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일 유승건설이 수급 사업자에게 건설 위탁을 하면서 부당하게 하도급 대금을 낮게 결정하고, 허위로 하도급 계약서를 작성해 발급한 데 대해 공정위의 제재를 받았다. <사진=아유경제 DB, 편집=박진아 기자>

앞선 기술과 높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국 건설 발전을 선도하는 기업이 되겠다던 유승건설의 경영 이념에 금이 갔다. 수급 사업자에게 저지른 불공정 하도급 거래 행위가 적발됐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튼튼한 시공으로 건실한 이미지를 쌓아 가던 유승건설이 책임감 없는 행동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며 “이번 논란으로 기업 이미지에 타격이 불가피해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하도급 대금 낮게 책정하고 허위 계약서 작성해 과징금 1억3000만 원 낼 판
‘튼튼 시공’ 대명사에서 ‘불공정 하도급 업체’로 추락? 사 측 “누명… 법적 대응”

지난 26년간 건실한 건설사로서 입지를 굳혀 가던 유승건설이 ‘불공정 하도급 거래 행위’로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특히 ‘안전’에 대한 관심이 쏠리는 요즘, 높은 신뢰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막중한 책임을 가져야 하는 공사(工事)를 놓고 사익을 채우기 위해 꼼수를 부린 것이 드러나 충격을 낳고 있다.

지난 5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수급 사업자에게 건설 위탁을 하면서 부당하게 하도급 대금을 낮게 결정하고, 허위로 하도급 계약서를 작성해 발급한 유승건설과 대표이사를 각각 검찰에 고발하고, 과징금 1억3000만 원 부과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유승건설은 화성도시공사가 발주한 ‘전곡 해양 산업단지 조성사업 조경 공사 중 조경 식재 공사 2공구’를 수의계약 방식으로 A사에게 위탁하면서 원도급 내역상의 직접 공사비 항목의 합인 22억2579만 원보다 7억8611만 원 낮은 14억3968만 원으로 하도급 대금을 결정했다.

공정위는 이 같은 유승건설의 행위에 대해 부당하게 목적물과 같거나 유사한 것에 대해 일반적으로 지급되는 대가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하도급 대금을 결정하는 불법행위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유승건설은 실제 하도급 거래 내용과 다른 내용을 기재한 서면을 발급하는 부당 행위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유승건설과 한서종합조경은 2012년 11월 26일 발주자인 화성도시공사로부터 이 공사를 공동 이행 방식으로 도급 받았다. 이들은 하도급 공사 관리의 편의성 등을 위해 원도급 공사를 3개 공사로 분할하고, 조경 식재 공사 1공구는 한서종합조경이, 2공구와 조경 시설물 공사는 유승건설이 각각 수급 사업자를 선정 및 관리하기로 했다.

이에 유승건설은 2013년 3월 6일 B사에게 공사 일체를 22억9680만 원에 건설 위탁했으나, 선급금 등의 명목으로 9억1872만 원을 지급 받은 B사가 공사를 전혀 수행하지 않은 상황에서 공사를 포기했다.

그러나 유승건설은 B사가 공사 수행을 전혀 하지 않았음에도 9억1872만 원 상당의 공사를 수행(자재 구매)한 것처럼 꾸민 허위의 정산 계약을 B사와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유승건설은 B사가 지급 받은 9억1872만 원 중 B사가 납부해야 할 부가세 등의 비용을 제외한 7억9578만 원을 B사로부터 회수했다.

이후 유승건설은 B사가 포기한 이 공사를 A사에게 위탁하면서 실제로는 14억3968만 원으로 하도급 대금을 결정했음에도 B사의 하도급 대금 22억9680만 원에서 허위 정산 대금(9억1872만 원)을 뺀 13억7808만 원이 하도급 대금인 것처럼 작성한 허위의 하도급 계약서를 작성해 A사에게 발급했으며, 발주자에게 보고까지 마쳤다.

이번 조치는 하도급 거래 과정에서 부당하게 하도급 대금을 낮게 결정한 뒤 이면 계약을 통해 법 적용을 회피하고자 한 사례를 적발해 제재한 데 의의가 있으며, 앞으로도 불공정 하도급 거래 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위법행위가 적발되면 엄정히 제재할 계획이란 게 공정위의 입장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믿을 만한 시공으로 업계의 신뢰를 쌓아 오던 유승건설이 공사비를 두고 꼼수를 부린 것이 발각돼 충격이 크다”면서 “유승건설의 우수한 시공능력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사 측의 대대적인 개선 작업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유승건설 법인과 대표이사까지 검찰에 고발되는 죄질이 큰 위법행위를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과징금 및 처벌이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아 실망스럽기도 하다”며 공정위의 ‘솜방망이’ 처벌을 질타했다.

건설업계 일각에서는 공정위가 밝힌 ‘유승건설은 A사로 하여금 13억7808만 원에 공사 일체(자재 구매 포함)를 수행하겠다는 확인 각서를 제출하게 했을 뿐, 실제 거래 내용을 기재한 서면을 발급하지 않았다’는 대목이 이 같은 낮은 수위의 처벌이 내려진 배경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19일 유승건설 홍보팀 담당자는 “공정위에서 배포한 보도 자료의 내용과 다르게 해당 업체 선정 시 수의계약을 통해 진행한 것이 아니라 경쟁 입찰을 통해 진행했으며, 이는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위배되지 않는다”며 “이와 관련해 최근 공정위에 소명 자료를 제출했다. 법적 절차를 통해 누명을 벗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당국과 사 측의 입장이 엇갈림에 따라 추후 이뤄질 양측의 법적 공방에 유관 업계의 눈과 귀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민수진 기자  vkdnejekd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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