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몰랐어도 치워!… 법원이 땅에 폐기물이 묻혀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팔았어도 매도자가 그 처리비용의 일부를 책임져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사진=아유경제 DB>

[아유경제=서승아 기자] 매도한 토지에서 폐기물이 나왔다면 목적물에 하자가 있는 때에 해당돼 손해배상책임을 구할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와 눈길을 끈다.

인천지방법원은 지난달(5월) 18일, 주식회사 S사가 전모 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등에 대한 소송의 선고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최근 밝혔다.

재판부는 “매매의 목적물인 토지에 다량의 폐기물이 매립돼 있어 그 처리를 위한 비용을 부담하지 않고서는 통상적인 이용을 할 수 없는 경우 그 토지는 거래 통념상 기대되는 객관적 성질ㆍ성능을 갖추지 못한다”며 “이는 「민법」 제580조에서 정하는 ‘매매 목적물에 하자가 있는 때’에 해당한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원고는 2010년 10월 25일 장모 씨로부터 인천 남동구 구월동 일대 300.1㎡를, 같은 해 12월 16일 피고로부터 같은 동 소재 300㎡를 매수해 2014년 7월 24일 강모 씨에게 위 토지들을 매도했다.

강씨는 2014년 9월 중순부터 이 사건 토지에 터파기 공사를 하던 중 이 사건 토지의 지하 3m 아래 부분부터 건설 폐기물을 발견해 그해 9월 18일 원고에게 위 폐기물에 대한 처리비용으로 2722만5000원을 청구했고, 이를 통보 받은 원고는 9월 24일 피고와 장씨에게 하자가 발견된 데 대한 손해배상을 요구해 그 의사표시가 2014년 9월 25일 피고 등에게 도달했다.

이어 강씨는 2015년 2월 9일 원고에게 위 폐기물에 대한 처리비용으로 2722만5000원을 청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원고가 소송계속 중인 그해 6월 1일 피고 등에게 소송고지를 해 장씨는 같은 해 7월 14일에, 피고는 이보다 앞선 6월 11일에 각각 보조참가 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2015년 8월 24일 원고가 강씨에게 2015년 9월 30일까지 2000만 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조정이 이뤄졌다.

이에 피고는 “원고와의 매매계약 중 특약 사항으로 ‘현 상태로 인수인계 한다’라고 합의했고 원고에게 이 사건 토지를 그 현 상태로 인도해 계약상 의무를 모두 이행했기 때문에 토지에 폐기물이 매립돼 있어도 하자담보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이 사건 토지에 폐기물을 매립한 적이 없어 이 사건 토지의 하자에 아무런 귀책사유가 없는데도 그 손해를 전부 부담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맞섰다.

하지만 재판부는 “위 특약 사항은 매도인인 피고가 원고에게 이행기에 그 현 상태로 인도하면 인도 의무를 이행한 것이 돼 인도 의무 이행 지체로 인한 채무불이행책임을 면한다는 것이지 그 이외의 채무불이행책임이나 하자담보책임까지 모두 면제한다는 약정이 아니다”고 판단했다. 이어 “「민법」 제580조에 기한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은 법이 특별히 인정한 무과실책임이어서 매도인인 피고로서는 매수인인 원고에 대해 매매 목적물의 하자에 관하여 책임을 져야 한다”고 피고의 주장을 배척했다.

이 같은 판단을 바탕으로 재판부는 “피고는 원고에게 매매계약의 하자담보책임으로 폐기물 처리비용 중 1000만 원과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2015년 8월 24일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인 2015년 10월 2일까지 「상법」이 정한 연 6%, 그 다음 날부터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상의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결론 내렸다.

서승아 기자  nellstay87@naver.com

<저작권자 © AU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