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늪에 빠진 뉴타운… ‘Go’도 문제 ‘Stop’도 문제

[아유경제=서승아 기자] 지난달 17일 서울시는 시내 정비예정구역 27곳에 대해 처음으로 ‘직권해제’ 결정을 내렸다. 이는 시가 지난 4월 발표한 ‘뉴타운ㆍ재개발 ABC관리방안’의 후속 조치로서, 이들 27개 구역은 당시 ‘추진 곤란(C유형)’으로 분류됐던 곳이다. 이들은 이달 중 고시를 통해 해제가 환정된다.

시는 ‘직권해제’ 시에도 추진 주체의 이른바 매몰비용에 대해 지원 가능토록 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 개정안(내년 3월 시행 예정)에 맞춰 관련 조례 개정에 나설 방침이다. 조례 개정 시에는 ‘직권해제’ 대상에 대한 구체적 기준도 함께 담을 예정이다.

이에 도시정비업계는 시가 이미 밝힌 ‘직권해제’ 확대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시가 ‘해제’에 열을 올리는 동안 ‘해제된’ 구역에서 무분별한 빌라 신축 등이 이뤄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때문에 한쪽에선 ‘출구전략’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의견과 함께 “뉴타운이 ‘빌라촌’”이란 우스갯소리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줄 잇는 해제에 도시 기형화 우려 ↑
여기는 ‘해제’ 저기는 ‘개발’… 주거환경 ‘격차’ 어떡하려고

서울과 더불어 뉴타운사업이 가장 활발히 추진됐던 경기도는 이미 그 규모가 ‘반토막’이 난 상태다. 서울에서도 창신ㆍ숭인지구 전체가 해제된 이후 각 지구별로 대거 해제 수순을 밟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하나의 뉴타운사업지구 안에서 어떤 곳은 재정비촉진사업으로 개발이 이뤄지고, 어떤 곳은 해제되면서 주거환경에서도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도로ㆍ공원 등 정비기반시설 설치계획을 전면 수정하는 작업도 검토되고 있다. 지난 7월 전체 26개 구역 중 16개가 무더기로 해제된 영등포뉴타운이 대표적이다. ‘금융 1번지’ 여의도 업무 기능을 보조하는 부도심으로서 개발될 예정이던 영등포뉴타운의 면적은 당초 22만6000여 ㎡에서 14만2000㎡로 줄었다. 도로 면적은 1만900㎡가량 줄었으며 공원 면적도 5200㎡ 정도 감소했다. 상업ㆍ판매ㆍ업무시설 등 부도심 기능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시설도 크게 줄거나 개발계획에서 아예 빠졌다. 상업시설 면적은 애초 계획했던 면적의 2/3 수준으로 급감했고 판매ㆍ업무시설은 조성계획 자체가 사라졌다.

다른 곳도 사정은 비슷하다 2006년 사업이 시작된 서울 강동구 천호ㆍ성내 뉴타운은 지난해 5월 천호2재정비촉진구역 등 3개 구역이 해제됐고 7개 구역은 해제 절차를 밟고 있다. 제반 절차가 마무리되면 전체 뉴타운 면적의 36%가 사업 구역에서 없어진다. 중랑구 중화뉴타운은 전체 4개 구역 가운데 3개 구역이 해제됐거나 해제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중화1구역 한 곳에서만 최근 사업시행인가를 받는 등 정상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도시재생? 말은 좋지요. 하지만 너무 ‘먼’ 얘기 아닌가요?”
주거환경 개선 시급한 주민들-건축업자 이해 맞물려 너도 나도 ‘빌라’ 짓기

뉴타운에서 해제된 지역이 ‘도시재생’을 통한 주거환경 개선이 아니라 단순히 기존의 ‘빌라촌’으로 변해 간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시가 주창하는 ‘도시재생’은 단기간의 대규모 개발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소규모로 진행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뉴타운사업을 추진하다가 자의(자진 해산) 혹은 타의(‘직권해제’)로 사업을 포기한 지역의 주민들은 이 같은 서울시 정책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다. 재산권은 둘째로 치더라도 당장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개발이 필요한데 너무 먼 나라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푸념이 대부분이었다.

이 때문에 ‘당장’이 급한 주민들은 빌라 신축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임대차시장에서 임대인 우위 기류가 형성된 것도 이 같은 ‘유행’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특히 다세대주택을 짓기만 하면 높은 임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식으로 건축업자들이 주택 소유주와 손을 잡기도 하고 직접 사들이기도 한다. 중화뉴타운과 더불어 성북구 장위뉴타운 등에선 이미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하지만 서울시나 해당 자치구는 법률 위반 사항이 없는 한 이를 규제할 마땅한 수단이 없다. 뉴타운 해제 구역이 ‘빌라촌’으로 변해 가고 있는 데도 수수방관하고 있는 시와 구는 책임 떠넘기기에 바쁜 모양새다.

서울시 주거재생과 관계자는 “성북구에서 마련한 건축심의 가이드라인에 맞게 성북구가 건축허가를 내준다”며 “서울시에서 개별적으로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조례나 법령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성북구 주거정비과 관계자는 “구에서 마련한 건축심의에 맞는 신축 주택인지 심의를 내려 허가하고 있다”며 “도시재생사업은 아직 계획 수립 단계에 있어 걸음마 단계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은 최근 서민 주거 안정이란 명목으로 다세대주택 건축 인허가를 쉽게 내주고 정부의 정책과 맞물려 있다. 그래서 지방정부의 의지만으로는 ‘도시재생’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과 함께 서울시가 좀 더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늘고 있다.

형 닮은 아우… 경기도, 뉴타운 해제 서울시 ‘4배’

   
▲ 재개발사업이 진행 중인 경기도 뉴타운 일대. <사진=서승아 기자>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서울’을 넘어 다른 지역으로까지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시보다 먼저 대대적인 뉴타운 ‘정리’에 나선 경기도가 대표적인 다음 ‘주자’로 꼽힌다.

이미 경기도 뉴타운은 ‘종언’의 길을 걷고 있다. 지난 5일 열린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이언주 의원은 “경기도가 부동산 붐만 믿고 지구 지정을 남발한 결과, 도내 뉴타운 사업이 좌초 위기에 놓였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경기도가 지정한 뉴타운에서 총 183개 구역 중 61.8%인 113개 구역이 해제됐고 70개 구역만 추진 중이다. 사업이 완료된 지역은 부천 소사본9-2D구역 단 한 곳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뉴타운사업이 추진 중인 70개 구역도 사업시행인가 단계는 한 곳뿐이고 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 설립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 이전 단계 31.4%, 추진위 28.6%, 조합 38.6% 등으로 조합 단계 이전에서 더 이상 진척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의원은 “주민들의 요구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사업성을 따지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지구 지정을 해 놓고 해법도 찾지 않은 채 책임지는 공무원 한 사람 없이 주민들이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방치하고 있는 것은 ‘업무 방기’”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 의원은 “자진 해산 및 ‘직권해제’ 추진위 및 조합의 매몰비용이 2015년까지 19개 구역 138억1400만원으로 추산된다. 무리한 구역 지정으로 사업 지연, 포기 등 엄청난 매몰비용을 발생시켜 놓고 매몰비용의 30%를 주민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부당하다”며 “그래 놓고도 도는 매몰비용을 8.8%에 불과한 6개 구역 12억2400만원만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매몰비용은 ‘실마리’ 찾았는데…
시공자 가압류ㆍ민사소송으로 ‘시름’
경기도 16곳 분쟁 규모만 400억… 도정법ㆍ조특법 개정 움직임 포착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오랜 숙원이던 ‘매몰비용’ 문제가 실마리를 찾았지만 ‘민사소송’이란 더 큰 산이 주민들을 옥죄고 있어서다.

원래 매몰비용 지원은 ‘주민 스스로 해산한 추진위’에만 가능했다. 그러나 지난달 1일 공포된 도정법 개정안은 ‘직권해제’ 시에도 비용을 보조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외려 다른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시공자들이 주민들을 대상으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일이 늘고 있는 것이다.

지난 5일 열린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김상희 의원은 “해제된 뉴타운의 현재 상황들을 보면 시공자의 가압류와 소송, 조합 집행부와 조합원 사이의 가압류와 소송들로 몸살을 앓고 있어 시급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김 의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경기 도내 16개 해제 구역의 가압류 및 소송 금액이 400억원에 달했다. 이 중 80% 이상이 부천시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부천시가 부담해야 할 금액도 264억원으로 추산됐다. 이 중 경기도 부담액은 83억원인데, 겨우 7억원만 집행될 계획이다.

   
▲ 지난 5일 기준 부천시 지자체 사용비용 보조금 예상액. <제공=김상희 의원실>
   
▲ 경기도 사용비용 보조 비율. <제공=김상희 의원실>

이에 김 의원은 “경기도와 지자체의 사용비용 지원 보조금을 연내 집행해야 한다”며 “해제된 정비구역의 시공자는 가압류 및 소송을 자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경기도 보조금 지원 기준을 ‘인구수’에서 ‘재정자립도’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업계 관계자들은 「조세특례제한법」의 개정이 이뤄진다면 주민들의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최근 대형 건설사들이 뉴타운 주민들을 대상으로 제기한 민사소송 취소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경협 의원(새정치민주연합) 등에 따르면 다수의 대형건설사가 「조세특례제한법(이하 조특법)」상 ‘손금산입제도’를 활용해 매몰비용 분담을 놓고 뉴타운 주민들과 벌이는 갈등을 해결하겠다는 합의서를 제출했다. 건설사들은 이를 통해 뉴타운 개발 과정에서 들어간 토지 매입비용이나 철거비용 등을 손금산입제도를 활용해 해결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김 의원 측은 이를 반영해 매몰비용 문제가 발생한 뉴타운 사업장에서 건설사가 일부라도 비용을 포기하면 법인세를 감면해주고 지자체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김 의원 측은 지난 14일 “이번 개정안을 계기로 뉴타운으로 고통 받고 있는 주민들의 문제가 해결되길 바란다”며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도정법 및 조특법 개정안을 이달 15일에 제출할 예정이다”고 말했다(16일 오전 확인 결과, 관련 입법 발의는 이뤄지지 않음).

그나마 내놓은 대안 사업도 ‘글쎄’… “우리는 대체 어디로 가란 말이냐”

한쪽에선 대안 사업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도 문제 제기를 한다. 정비사업 출구전략을 실행하면서 대안으로 도입한 ‘가로주택정비사업’과 ‘주거환경관리사업’의 실적이 저조하기 때문이다. 2012년 도입 후 3년이 훌쩍 지났지만 공공 지원이 있는 극소수의 현장만 진행되고 있을 뿐이다.

정부가 가로주택정비사업의 조합설립동의율을 기존 90%에서 80%로 완화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주거환경관리사업도 구역 해제 지역에 대한 주거환경 개선의 대안으로서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높다. 성곽마을 등 서울시의 지원을 받는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거의 적용되지 않고 있어서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대안)사업을 진행하자니 미미한 지원에 망설이게 되고, 해제하자니 시공자와의 소송에 휘말릴까 두려워 주저하게 되니 (대다수 현장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관은 느긋하기만 하니 주민들 입장에선 기댈 ‘언덕’이 없다. 일종의 ‘호구지책’으로 빌라를 선택하는 데 대해 비판할 수도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진단의 연장선상에서 “주민들은 대체 어디로 가란 말이냐”는 아우성이 곳곳에서 들려온다. 정부와 지자체가 수수방관하고 있는 사이에 지역 간 주거환경 불균형은 심해지고 도시 기형화 현상도 가속화하고 있다. 당국이 실효성 있는 대안을 마련해 ‘출구전략’과 ‘도시재생’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지, 아니면 해제에만 열을 올리다 두 마리 모두 놓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서승아 기자  nellstay8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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