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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채납 상한선은 나왔지만… 지자체 협조 없으면 ‘속 빈 강정’
   
▲ 강남구 아파트 일대

[아유경제=서승아 기자] 그동안 지자체가 재개발ㆍ재건축 조합 등에 과도히 요구해 사업 진행에 ‘족쇄’로 작용했던 기부채납에 대해 정부가 ‘전체 사업 면적의 9% 이내’로 제한하고 나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국토교통부(장관 서승환ㆍ이하 국토부)는 지난달 30일 이 같은 내용의 ‘주택사업 관련 기반시설 기부채납 운영기준’을 마련해 전국 지자체에서 지난 1일부터 시행하도록 했다. 정부가 지난해 ‘9ㆍ1 부동산 대책’에서 과도한 공공기여 부담을 낮추기로 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이 기준은 상반기 동안 시범 운영된 뒤 개선ㆍ보완을 거쳐 하반기엔 법적 근거도 마련할 계획이다.

하지만 새로 마련된 기준도 지자체(장)의 재량을 인정한 데다 용도지역 변경(일명 ‘종상향’) 시 10%p까지 추가 요구를 할 수 있도록 해 당장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평도 나온다. 심지어 지자체가 국토부 방침에 반발해 우회적인 방식으로 이를 피해 간다면 실효성을 확보하기가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 많아 국토부가 이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속적인 규제 노력에도 지자체는 ‘요지부동’

이번에 빼 든 ‘칼(9~13.5%, 종상향 시 23.5%)’은 얼마나 날카로울까?

기부채납이란 개발 사업자가 사업 구역 안에 도로나 공원 등을 조성해 인허가권자인 정부나 지자체에 무상으로 기부하는 것이다. 이 비율이 10%이면 전체 사업 면적의 1/10을 공공 목적으로 내놓는다는 뜻이다.

지금까지는 명확한 법적 기준이 없다보니 지자체가 무리한 기부채납을 요구해도 지자체가 실질적인 인허가 관청이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를 이행치 않으면 지자체가 인허가를 지연시키거나 반려하는 등의 수법으로 사업에 훼방을 놓아 사업시행의 발목을 잡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심지어 모 지자체는 과도한 기부채납을 강요하고는 억울하면 행정소송을 제기하라는 식으로 으름장을 놓기까지 했다는 말도 들려온다. 그러나 법정 다툼은 필연적으로 시간을 필요로 하고 시간은 금융비용을 낳는다. 정비사업의 특성상 인허가가 한 번으로 끝나지 않기 때문에 시간ㆍ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지자체와 싸우려는 조합은 사실상 전무하다.

그동안 기부채납을 규제하려는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주택법」은 2005년 ‘해당 주택건설사업 또는 대지조성사업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공공 청사 등의 용지를 기부채납 하라거나 간선시설 등의 설치에 관한 계획을 포함하도록 요구하여서는 아니된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국민고충처리위원회도 2007년께 지자체가 인허가권자로서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사업시행자에게 과도한 기부채납을 요구하는 행위를 금지시킨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무에서는 사업과 무관하거나 과도한 기부채납을 강요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았다.

실제로 서울 강남구 개포시영과 개포주공2ㆍ3단지는 지난해 말 커뮤니티센터와 도서관ㆍ체육시설, 생태 통로 및 학교를 짓도록 하는 지자체의 기부채납 요구에 몸살을 앓았다. 개포지구 내 초등학교 2곳과 중학교 1곳을 확충하고 초등학교 1곳을 신설하는 데 1220억 원의 사업비가 추가로 들어가는 것으로 추산됐기 때문이다. 단지마다 커뮤니티센터나 학교를 짓기보단 여러 단지가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면 비용이 절감돼 사업성이 더욱 개선됐겠지만 교육청에서도 학교 용지 관련 기부채납을 과도하게 요구하면서 사업성이 많이 떨어졌다고 조합 관계자는 하소연했다.

여론이 들끓자 국토부가 직접 나섰다. 국토부가 작년 하반기 전국 106개 사업장을 조사한 결과, 평균 기부채납 비율은 주택 신축 사업장이 평균 14.7%, 재개발ㆍ재건축 정비사업장이 18.4%였다. 전체 정비사업장의 42.5%(45곳)는 평균 이상의 과도한 수준을 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기부채납 부담률을 일반 주택사업의 경우 8%, 재개발ㆍ재건축사업은 9%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키로 했다. 단 지자체 건축위원회나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이를 1.5배(12~13.5%)까지 조정하고, 종상향 시에는 부담률을 10%P 추가로 높일 수 있도록 했다.

주택사업은 최고 22%, 재개발ㆍ재건축 사업은 23.5%로 상한선을 그은 것이다. 만약 주거지역에서 상업지역으로 변경된 서울 삼성동 한전 부지처럼 용도지역이 아예 바뀌는 경우에는 지자체가 별도 기준을 마련해 적용토록 했다. 아울러 국토부는 올 상반기 동안 지자체가 개발 사업자에게 기반시설을 받는 대가로 내놓는 용적률을 정해진 법적 기준에 맞춰 제공하는지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실효성 의심에 일선 현장 반응은 ‘싸늘’

인허권 쥔 지자체 비협조엔 ‘속수무책’
서울 평균 부담률 ±10%… 市場 “상한선 맞아?”

그런데 ‘족쇄’로 불려 왔던 기부채납의 완화 소식에도 일선 재개발ㆍ재건축 현장은 조용하다. 재개발ㆍ재건축 최대 시장인 서울시만 하더라도 시내 재개발ㆍ재건축 사업장의 평균 기부채납 비율이 10% 안팎(용도지역 변경 없는 곳 기준)으로 새 가이드라인을 도입해도 달라지는 게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9ㆍ1 부동산 대책’ 등 국토부와 대립했던 서울시도 이번 정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이 현행 비율과 차이가 없다며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 특히 서울시는 개발 인허가를 내주는 실질적인 주체인 만큼 그에 상응하는 개발 이익을 공공에 기부하는 게 당연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 때문에 결과적으로 지자체가 종전과 같은 수준의 기부채납을 요구하더라도 정부가 이를 용인하겠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게다가 지자체 건축위원회나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사업 특징에 따라 기부채납 비율을 1.5배까지 높일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실제 비율은 13.5%까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종상향을 통해 용적률을 높일 경우 최고 부담률에 10%P가 더해진다. 현재 서울 시내 주요 재건축 단지들의 기부채납 비율이 대부분 10% 내외인 것을 고려하면 이번에 마련된 기준은 일선 현장의 부담을 축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보기 어려운 셈이다.

아울러 지자체들은 이 같은 정부 방안에 대해 사업자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반발하고 있다. 지자체 상황에 맞춰 조례로 규정한 부분을 국토부가 지자체별 특성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일률적인 상한선을 정했다는 지적이다.

지자체와의 충분한 협의 없이 진행한 보여 주기 식 행정이란 비판이 높다. 사업장마다 조건이 제각각이므로 일률적으로 기부채납 비율을 정해 놓기보다는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기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단순 숫자를 넘어선 질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지자체들은 개발 사업자가 무상 제공한 대지 등을 대부분 주민 활용도가 떨어지는 도로나 공원 등 획일적인 시설로는 쓰는 형국이다. 사회적 낭비인 꼴이다. 이에 개발 부담금 제도 전반을 포괄적으로 검토해 법제화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사업자가 사전에 다른 개발 부담금과 함께 땅 대신 돈으로도 기부채납 할 수 있게 하면 사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지자체도 필요한 곳에 재원으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절실한 임대주택 건립 부담 완화는 ‘등한시’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법적 근거 마련해도 ‘글쎄’

이번 국토부 조치를 두고 기부채납 문제보다 더 절실한 고민을 외면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바로 임대주택 얘기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사업성은 크게 악화됐는데 임대주택 건립 부담은 그대로여서 주민 부담금이 늘어나는 등 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정비사업에서 추가로 짓는 주택 중 법적상한과 정비계획상 용적률 차이의 50%는 소형 임대주택으로 짓도록 규정돼 있다. 작년에 마련된 서울시 ‘아파트지구 관리방안 수립 용역 보고서’에는 저밀도아파트지구는 기부채납만으로는 용적률 300% 적용은 불가하며 소형ㆍ임대주택 공급계획이 포함돼야 최대 300%까지 적용 가능하다고 돼 있다. 아파트지구(저밀ㆍ제3종일반주거지역)의 경우 기존 용적률(270%)에 공공기여 15% 시 285%까지 가능하다.

이처럼 서울시는 용적률 상한 적용 역시 임대주택이 포함돼야만 가능하다는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다. 따라서 법률 개정이 어렵다면 지자체가 임대주택을 넘겨받을 때 표준건축비를 올려주는 등 임대주택 매입 단가라도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지만 국토부는 이번 기부채납 비율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내놓으면서 임대주택 관련 내용을 전혀 다루지 않았다. 이 점은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않은 결과가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 아니냐는 비난을 부르고 있다. 게다가 이번 기부채납 가이드라인은 강제성이 없는 권고(안)이어서 실효성이 떨어진다.

이에 지자체는 이른바 ‘고무줄 잣대’의 기부채납을 계속해서 요구할 수 있을 전망이다. 규제가 법률로 정해지지 않은 탓에 자의적 판단에 의해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 어디에도 기부채납을 할 때 사업자가 얼마만큼을 부담해야 하는지 명시돼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지자체마다 부담률이 제각각이다. 기부채납 의무만을 규정하고 사업자의 부담 정도를 제한하지 않은 것이다. 이 때문에 사업자는 각종 개발 관련 ‘부담금’과 ‘세금’ 등 삼중 부담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기부채납 인센티브 관련 규정 역시 미비해 실효성이 떨어진다. 실제로 기부채납 후 인센티브를 제대로 받았는지 확인되지 않는 사업장도 있다. 아울러 「주택법」에 따른 주택개발사업 승인 시 조건으로 부과된 간선시설의 설치비용을 분양가에 반영할 수 있는 명확한 규정이 없는 등 관련 법령의 미비로 인해 기부채납 비용의 원가 반영이 불분명하다.

국토부는 기부채납 가이드라인을 개선ㆍ보완해 부담 수준을 제한하는 법적 근거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하지만 가장 절실한 대안은 빼놓은 채 내놓은 ‘속빈 강정’ 방안에 과연 법적 근거가 실효성 있게 마련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승아 기자  nellstay8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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