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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직증축 리모델링 1년… 재건축 활성화 태풍에 날개 꺾인 시장

   
▲ 개포대청 리모델링사업은 서울 강남권에서 최초로 시공자를 선정하고 최근 안전진단 준비에 착수하는 등 재건축 태풍 속에서도 소신 있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평을 얻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개포대청아파트. <사진=유준상 기자>
   
▲ 신정쌍용 리모델링사업은 최근 시공자를 선정하는 등 사업 진행에 재시동을 걸고 있다. 사진은 서울 양천구 신정쌍용아파트 전경 <사진=유준상 기자>

[아유경제=유준상 기자] 2013년 ‘4ㆍ1부동산종합대책’의 일환으로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허용되면서 이를 규정한 「주택법 시행령」,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안 등이 시행된 지 오늘(24일)로 딱 1년을 맞았다.

그간 수많은 수직증축 리모델링 단지들은 정부의 정책 기조와 지자체의 지원ㆍ규제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생성ㆍ소멸을 거듭해 왔다.

결정적으로 작년 가을, 재건축 활성화로 요약되는 ‘9ㆍ1대책’ 태풍은 수직증축 리모델링 단지들에게 크나큰 위기로 다가왔다. 재건축 연한이 최대 10년이나 축소됨에 따라 리모델링을 추진하던 몇몇 단지들은 재건축으로의 방향 전환을 모색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이러한 혼란 속에서도 부동산 경기가 살아남에 따라 몇몇 단지가 사업에 진전을 보이고 있는 등 지난 1년간 수직증축 리모델링사업은 개별 단지마다 각양각색의 모습을 보이며 각자의 생존 방식을 터득해 왔다.

 

작년 4월 24일 「주택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 등 시행 후 1년

수직증축, 허용은 됐지만 갖가지 규제로 ‘발목’ 9ㆍ1대책으로 ‘치명타’

일관성 없는 정부 정책에 일선 단지들 “사업 하라는 거냐 말라는 거냐”

‘분장고방획토(奔獐顧放獲兎ㆍ달아나는 노루를 보고 얻은 토끼를 놓았다)’

어떤 이익을 구하려고 분주히 서두르다가 도리어 실패함을 이르는 말이다. 이는 재건축 활성화를 도모하려다가 이보다 앞서 장려했던 수직증축 리모델링 활성화를 놓친 정부를 빗댄 표현이기도 하다.

정부는 2008년 미국발(發) 금융위기 이후 재건축시장이 장기 침체기에 접어듦에 따라 그 대안으로 ‘수직증축 리모델링’ 카드를 두고 장고에 들어갔다. 이는 늘어나는 세대수를 일반에 분양하고 그 수익으로 사업비 충당이 가능한 재건축 대신 상대적으로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던 리모델링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방안이었다. 특히 2012년 1월 「주택법」 개정으로 리모델링도 세대수 증가가 가능해진 이후 이를 보완하는 성격이 짙다.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본격화한 것은 2013년 12월 24일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을 골자로 하는 「주택법」 일부 개정안이 공포되면서부터다. 개정안은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작년 4월 25일부터 시행됐다. 이에 맞춰 보다 세부적인 내용을 담은 「주택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 등이 같은 해 4월 24일 공포ㆍ시행됐다.

이에 따르면 최대 3개 층까지 수직증축이 가능하고 증가한 면적 대비 세대수를 15% 이상 늘릴 수 있게 됐다. 2012년 1월 「주택법」 개정에 의해 처음 세대수 증가가 가능해졌을 때도 수평 또는 별도의 동으로 증축하거나 세대를 분할하는 경우에 한해서만 그리고 기존 세대수의 10% 이내 증축이 가능했다는 점과 비교할 때 세대수 15% 이상 증가는 일선 리모델링 단지들에게 상당한 ‘메리트’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부푼 기대를 가지고 출항한 수직증축 리모델링호(號)는 출항 한 달 만에 커다란 ‘암초’에 직면했다. 법 시행 이후 기존 높이보다 최대 3개 층까지 증가하게 되면 주변 지역 일조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서울시가 그해 5월 리모델링사업 시 적용되던 일조권 완화 특례 조항을 삭제한 것이다.

이에 따라 부푼 꿈을 가지고 출항했던 수많은 수직증축 리모델링 단지들은 상당한 ‘외상’을 입었다. 리모델링 연한을 충족했지만 대상 아파트 절반 이상이 일조권 강화(도로 중심선 기준으로 판정) 이후에 지어진 곳으로 사업이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당시 서울시 산하 조사 기관이 낸 ‘아파트 리모델링 수직증축 허용에 대응한 서울시 정책 방향’ 보고서 등에 따르면 수직증축 건축 연한을 충족한 서울 시내 아파트 1437개 단지 중 약 48%(688단지)가 일조권 규제로 인해 수직증축 불가 판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의 까다로운 안전진단 기준 또한 수직증축 리모델링의 발목을 잡았다. 국토부는 지난해 6월 ‘수직증축형 리모델링 안전진단 기준’, ‘수직증축형 리모델링 구조 기준’, ‘수직증축형 리모델링 전문기관 안전성 검토기준’ 등을 제정ㆍ고시하는 등 안전진단을 강화했다.

이에 따르면 전문기관은 안전성 검토를 위해 건축구조ㆍ토질ㆍ기초 분야 등의 구조안전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를 두게 되고, 안전성 검토 또한 1ㆍ2차로 나눠서 처리해야 하며 현장조사 결과를 시장ㆍ군수 및 리모델링주택조합(이하 조합) 등과 일일이 협의하는 과정이 추가됐다.

하지만 일선 리모델링 다수 단지의 반응은 안전진단이 너무 까다로워지고 장기화함에 따라 애를 먹고 있다는 게 주를 이뤘다.

경기 성남시 매화마을1단지 조합의 원용준 조합장은 “안전진단을 꼼꼼히 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리모델링 추진 과정에서 비현실적인 잣대를 적용하거나 절차상 조건이 너무 까다로워 집중된 추진력을 떨어뜨리는 것 같다”며 “우리 단지는 현재 안전진단이 진행 중인데 5개월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안전진단 절차가 보다 효율적으로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결정적으로 수직증축 리모델링에 혼란을 가중시킨 것은 작년 9월 1일 발표된 정부의 ‘규제 합리화를 통한 주택시장 활력 회복 및 서민 주거 안정 강화 방안(이하 9ㆍ1대책)’이었다.

재건축 활성화를 주요 골자로 하고 있는 9ㆍ1대책으로 1987~1990년 사이에 준공된 아파트가 기존에 비해 최대 8년까지 앞당겨 재건축을 시행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1991년 이후 준공된 아파트는 무려 10년이나 연한이 단축됐다.

이에 따라 리모델링 추진을 저울질하던 단지들은 물론 이미 리모델링을 추진하던 단지들마저도 ‘리모델링이냐 재건축이냐’를 놓고 사업 추진 세력 및 주민 간 갈등이 팽배했다.

서울 서초구 반포미도 리모델링사업이 대표적 예다. 서울 강남권 중에서도 알짜배기 수직증축 리모델링 단지로 불렸던 반포미도는 1987년 준공돼 재건축 허용연한이 32년이었다. 9ㆍ1대책으로 관련 법제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재건축 가능 시기가 2019년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9ㆍ1대책으로 2017년부터 재건축을 할 수 있게 되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조합 내부에서 리모델링과 재건축을 놓고 무엇이 주민들에게 수익을 더 가져다줄지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강남구 개포대치2단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재건축으로 선회할 경우 공사비 및 기부채납 등으로 인해 수익성이 기대보다 떨어질 것이란 지적에도 불구하고 다수 주민들이 재건축을 원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일부 단지만 사업 활성화, 대다수 단지는 체감 못 해

개별 단지의 강한 의지 중요하나 지자체 지원이 중요

행정ㆍ재정적 지원 앞장선 성남시가 ‘표본’… 업계 “후속 대책 절실”

한편 지난해 정부가 보인 오락가락 기조 속에서도 사업에 진전을 보이는 사업지도 있어 눈길이 쏠린다.

서울 양천구 신정쌍용 리모델링사업은 정부가 지난해 4월 수직증축 리모델링 관련 법안 등을 개정ㆍ시행할 당시에도 부동산시장이 좀 더 회복되기를 기다렸다가 마침내 최적기에 이르러 사업 진행에 재시동을 걸었다.

오랜 잠에서 깨어난 신정쌍용 조합은 지난 4일 정기총회를 개최해 사업 파트너로 포스코건설(대표이사 황태현)을 맞이하며 사업에 청신호가 켜졌다.

신정쌍용 조합의 이화진 조합장은 “2007년 1월 리모델링 조합설립추진위원회가 발족됐을 때만 해도 용적률이 255%에 불과했지만 정부의 수직증축 리모델링 활성화 정책 시행으로 일조권 제한을 받지 않은 우리 구역은 현재 406.5%의 용적률을 받아내 대다수 조합원들이 만족한 상태”라며 “요즘 다수 리모델링 사업장들이 재건축으로의 전향을 고려하고 있지만 부동산 회복기임이 분명한 지금 리모델링이 재건축에 비해 사업 조건이 나쁘다는 생각은 큰 오산이다. 개별 단지 스스로 리모델링사업이 적합하다고 판단될 경우 소신 있게 사업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경기 성남시 리모델링 단지들도 재건축 태풍 가운데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사업장들이다.

특히 이곳은 작년 4월 수직증축 리모델링 법안이 시행되기 이전부터 리모델링사업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없는 주민들을 위해 지자체가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하고 현재도 그 약속을 이행해 나가고 있어 눈길이 쏠린다.

성남시는 수직증축 리모델링 시행 2주 전(작년 4월 11일)부터 그해 100억원의 리모델링 기금을 지원하는 것과 향후 10년간 5000억원의 기금을 조성해 공동주택 리모델링사업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힌바 있다.

또한 성남시는 수직증축 리모델링 선도 추진 시범 단지 2곳(▲야탑동 매화마을1단지 ▲정자동 한솔마을5단지), 공공 지원 시범 단지 4곳(▲정자동 느티마을3단지 ▲정자동 느티마을4단지 ▲구미동 무지개마을4단지 ▲야탑동 탑마을) 등을 선정ㆍ발표하기도 했다.

현재 이 6곳 중 1곳(야탑동 탑마을)만 제외한 5곳은 사업 진행에 탄력이 붙고 있다.

성남시 리모델링지원팀 관계자는 “야탑동 탑마을의 경우 수직증축 리모델링사업을 위한 토지등소유자의 과반수 동의를 얻지 못함에 따라 작년 입주자대표회에서 사업 철회 요청이 있어 자진 철회됐다”고 전했다.

선도 추진 시범 단지로 선정된 매화마을1단지와 한솔마을5단지은 두 곳 모두 조합 설립을 완료한 상태다. 매화마을1단지는 현재 안전진단 준비 과정에, 한솔마을5단지는 이미 안전진단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느티마을3ㆍ4단지의 경우는 작년 12월 동시에 조합 설립이 이뤄져 눈길이 쏠린다.

느티마을3단지 조합 관계자는 “느티마을 3ㆍ4단지는 각각 작년 12월 29일ㆍ30일 조합 설립이 이뤄졌다. 앞으로 안전진단, 시공자 선정, 사업계획승인 등을 거쳐 3년 안에 리모델링 시공에 착수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무지개마을4단지 또한 기본 설계 용역을 추진하는 등 조합 설립 준비에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같이 사업 활성화가 이뤄진 수직증축 리모델링 단지는 극소수일 뿐 전체 사업지의 상황을 대변할 수 없다는 게 유관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특히 재건축 태풍 속에서 성남 리모델링 5개 단지가 사업 진행에 진전을 보이고 있는 것은 해당 단지 주민 및 성남시의 강한 의지와 시기적절한 행정ㆍ재정적 지원 등이 맞물려 이뤄진 특별한 사례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아울러 업계는 수직증축 리모델링에 대한 정부의 일관되지 않은 정책 기조가 계속 이어지고 뚜렷한 지원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암울한 미래를 맞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부동산부테크연구소 김부성 대표는 “수직증축 리모델링은 정부의 재건축시장 활성화 정책과 최근의 신규 분양시장 호황이란 외부 악재 탓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게 돼 버린 게 사실”이라며 “이대로 가다간 기존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도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해지고 리모델링에 대한 기대감도 사라질 수 있다. 리모델링도 재건축과 마찬가지로 주거환경을 개선키 위한 공익적 성격을 띠고 있는 만큼 지원책이 필요하다. 지원책이 없다면 그나마 시장 활성화가 이뤄진 성남 지역 등에서도 사업 추진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 같이 많은 업계 전문가들은 정부가 스스로 내민 카드인 수직증축 리모델링 활성화 후속 법안들을 반드시 보강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또한 재건축과 신규 분양시장 활황세 속에서 향후 빠른 시일 내에 사업을 성공으로 이끈 수직증축 리모델링 단지가 나와야만 비로소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지닌 이점이 수요자들에게 부각되고 조합원들의 동의를 이끌어 내 사업에 속도를 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이 같은 여론을 반영해 일관되고 실효성 있는 정책을 펼지에 리모델링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만큼 귀추가 주목된다.

 

 

   
 

유준상 기자  Lostem_ba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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