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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 막힌 ‘기부채납’ 권익위는 ‘풀자’ 지자체는 ‘글쎄’

[아유경제=서승아 기자] 연이은 규제 완화로 들썩이고 있는 재개발ㆍ재건축사업이 ‘기부채납’에 가로막혀 제도 개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서울 강서구 화곡3주구 재건축 조합원들이 관할 구청의 사업시행인가 조건 때문에 재건축사업의 준공이 지연되고 있다며 제기한 집단 민원이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이성보ㆍ이하 권익위)의 중재로 해결돼 ‘기부채납’을 놓고 끊이질 않았던 민관 갈등에 새 지평이 열릴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화곡3주구 재건축, “사업시행인가 조건 과하다” 민원

권익위 “인가 조건으로 내건 과도한 기부채납은 무효”

조합원 부담 경감 기대감은 높아졌지만…

‘기부채납’이란 국가 또는 지자체가 무상으로 사유재산을 받아들이는 행위를 말한다. 「국유재산법」에 근거를 둔 법률행위로서, 국가나 지자체는 기부채납을 받는 대신 용적률이나 층수 등의 인센티브를 반대급부로 제공한다.

하지만 도시정비사업에 있어 ‘과도한’ 기부채납은 민관 갈등을 야기하는 대표적인 요인으로 꼽혀 왔다. 업계 한편에서는 용적률 상향이나 임대주택 비율 완화보다 기부채납을 줄여주는 게 사업성 제고에 훨씬 큰 도움이 된다고 호소하고 있을 정도이다.

그런데 최근 인가 조건으로 내건 기부채납을 놓고 발생했던 민관 갈등이 권익위의 중재로 해결돼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화곡3주구 조합원들은 3주구와 화곡2주구 사이에 위치한 폭 12m의 우현로를 25m로 확장ㆍ개설하면서 기존 12m 도로에 편입된 사유지를 매수해 구에 기부채납 하도록 한 사업시행인가 조건으로 준공이 미뤄져 불편을 겪어 왔다. 이에 취소 민원을 제기했지만 강서구(구청장 노현송)는 “사업시행인가 조건의 취소는 행정소송을 통한 법원의 판결을 받아야 수용할 수 있다”면서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주민들은 지난 2월 권익위에 집단 민원을 제기했다. 이후 권익위는 민원 해결을 위해 수차례에 걸쳐 관계 기관 실무 협의와 현장 조사 등을 통해 입장을 조율해 왔고 이를 토대로 지난달 18일 강서구청에서 재건축 조합장 및 조합원, 구청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권익위 고충처리국장 주재로 현장 합의 회의를 열어 중재(안)에 대한 최종 합의를 이끌어 냈다.

이날 합의에 따라 강서구는 기존에 이용하던 현황도로에 편입된 사유지를 매수해 기부채납 하도록 한 사업시행인가 조건을 취소하기로 했다.

권익위는 그동안 재개발ㆍ재건축사업 기부채납에 대한 민원에 대해 제도 개선을 권고 한바는 있었지만 이같이 인허가권자인 구청장을 상대로 최종 합의를 이뤄 낸 것은 올해 첫 사례다. 전체 사례를 통틀어서는 두 번째로 파악됐다.

권익위 관계자는 “정비사업의 시행 이전에 사용하던 현황도로를 정비기반시설로 봐 기부채납 하도록 한 사업시행인가 조건에 대해 무효임을 확인함으로써 향후 정비사업 과정에서 조합원의 부담이 크게 경감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권익위 권고ㆍ중재에 법적 구속력 없어 ‘한계’

서울시 “권익위 권고는 말 그대로 ‘권고’일뿐?”

하지만 이 같은 기대감은 점차 수그러드는 모양새다. 권익위 권고나 중재로 이뤄진 합의에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권익위 주택건축민원과 관계자는 “해당 구청에서 민원에 대한 권고 사항을 받아들인다면 화곡3주구 사례처럼 중재(안)에 대해 합의를 이뤄 낼 수 있지만 해당 구청에서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에는 ‘권고’로만 민원을 마무리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권익위가 아무리 민원을 해결하고자 해도 재개발ㆍ재건축사업의 인허가 주체가 아니다 보니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높다.

게다가 관련 법규상 기부채납에 대한 규정이 모호하고 사실상 지자체장의 ‘재량’의 맡긴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진다. 명확한 기준이 없다 보니 인허가권을 쥔 관할관청이 이를 ‘무기’ 삼아 과도한 기부채납을 요구하거나 사업 간 형평성에 맞지 않는 기부채납을 요구하는 게 다반사다. 심지어 지자체가 직접 나서야 할 사업까지 재개발ㆍ재건축 사업시행자에게 떠넘기는 경우도 있다고 업계 이해관계인들은 호소한다.

한편 권익위가 시정을 권고한 기관 가운데 서울시의 수용률이 가장 낮은 기관으로 나타나 화곡3주구와 같은 사례가 지속적으로 등장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권익위에 따르면 2011년 10월부터 2014년 9월까지 최근 3년간 국가 및 지자체 등 306개 행정기관과 공직 유관 단체에 보낸 시정 권고 및 의견 표명에 대한 수용률이 평균 86.6%로 나타났다. 권익위는 행정기관의 처분 등이 위법ㆍ부당하다고 인정할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시정 권고를, 고충 민원 신청인의 주장이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면 행정기관에 의견 표명을 하고 있다. 10건 이상 권고한 기관 가운데 수용률이 가장 높은 기관은 10건의 권고를 모두 수용한 ▲경기 광주시(수용률 100%)였으며 ▲국방부(97.6%) ▲경찰청(96.9%) ▲국가보훈처(96.0%) ▲서울시 종로구(95.7%) 등이 뒤를 이었다. 수용률이 가장 낮은 기관은 서울시로 권고 21건 가운데 11건밖에 수용하지 않아 수용률이 42.4%에 그쳤다.

권익위 관계자는 “대부분 기관이 민원인의 입장에서 권고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지만 불수용 민원이 많은 일부 기관의 경우 생계형 고충 민원 등 사회적 취약 계층의 어려움을 ‘나 몰라라’하는 소극적 자세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허가권자 마음대로… ‘고무줄’ 잣대에 일선 현장은 ‘울상’

체계적 관리는 어디로? “관리하겠다”던 서울시는 ‘잠잠’

업계, 이대론 안 된다… “기부채납 관련 법제 개선 시급”

과도한 기부채납은 필연적으로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 사업비가 늘어나면서 그에 따른 손해를 벌충하고자 분양가를 높이는 현상이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인허가권자에게 부여된 기부채납 요구 행위에 대한 재량의 한계를 법령에 명확하게 규정하고 ‘공공성 평가제’ 등의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이 힘을 얻는 데에는 기부채납으로 지자체 소유가 된 재산의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한몫한다.

서울시가 관내 25개 자치구의 최근 3년간 기부채납 현황을 조사한 결과에 대해 서울시 도시재생본부 관계자는 “재개발ㆍ재건축사업 등 사업별 담당자만 알고 있다”며 “도시정비사업 추진 현황은 있지만 기부채납 현황이나 통계는 없다”고 전했다.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인다면 기부채납이 이뤄진 재산의 체계적인 관리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언제ㆍ어떻게 기부돼 어떤 목적으로 이용되고 있는지 등의 기록마저 찾기 힘들다는 건 사실상 기부채납 된 ‘재산’이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로 쓸모가 없어 사용되지 않은 채 방치된 곳도 상당수다. 그러다 보니 사업자들도 건축사업과 관련성이 적은 자투리땅이나 접근성 없는 공원ㆍ녹지 등을 기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서울 지역에서 시행하는 재개발ㆍ재건축사업 관련 기부채납 형태를 보면 대부분이 도로나 공원이다. 사회적 인프라가 부족했던 과거 1960~1970년대에 개발 사업자에게 부담을 전가했던 악습이 되풀이되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올해 새로 출범한 도시재생본부 산하에 자산관리센터(가칭)를 만들어 기부채납으로 확보한 토지ㆍ건물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아울러 서울시가 추진하는 정비ㆍ재정비촉진사업과 건축허가, 지구단위계획 등 모든 개발사업에서 발생하는 ‘공공기여’의 적정성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도시계획ㆍ재정비위원회와 도시건축공동위원회 등에서 개발을 심의ㆍ자문할 때도 기부채납 등 공공기여 부분을 논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당시 서울시는 민간 사업자의 개발 이익 환수용으로 받는 공공시설의 관리를 일원화하기 위해 시행을 계획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수개월 지난 현재까지 이와 관련해서 특별히 진전된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과도한 기부채납 탓에 일선 현장은 하루하루 속이 타들어 가는데 최종 인허가권을 쥔 서울시나 관할 구청은 느긋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하자 사업의 성격이나 규모별 기부채납 형태를 명확히 정하고 반드시 필요한 용도로만 기부채납을 허용해 분양가 상승을 막고 사업자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늘고 있다. 아울러 지자체에 의해 규제와 혜택을 동시에 부여하고 있는 기부채납 제도는 법적 근거와 현 상황에 맞게 융통성 있고 투명하게 적용돼야 한다는 도시정비업계 관계자들의 개선 촉구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재개발ㆍ재건축사업을 시행하면서 인허가를 받기 위해 수익의 일부를 환원하는 기부채납에 대해 국토교통부(장관 유일호ㆍ이하 국토부)가 올해부터 상한선까지 정했지만 효과는 미미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운영 기준에서 지자체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15%까지 기부채납 비율을 높일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종상향(용도지역 변경)’을 하면 5~10%포인트를 추가로 더 올릴 수 있다. 사실상 최대 25%까지 기부채납을 허용한 셈이다.

재개발ㆍ재건축사업 주체 입장에서는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지자체의 요구를 거부하기 힘들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부채납 요구를 거절하면 인허가 자체가 나오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사업자들도 건축사업과 관련성이 적은 자투리땅이나 접근성이 없는 공원ㆍ녹지 등을 기부한 뒤 공공기여 측면에서 ‘할 일을 다했다’는 식으로 자평하는 일도 허다하다. 당연히 활용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고, 관심이 줄다 보니 이를 관리해야 할 지자체도 사실상 손 놓고 있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 대부분은 기부채납으로 공원을 만들어 용적률을 높이는 혜택을 받고 있지만 아파트 주민이 아니면 공원을 이용하기 힘들다. 그런데도 일선 재개발ㆍ재건축 사업장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지자체의 기부채납 요건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특히 서울시가 국토부와의 대립각을 세우며 기부채납 완화 방안이 계속 제자리를 맴돌자 재개발ㆍ재건축 사업시행자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서울시 도시재생본부 주거사업기획관 관계자 역시 “현재 기부채납 완화 조건을 추진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시 등의 수수방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선 현장의 아우성은 커지고 있다. ‘기부채납’에 대한 실질적인 돌파구가 더욱 절실한 상황에서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의 전향적인 태도를 요구하는 시장의 목소리에 이들 관(官)이 귀 기울일지, 또한 들은 것을 언제 행동으로 보여줄지에 많은 이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서승아 기자  nellstay8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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