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부동산 기획특집
여기도 대안, 저기도 대안… 진짜 대안은?

   
 

[아유경제=민수진 기자] 최근 부동산시장이 활기를 되찾은 반면 사업 추진이 어려운 서울 시내 뉴타운 사업장들은 잇따라 해제되고 있는 형국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가로주택정비사업’, ‘주거환경관리사업’, ‘지역주택조합사업’ 등이 대안 사업으로 대두되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들이 대안 사업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여전히 ‘물음표’다”라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 등에 따르면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사업성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해 도입 후 3년이 넘도록 서울에서만 고작 3개의 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이 생겨났을 뿐이다. 주거환경관리사업은 ‘무늬만 주민 참여 사업’이란 비판 속에 ‘주민이 주도하는 도시재생’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다. 게다가 최근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지역주택조합사업은 사업적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커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이에 본보는 이 3가지 유형별 사업의 현주소와 한계를 살펴보고 이른바 ‘출구전략’의 성공을 위한 진정한 대안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찰해 봤다.

■ 가로주택정비사업
사업성 제고는 여전히 ‘요원’…
국토부ㆍ서울시 ‘샅바싸움’에 새우 등만 터져
2012년 8월 이후 조합 설립 고작 3건… 업계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연례행사?”

다수의 유관 업계 전문가들은 현재 기존 정비사업에 대한 한계점을 보완할 수 있는 대안 사업도 필요하지만 대안 사업이라고 하기엔 문제점이 많으며, 특히 행정 당국의 정책 ‘엇박자’에 주민들의 혼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서울시는 2012년 1월 뉴타운ㆍ재개발 수습 방안을 발표하고, 그해 2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 개정에 발맞춰 본격적으로 ‘출구전략’을 가동했다. 원활한 출구전략 가동을 위해선 이를 뒷받침할 만한 ‘대안’이 필요했는데, 그것이 바로 가로주택정비사업과 주거환경관리사업이다.

하지만 이들 두 사업과 관련해 제도 정비가 미비한 데다 ‘대안’ 사업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이 형성되지 못해 활성화까진 요원해 보인다는 지적이 높았다. 실제로 가로주택정비사업의 경우 첫 번째 조합 탄생은 제도 도입 2년이 넘은 지난해 10월에서야 이뤄졌다. 이후 1년간 늘어난 조합 개수는 현재(2015년 10월 기준) 2개에 불과하다.

이처럼 사업 활성화가 더딘 이유로 많은 업계 관계자들은 ‘불확실한 사업성’을 첫째로 꼽는다. 다음으론 정책 당국 간 ‘엇박자’와 같은 외부 환경이 거론된다.

특히 지난해 10월 어렵사리 제1호 조합이 탄생했지만 시장 상황은 가로주택정비사업이 활성화할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있었다.

국토교통부(장관 유일호ㆍ이하 국토부)는 2014년 9월 1일 「규제합리화를 통한 주택시장 활력 회복 및 서민 주거 안정 강화 방안(9ㆍ1대책)」을 발표했고, 이후 각종 재건축 규제를 완화했다.

이와 관련해 한 도시정비업계 전문가는 “뉴타운 해제에 따른 대안 사업으로 마련된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조합설립동의율이 90% 이상(현재 80% 이상)이었고, 층수 제한 탓에 사업성이 낮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면서 시장으로부터 철저히 외면 받았다”면서 “자연스레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어떻게 해서든지 재건축 혹은 재개발을 유지하면서 때를 기다리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런 분위기 속에서 정부가 재건축 활성화를 위해 9ㆍ1대책을 내놓고, 이후 각종 규제를 완화하면서 강남을 필두로 한 재건축시장이 회복세를 보이자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사람들의 시선에서 멀어지고 말았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와 국토부가 정책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점도 활성화를 막는 걸림돌로 꼽힌다.

지난 1월 국토부 등에 따르면 재건축 활성화 방안과 가로주택정비사업 층수 제한을 기존 ‘7층 이하’에서 ‘15층 이하’로 완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도정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에 반하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시는 “한강변 관리 기본계획에서 성수지구 등 단독주택이나 저층 건물이 밀집된 지역은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적극 활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기존의 주거 형태를 보존하는 방식으로 정비사업을 유도해 나갈 것”이라며 “경관 보존 등의 차원에서 가로주택정비사업이 적용될 경우 기존 7층 이하로 층수를 제한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또한 소식통에 의하면 국토부는 가로주택정비사업 주택도시기금 융자 지원 문제에 대해 사업 리스크 분석 등 장기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 2016년 기금운용계획에 이 사업을 포함시키지 않기로 잠정 결정했다. 반면 서울시는 주민들이 조합원으로 참여하는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지원을 사업성 등의 이유로 반려하는 것은 도시재생 활성화라는 기금의 조성 목적에 어긋난다고 주장하며 대립하고 있다.

이렇듯 행정 당국의 입장 차로 인해 가로주택정비사업의 사업성 개선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일각에서 ‘연례행사’라는 부정적인 별칭으로 불리고 있다”며 “이 방식은 시행 후 3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가장 큰 문제점인 사업성 제고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한 채 12개소 중 3곳만 조합을 설립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지난달 강동구 상암로 152 일대(제2호)에 이어 지난 1일 서초구 낙원ㆍ청광연립(제3호)이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지난해 10월 국내 첫 가로주택정비사업조합(중랑구 겸재로10길 42 일대)이 탄생한 뒤 1년 동안 고작 2개 늘어난 것이다.

이에 다수 도시정비업계 전문가들은 “기존 정비사업은 평균 8년 6개월의 추진 절차를 거치게 되는데 가로주택정비사업은 평균 2~3년밖에 걸리지 않는 장점이 있다고 서울시 등은 홍보해 왔다”면서 “하지만 겨우 1년에 1개 꼴로 조합이 설립되고 있는 데다 제1호 조합이 설립인가 이후 1년 만에 사업시행인가를 앞두고 있는 상황을 바라보면서 가로주택정비사업에 대한 회의감이 극에 달해 있는 상태”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 주거환경관리사업
주민 자발적 사업이라더니… 다수 주민들 “그게 뭔데?”

또 다른 대안 사업인 주거환경관리사업도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주택산업연구원(원장 권주안)에 따르면 주거환경관리사업의 사례 분석을 통해 추진 실태를 조사한 결과,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나 기반시설 정비와 달리 ▲대상 주택 ▲개량 방법 ▲융자 지원 등의 정보 부족과 건축 규제에 따른 자발적 개량 의지 감소 등으로 인해 이 사업의 궁극적 목적인 주민 자발적 주택 개량이 지지부진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 연구원 관계자는 “서울시에선 ‘주민 참여형’이라고 말하지만 정작 주민의 자발적 주택 개량은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 않아 사업을 통한 주택 정비 효과는 미미하고, 이는 주거환경관리사업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으로 인식될 것”이라면서 “또한 주민들의 사업 인식과 이해가 부족하고 노인, 전업주부 등으로 편중된 주민 협의체 구성, 전문가 집단과 주민 협의체 간 정서적 괴리감, 사업에 대한 주민 간 찬반 갈등 등도 야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문제점들이 속속 발견되면서 기존 정비사업을 대신하는 대안 사업으로서의 기능을 이미 상실했다는 자조 섞인 평가마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 연구원에 따르면 이 사업의 여러 문제점 중 가장 개선돼야 할 부분은 주민들의 사업에 대한 인식 및 이해 부족으로, 그는 이를 제고하는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실제로 서울시의 ‘주거환경관리사업 활성화’ 자료에 따르면 2015년도 예산 중 사무관리비(▲공모전 심사비 등 ▲주거환경관리사업 교육 및 홍보 등 ▲주택 개량 상담실 운영 ▲자문단 운영 ▲성곽마을 홍보 등 ▲도시재생 아카데미 운영 ▲주택 개량 아카데미 운영)로만 4억8021만2000원이 사용된다.

그는 “대략 5억원의 비용이 들어감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주거환경관리사업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과 이해는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이는 민원 발생 등 사업 진행의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 서울시-자치구 주관으로 주거환경관리사업에 대한 교육 및 홍보가 진행 중이긴 하나 이제까지의 성과에 비춰 봤을 때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우려했다.

■ 지역주택조합사업
언제 터질지 모르는 ‘핵폭탄’…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 몫
업계 “문제투성이라 사회문제 될까 우려”… 법제 개선 ‘절실’

이와 반대로 현재 전국구로 확산되면서 ‘전세난의 대안’ 혹은 ‘해법’으로까지 칭해지고 있는 지역주택조합사업은 무주택자가 주택을 마련키 위해 「주택법」 제32조에 따라 조합원 자격이 있는 주민들이 조합을 구성하고, 직접 토지를 매입해 주택 건설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조합원을 대상으로 일반 아파트보다 저렴하게 주택 공급이 가능하게끔 돼 있다.

하지만 이 사업의 관건은 ‘조합원 모집’과 ‘토지 확보’에 달려 있다는 게 유관 업계 중론이다. 위험 요인이 많으므로 무턱대고 투자했다가는 패가망신할 수 있는 만큼 필요한 정보 등을 파악한 뒤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법무법인 산하 김래현 변호사는 “지역주택조합은 무주택자 등 서민들이 내 집 마련의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지만 그만큼 위험 요소가 많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 사업은 조합과 등록사업자(사업 대행사)가 공동으로 시행하게 되는데 토지 확보를 둘러싼 갈등이 첨예화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공동 시행으로 사업계획승인을 신청할 때 토지 소유권의 95% 이상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토지 확보가 늦어질 경우 사업 지연과 그에 따른 사업비 증가로 조합원의 추가 분담금 발생, 사업 무산 등의 피해가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2000년대 인기몰이를 하던 지역주택조합사업은 전세난 발생으로 인해 다시금 서민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지만 피해 민원은 쌓여 가고 있는 추세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제도에 허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업계 전문가 등에 따르면 이 사업은 사업 대행사와 시공자가 실질적인 업무를 맡는데도 불구하고 책임은 고스란히 조합(원)이 떠안게 되는 구조다. 대부분 위험 요소를 숨기고 업무 대행사가 정확한 정보 제공 없이 무분별하게 조합원을 모집하기 때문이다. 특히 조합 임원과 업무 대행사 등이 토지 확보 정보를 독점한 탓에 예비 조합원들이 제대로 된 사업 현황조차 모른 채 수천만원을 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또한 조합원 모집 시 영업 사원에게 조합원 모집 수당을 떼 주는 이른바 ‘벌떼 분양(조직 분양)’을 하는 등 허위ㆍ과장 광고도 판을 치고 있다. 대행사 설립에 별도의 법적 자격 요건이 없고 향후 사업에 문제가 생겨도 투자자에게 받은 돈을 돌려주는 경우도 드물다. 자칫 토지 확보 등에 문제가 발생해 사업이 중단 또는 좌초하면 투자한 돈을 모두 잃을 수 있는 것이다.

한 지역주택조합사업 전문가는 “이 사업은 조합원에게 아파트를 우선 공급하는 방식 탓에 부동산시장 호황기엔 투기ㆍ비리의 온상이 된바 있다”면서 “현재까지 이 사업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공급 물량 확대’ 정책 때문이다. 이 정책과 맞물려 지역주택조합 제도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문제가 많지만 이를 규제하거나 문제를 보완해줄 수 있는 법제 개선은 여전히 ‘멀고 먼’ 이야기다. 서울시 관계자는 “민원과 부작용이 쇄도하면서 2012년 이후부터 7번 정도 국토부에 (법제 개선을) 건의했다”며 “사업의 안정성을 위해 조합원 모집을 지구단위계획 수립 이후로 하는 등 2개의 개선(안)을 지난 7월 국토부에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개월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 구체적인 개선 계획은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 사이에도 수많은 지역주택조합의 조합원 모집 광고가 각종 매스컴과 포털 사이트를 도배했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또 한 번 지역주택조합사업과 관련된 불미스러운 일이 생겨날 것 같아 우려된다”면서 “전세난과 더불어 기존 정비사업의 한계점이 드러나 너도 나도 대안 사업을 자칭하며 소비자들의 관심과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 사업들은 다방면으로 문제가 많은 것이 입증돼 향후 법제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분명 한계점이 드러날 것”이라고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민수진 기자  vkdnejekdl@naver.com

<저작권자 © AU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민수진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