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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추진위 자금은 쌈짓돈? 7월 1일부터 어림없다!서울시 정비사업 조합 등 예산·회계규정」제정 고시
   
 

[아유경제=이화정 기자] 앞으로 서울시내 재개발ㆍ재건축 조합장이나 추진위원장 등이 사업 자금을 함부로 유용하는 부당 행위가 차단된다. 서울시가 정비사업 40년 역사에서 표준 규정 없이 제각각 임의적으로 운영돼 온 예산ㆍ회계 처리에 대한 표준 가이드라인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조합장 개인 통장으로 자금을 관리하며 이를 함부로 사용하는 등 오랜 관행으로 고착된 부조리가 근절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는 이처럼 예산편성부터 관리ㆍ집행, 계약 및 회계 결산에 이르기까지 자금 운영 전반에 관한 내용을 담은「서울시 정비사업 조합 등 예산ㆍ회계규정」을 제정했다고 지난 18일 밝혔다. 또한 시는 이를 해설서 형식으로 제작해 관내 정비사업 현장 459곳에 보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 규정은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된다.

시는 이 같은 가이드라인 마련에 대해 자금 운영과 관련된 오랜 부조리가 쉽게 개선되지 않은 데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시는 지난해 관내 일부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와 조합을 대상으로 실태 점검을 실시해 자금의 부적정한 사례를 적발해 시정 조치하고, 사례 전파를 통해 유사 사례 발생을 막고자 노력해 왔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관행처럼 이뤄지는 비리를 척결하기 위해 보다 강도 높은 규제가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이 같은 표준 규정을 제정하기에 이른 것으로 분석된다.

주요 제정 사항은 ▲추진위 사업자 등록 의무화 ▲예산편성 절차 명확화 ▲예산전용 제한 ▲현금 사용 원칙적 금지 ▲휴일 사용 법인카드 내용 증빙 및 공개 ▲용역 계약 일반경쟁입찰 원칙 ▲업무 추진비 현금→법인카드나 실비 정산 방식 대체 ▲분기별 자금 운영 내역 조합원 서면 통보 ▲회계 처리 기준 표준화 등이다.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추진위도 조합과 같이 사업자 등록을 의무화해 법인 통장ㆍ카드로만 자금을 사용하고, 모든 용역 계약은 이권 개입 여지를 차단하고자 일반경쟁입찰을 하도록 했다.

또 조합장 및 추진위원장은 총회 결의 없이 자금을 개인에게 이체ㆍ대여ㆍ가지급할 수 없고, 업무 추진비 또한 법인 카드로 지출하거나 개인 카드 사용 후 금액만큼 돌려주는 실비 정산 방식을 적용하도록 했다.

추진위ㆍ조합이 매년 편성하는 연도별 예산편성의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 과다 지출을 막고 예산 목적에 맞게 집행되도록 했다. 지출예산의 경우 기존에 예산 총액만 승인받아 임의 집행에 따른 불법행위 의혹 등 갈등을 낳았다면, 앞으로는 개략적인 예산 계획서를 작성해 총회 의결을 받아야 한다.

편성된 예산 항목을 초과 집행하거나 무분별한 예산전용을 막기 위해 기준이 부재했던 지출예산 항목 또한 사용 목적별로 관ㆍ항ㆍ목으로 세분화해 편성하도록 했다. 다만, 탄력적 예산운영을 위해 ‘목’ 간 전용은 허용하고,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예비비는 10%이내에서 집행 가능하다.

조합장 등은 매 분기 말일을 기준으로 총수입, 사업비 지출, 운영비 지출, 현금과 예금의 잔액 및 차입금 증감 내역 등을 작성해 조합원 또는 토지등소유자에게 서면으로 통보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 해 예산 결산을 위해 사용하는 회계 처리 기준 틀을 정비사업 특성에 맞게 표준화해 제시했다. 재무제표는 자금수지표, 재무상태표, 운영계산서 및 이에 대한 주석 등으로 구성된다.

서울시는 이번 규정이 강제성을 가질 수 있도록 국토교통부에 법 개정을 요청한 상태며, 그 이전이라 하더라도 주민들의 참여나 투명성에 대한 요구가 높기 때문에 각 추진위나 조합에서 자발적으로 도입해 적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는 이를 지원하기 위해 조합장, 감사, 총무 등의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 이수 의무화를 비롯해 지속적인 예산ㆍ회계 교육을 시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건기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추진위나 조합은 사적 영역이지만 자금은 조합원 또는 토지등소유자들이 내는 사유재산인 만큼 낭비, 비리는 주민 피해로 돌아갈 수 있어 예산ㆍ회계 표준 규정을 제정하게 됐다”며 “이번에 마련한 규정을 통해 관행적으로 만연된 조합 등의 부조리가 근절되고 조합과 주민들이 신뢰를 바탕으로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표준 규정 제정 소식을 접한 업계의 분위기는 ‘기대 반, 아쉬움 반’으로 요약된다. 자금 운영과 관련된 비리를 막고 사업 투명성을 제고한다는 측면에서는 올바른 방향이나 가뜩이나 사업시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사업성 제고를 위한 규제 완화보다 이번 조치가 선행됐기 때문이다.

한 정비사업 전문가는 “비리를 막고 업계의 자정 능력을 키우자는 차원에서 마련된 이번 가이드라인에 반대할 사람은 사실상 없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정부와 엇박자를 내고 있는 서울시가 사업성 제고 조치보다 먼저 이를 마련한 것에 대해 정비사업 종사자의 한 사람으로서 아쉬움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이화정 기자  boricha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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