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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 방식’ 옷 입는 정비사업… 그 미래는?

   
▲ 기존의 서면결의 방식이 위ㆍ변조 논란 등의 위험성을 안고 있는 데 반해 전자 방식을 통한 투ㆍ개표는 이 같은 위험성을 덜어줄 전망이다.<사진=유준상 기자>
   
▲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통한 의결이 기존 조합원총회를 통한 직접투표 의결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을지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진=유준상 기자>

[아유경제=유준상 기자] 재개발ㆍ재건축 등 정비사업은 이전부터 ‘황금 알을 낳는 거위’라는 인식과 동시에 비리와 담합 등 고질적인 병폐 또한 존재한다는 양면성이 존립해 왔다.

그런데 최근 정책 당국과 지자체 등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선진화된 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한 개선 방안을 내놓아 이목이 쏠린다.

의결 방식에 스마트폰ㆍ인터넷 등 활용하는 ‘전자투표’ 도입 추진
참여도 상승과 투ㆍ개표 시간 단축 등 기대… 서면결의 약점도 보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전자 방식’을 정비사업 의결 과정에 도입하는 것이다. 이는 기존 ‘서면결의와 직접 참석 등 총회를 통한 의결권 행사’의 근본적인 취약점을 보완하고 효율성과 참여율 등을 개선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6월 함진규 새누리당 의원은 주요 안건 의결 과정에 전자투표를 도입하는 내용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현행법상 ▲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 임ㆍ대의원 선출 ▲총회 소집ㆍ안건 상정 ▲조합 정관ㆍ관리규약ㆍ선거관리규정 제ㆍ개정 ▲시공자ㆍ설계자ㆍ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또는 감정평가업자 등의 선정 및 변경 ▲정비사업비 사용 시 5% 이상 범위에서 증가되는 경우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 체결 및 해지 ▲조합원에 경제적 부담을 주는 사항 등 서면결의 및 총회 직접 참석을 통해 이뤄지고 있는 주요 사안들의 의결이 개정안이 시행되면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을 활용한 전자투표 방식으로도 가능해진다.

이를 두고 일선 현장 관계자들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토지등소유자들이 생업에 바쁘거나 거동이 불편하다는 등의 이유로 총회에 불참, 의사ㆍ의결정족수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한 정비사업 전문가는 “전자 방식의 특징인 시ㆍ공간상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점은 가장 큰 장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기존 의결권 행사에 제약을 받던 조합원들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어 참여도를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존에 오래 걸리던 투ㆍ개표 시간도 단축시킬 수 있는 효과 등이 기대된다”며 “특히 그동안 서면결의서 위ㆍ변조 논란으로 상당수 사업장에서 시행에 차질을 빚어 왔는데 전자 방식은 이 같은 문제의 개선에도 상당한 도움을 줄 것”이라며 전자 방식의 도입을 반겼다.

서울시, 투명성 강화 위해 정비사업 입찰에 ‘누리장터’ 활용한 전자입찰제 도입

다음으로 눈에 띄는 것은 서울시가 도입하기로 한 ‘전자입찰제’다. 2012년 공공관리제도를 도입하며 정비사업의 공정성ㆍ투명성 강화를 줄곧 주장해 온 서울시가 전자 방식을 조합의 공사ㆍ용역 계약 등에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서울시는 지난 6월 발표한 ‘주거관리분야 공공혁신방안’의 후속 조치로 최근 도정법상 주요 용역 업체를 제외한 기타 공사ㆍ용역 업체 선정 입찰 시, 조달청의 전자입찰 시스템인 ‘누리장터’를 사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시는 관련 상세 매뉴얼을 제작해 이달 12일부터 각 자치구(청)를 통해 일선 현장 배포에 나선 상황이다.

이에 따르면 용역 업체 선정 과정에서 입찰을 제외한 모든 부분은 도정법이 정한 종전 규정대로 이사회-대의원회-총회 등의 절차를 그대로 따른다.

하지만 입찰 과정에는 조합과 업체 모두 ‘누리장터’에 등록 절차를 밟고 이를 활용해야 한다. 조합은 이용자 등록 및 인증서 신청을 한 후, 조달청의 승인이 이뤄지면 공인인증기관에서 발급 받은 공인인증서를 등록하면 된다. 업체의 경우도 조달청의 승인을 받아 등록을 해야 한다.

시에 따르면 ‘누리장터’ 시스템을 통한 전자입찰의 가장 큰 장점은 등록된 모든 업체들이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춤에 따라 사업시행자-특정 업체 간 결탁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점이다. 아울러 홈페이지를 통해 용역에 대한 견적서를 직접 받아 볼 수 있고 경쟁 입찰 방식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해 용역의 품질 향상 효과도 얻을 수 있다.

특히 기획재정부는 최근 덤핑 입찰 및 그에 따른 공사 품질 저하, 안전사고, 저가 하도급 등 문제를 야기한 ‘최저가낙찰제’의 대안으로 ‘종합심사낙찰제’ 도입을 추진 중으로 전자입찰과 함께 시너지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종합심사낙찰제’란 입찰에 있어 가격뿐만 아니라 공사 수행 능력, 사회적 책임(고용ㆍ공정거래ㆍ건설 안전 등)을 종합 평가해 낙찰자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서울시 도시재생본부 우종우 주무관은 “주요 용역 업체인 시공자ㆍ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ㆍ설계자ㆍ감정평가업자 등 4개 분야는 이미 엄격한 시의 선정 기준에 의거해 입찰을 진행, 좋은 성과를 내고 있으므로 제외했다”며 “정비사업과 관련한 악습 대부분이 소규모 업체 선정 과정에서 발생하므로 이번 전자입찰 도입을 통해 그 과정이 보다 투명해지고 능력 있는 업체를 적정 가격에 선정할 수 있게 되는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 전문가 제언

① 한국주택문화연구원 노우창 기획1실장

   
 

② 천지인합동법률사무소 남기송 대표변호사

   
 

③ 법무법인 산하 김래현 수석변호사

   
 

이처럼 전자 방식은 다양한 장점으로 도입 시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다수 업계 전문가들은 ‘전자 방식’의 가장 큰 장점인 시ㆍ공간상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 외려 제3자의 개입, 전산망 해킹 등 역효과를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본보는 3명의 정비사업 전문가들에게서 전자 방식의 전망과 보완해야 할 점 등에 대해 들어 봤다.

- ‘전자 방식’의 효과와 장점을 분석한 바 있다면/

① 우선 전자투표 방식이 재개발ㆍ재건축사업에 도입될 경우 가장 큰 효과로 조합원들의 높은 참여율을 기대할 수 있다. 그동안 무관심 등 다양한 이유 탓에 조합원들의 참여율이 저조했고, 그로 인해 정비사업이 탄력을 받지 못한 채 추진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전자투표가 도입될 경우 공간적, 시간적 제약에서 벗어나 많은 조합원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고 자연스럽게 관심도가 높아지는 등의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조합원의 수가 많은 구역일수록 많은 인력이 투입돼 수작업으로 진행되던 투ㆍ개표 작업이 신속ㆍ정확ㆍ투명하게 이뤄지므로 시간ㆍ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실례로 전자투표 시범 구역으로 지정된 강남구 개포시영(재건축)이나 강동구 둔촌주공(재건축) 등에서는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두며 조합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전자투표의 경우 상대적으로 업체들의 참여 폭을 확대시키고 덤핑 입찰을 줄이는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전자투표 방식이 지속적인 보완과 관리, 그리고 개선을 통해 재개발ㆍ재건축사업에 자리 잡아 가길 기대해 본다.

②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 다수결의 원칙을 구현하는 방식이 투표인데, 기술적 발전으로 정비사업에 전자투표라는 획기적인 투표 방식이 도입될 경우 조합원들이 직접적으로 의사를 표시할 수 있게 돼 의사가 왜곡되지 않게 될 것이고, 조합원 수가 많은 조합의 경우 투ㆍ개표에 소요되는 많은 시간을 단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③ 조합원들의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 직접 참석률의 저조 및 서면결의서 작성ㆍ징구 과정상 부정의 개입 가능성은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문제점이다. 그런데 전자투표는 조합원들이 총회장에 직접 가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든지 일정한 절차를 거쳐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자투표가 정착될 경우 사업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지 못했던 조합원들도 손쉽게 조합 임원 후보들의 공약을 비교해 보고, 나아가 사업성을 가늠해 볼 수 있게 돼 사업의 투명화에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자입찰제 역시 공개경쟁이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긍정적 기능을 할 것이라 생각한다.

- 업계 한쪽에서는 전자 방식의 도입으로 우려되는 부분이 많다고 하는데/

① 전자투표의 편리성ㆍ참여율 증대 등 기대효과가 큰 것에는 이견이 없지만 그에 반하는 부작용 또한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시간적ㆍ공간적 제약이 없어져 전반적인 조합원의 참여율은 높아질 수 있지만 인터넷이나 모바일 등 스마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 조합원의 접근성은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이로 인해 대리투표 가능성이 존재하나 확인이 불가능할 것이다. 또한 인터넷상에서 투표가 이뤄지다 보니 해킹으로 인한 총회 무산이나 조작의 우려도 있을 수 있고 이러한 점들은 우선적으로 보완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전자입찰에 있어 우려가 되는 부분은 업체 선정 등에서 표를 사고파는 행위가 좀 더 비밀스럽지만 공공연하게 이뤄지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비밀리에 행해지는 불법 거래의 경우 적발하기도 쉽지 않고 개선 효과를 기대하기도 힘들다. 또한 전자 프로그램의 운용상의 문제가 있을 경우 외려 진행 속도가 늦어질 수도 있다.

② 전자투표의 가장 큰 문제는 보안이 취약하고, 프로그램에 대한 접근성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 검증을 위한 절차와 방법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초기 프로그램 개발 및 관리에 투입되는 비용이 과다할 수 있고, 총회에 직접 참석하지 않는 형태의 전자투표 방식이 될 경우 총회 제도가 무력화할 수 있다. 아울러 제삼자의 개입 시 조합원의 의사가 왜곡되는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③ 나이가 많은 조합원들의 경우 전자투표에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건 불 보듯 뻔해 개선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현장 참석이 어려워 그동안 서면결의로 대신하던 고령 조합원들은 의결권 행사가 더 어려워지는 결과에 직면할 수 있다. 또한 투표 방식의 설명을 위한 홍보 요원들이 활동하게 되는 경우, 이제까지 지적돼 왔던 문제들이 그대로 재현될 우려가 있다.

- 대안 제시와 함께 ‘전자 방식’에 대한 총평을 해 달라/

① 전자투표 방식의 도입은 여러 가지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되고, 시범 구역에서도 호응을 얻고 있다. 그러나 긍정적인 효과만 바라고 도입하기에는 부작용 또한 무시할 수 없기에 그에 대한 대안이나 보완책을 우선적으로 강구해야 할 것이다. 기술적인 부분이야 지속적인 관리와 개선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지만, 중요한 것은 ‘조합원의 성숙한 주인 의식과 적극적인 참여 및 협조’다. 하드웨어가 좋아진다고 해도 소프트웨어가 그를 따라가지 못하면 하드웨어도 무용지물이 되기 십상이다. 따라서 사업시행자와 그에 속한 구성원들은 개선되는 제도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사업 전반에 대한 의식을 고양시키는 데에도 변함없이 힘써야 한다. 아울러 전자투표 방식의 도입 취지와 기대효과 등을 널리 홍보함과 동시에 조합원 모두가 주인 의식을 갖고 동참할 수 있도록 재개발ㆍ재건축과 관련한 교육을 통해 이해도를 높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전자 방식이 지속적인 관리와 개선을 통해 도입 취지에 맞게 투명하고 신속한 사업 추진에 도움이 되도록 일조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찾아보겠다. 그게 우리 연구원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

② 전자투표와 전자입찰 등 전자 방식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우선 해킹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보안을 강화하고, 프로그램에 대한 객관성과 신뢰성이 보장되도록 개방된 형태로 운영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작은 단위의 조합에 도입해 운영ㆍ보안상의 문제점이 없는지 점검한 후 점차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사료된다.

③ 조합원들의 참여율 제고, 사업의 투명성 측면에서 전자 방식은 분명 긍정적인 면이 있다. 그러나 전자투표의 경우 시급한 도입은 외려 나이가 많은 조합원들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고, 여전히 대리투표의 가능성, 제삼자의 개입 가능성 또한 제기되고 있는 바, 이와 같은 점이 해결되기 전에는 전자투표 방식을 획기적인 혁신(안)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유준상 기자  Lostem_ba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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