나, ‘영웅심리’로 이용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정윤섭 기자  jys357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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