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KPD&C 구동열 대표, 성광ㆍ호계ㆍ신라 재건축 조합 강태종 조합장, 코람코자산신탁 장순서 차장. <사진=유준상 기자>

[아유경제=유준상 기자] 경기 안양시 성광ㆍ호계ㆍ신라아파트 재건축사업이 사업대행자 선정 이후 활기를 되찾고 있다. 이곳이 그간 업계에 전례가 없었던 ‘경로’를 택하면서 성광ㆍ호계ㆍ신라아파트의 실험이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는 부동산신탁사의 참여를 통해 정비사업 저변 확대를 노리는 현 정부의 주택 정책에 중요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본보는 이 같은 의미를 지닌 성광ㆍ호계ㆍ신라아파트 재건축사업에 대한 궁금증을 안고 지난 18일 사업대행자 선정이란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하고 있는 주인공들(▲성광ㆍ호계ㆍ신라 재건축 조합 강태종 조합장 ▲코람코자산신탁 장순서 차장 ▲KPD&C 구동열 대표)을 만나 봤다.

[인터뷰] 성광ㆍ호계ㆍ신라아파트 강태종 조합장
“제2도약 위해 대행자 선정… 캄캄한 터널서 나와 다시 달리는 기분”

- 성광ㆍ호계ㆍ신라아파트 재건축에 대해 소개해 달라/

구역 안에 있던 6개 공동주택 중 성광ㆍ호계ㆍ신라 등 3곳의 이름을 붙여 탄생한 우리 구역은 2010년 시공자로 대성산업을 선정한 후 관리처분인가까지 순탄하게 진행됐다. 그러나 도중 시공자와의 차입금 문제로 사업이 중단되는 위기를 겪었다. 이에 대책위원회를 만들고 KPD&C 구동열 대표를 만나 머리를 맞대기 시작하면서 점차 사업이 회복돼 갔다. 그 결과 지난해 10월 대성산업과 다시 호흡을 맞출 수 있게 됐고, 코람코자산신탁을 대행자로 선정하면서 사업이 다시 한 번 도약을 향해 전진하게 됐다.

- 부동산신탁사를 사업대행자로 선정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차입한 금액이 우리 사업의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조합과 시공자가 신속한 사업 추진을 위해 서로 손해를 감수하면서 한 발씩 양보했고, 원활한 비용 조달을 위한 제2의 길을 모색하던 끝에 자금 조달이 수월한 신탁사를 활용하자는 쪽으로 결론이 나 실행에 옮겼다.

- 향후 사업계획은/

지난 11일 사업 대행을 위해 신탁등기를 신청한 상태이다. 또 이달 중 철거가 완료될 예정이며 다음 달(4월)에 조합원 감정평가, 6월께 관리처분 변경인가 등을 계획 중이다. 올 하반기에는 착공과 일반분양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 조합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사업 정체기에 조합을 믿고 신뢰를 보내 준 조합원들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것이다. 마치 끝을 알 수 없는 캄캄한 터널 속에서 빠져나와 빛을 보고 있는 기분이다. 다시 힘차게 달려야 하는 조합을 믿고 조금만 참아주시면 좋은 결과로 반드시 보답할 것이다. 많은 성원을 보내 주시길 바란다.

[인터뷰] 코람코자산신탁 장순서 차장
“신탁사업은 시공자 위험ㆍ부담 덜고 150가구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돌파구’”

시행자가 아닌 대행자 방식이라는 점이다. 사실 지난 2일 시행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 개정안은 시행자 방식을 명시한 것으로 그 이전에도 도정법 제9조에 의해 신탁사가 대행자로 참여가 가능했다. 물론 전례는 한 건도 없다. 우선 대행자 방식은 신탁사가 사업 주체가 되지만 조합의 법인격 지위는 그대로 살아 있어 조합이 세금 계산서를 발행하고 세금 회계 처리를 맡을 수가 있다. 반면 시행자 방식은 조합이 법인격으로서 아무런 역할도 할 수 없고 세무ㆍ회계 처리도 신탁사가 모두 맡는다는 차이점이 있다.

- 정비사업 진출을 위해 중점을 두고 준비한 게 있다면/

2009년부터 정비사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정비사업 본부가 설립됐고, 2011년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면허를 취득해 수주 활동을 벌여 왔다. 현재는 규모가 커지면서 정비사업 본부가 2개로 이뤄져 있다. 또한 당사는 금융투자협회 내 11개 신탁사로 구성된 신탁협회 의장을 맡고 있어 정비사업 참여에 대한 회의를 주최하고 신탁사들의 의견을 종합하는 일 등을 해 오고 있다.

- 신탁사의 정비사업 참여로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은/

우선 시공자의 리스크를 덜 수 있다. 신탁자금을 끌어모으기 위해 토지신탁을 하면 신탁사의 고유 자금을 통한 도급공사비 기성불(공정률에 따라서 지급함) 수취가 가능해져 공사비 수금 지연 리스크가 크게 감소된다. 또 사업비도 조달해 사업 초기 차입금에 대한 부담이 현저하게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 조합도 자금 차입에 걸림돌이던 시공자의 신용등급,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보증 등을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특히 150가구 미만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신탁사가 들어감으로써 시공자의 일방적인 자금 지원 중단과 같은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는 돌파구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 향후 진출을 고려하고 있는 지역은/

자금 조달에 있어 비교적 어려움이 없는 서울 강남권보다 강북권으로의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 또한 신탁사의 자금 조달을 필요로 하는 소규모 사업지들을 물색 중인데, 은평구와 영등포구 내 정비사업지들을 집중 검토 중이다.

[인터뷰] KPD&C 구동열 대표
“조합-신탁사 연계 사업의 ‘시금석’ 역할 기대”

조합에 들어와 보니 관리처분인가 및 이주까지 모두 마친 상황에서 사업이 정체된 상태였다. 이에 사업이 다시 잘 굴러갈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찰나, 안양시의 조례 변경이 결정적 ‘신의 한 수’가 됐다. 이전까지 성광ㆍ호계ㆍ신라는 폭 20m 이상 도로를 접하지 않아 용적률 제고 및 ‘종상향(용도지역 변경)’을 이룰 수 없었다. 사업성 개선의 여지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건축법」 등이 건축물 증축을 위해 인접한 도로 폭의 제약을 완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준용하도록 조합과 협력사를 통해 시에 정식으로 건의했다. 결국 이 같은 건의가 받아들여져 조례가 변경됐고, ▲용도지역은 제2종에서 제3종으로 변경 ▲용적률은 243%에서 269%로 상향 ▲계획세대수는 143가구(임대 포함)에서 203가구로 개선되는 결과를 얻기에 이르렀다. 사업성이 좋아지자 이 사업을 바라보는 대성산업의 시각에도 변화가 생겼고, 결국 함께 머리를 맞대 이 사업을 살려 보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아 오늘에 이르게 됐다.

- 사업대행자로 코람코자산신탁을 선정하는 데 있어서 어떤 역할을 했는가/

KPD&C는 전문 건설사업관리(CM) 업체로서 2013년 5월부터 실질적으로 조합 업무를 지원해 왔다. 조합의 채무로 인한 사업 중단의 위기 속에서 손실을 최소화하며 조합ㆍ시공자와 함께 고군분투하며 내려진 최종 결론이 신탁사업이었다. 대성산업도 신탁사업에 적극적으로 동의를 표했고 여러 신탁사의 문을 두드린 결과 코람코자산신탁이 조합을 위한 진정성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사 대행자로 선정됐다.

- 부동산신탁사의 정비사업 참여가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하나/

조합이 위탁자가 되고 신탁사가 수탁자가 되는 대행 방식이다. 우리 구역은 도정법 개정안에 따른 시행자 방식은 아니지만 신탁사의 정비사업 첫 참여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조합-신탁사 연계 사업의 성패를 가름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 판단한다.

- 부동산신탁사가 사업시행자로 나설 경우 예상되는 문제점은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지/

성광ㆍ호계ㆍ신라의 경우는 대행자 방식이지만 시행자 방식은 조합이 법인격으로서의 자격을 사실상 잃기 때문에 사업 집행 권한이 없는 ‘들러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에 따라 실질적인 사업 주체인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제적 장치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유준상 기자  Lostem_ba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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