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물이 관계 법령의 모든 요건을 충족해 적법하게 건축됐다고 할지라도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인용되는 수인한도를 넘는 일조방해를 받을 경우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사진=아유경제 DB>

건물이 관계 법령의 모든 요건을 충족해 적법하게 건축됐다고 할지라도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인용되는 수인한도(공해ㆍ소음 등 발생으로 타인에게 생활의 방해ㆍ해를 끼칠 때 피해의 정도에서 서로 참을 수 있는 한도)를 넘는 일조방해를 받고 있음이 인정될 경우 위법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지난달(2월) 8일 울산지방법원(이하 울산지법) 제11민사부는 건물을 신축한 자와 일조권 침해를 받은 자가 다투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이와 같은 판결을 내렸다.

먼저 원고 A~U, W, X는 울산 남구 Z에 있는 집합건물인 빌라 각 가구를 소유하고 있고, 원고 D, E, N, O, Q, U를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은 각 소유 가구에 거주하고 있다.

원고 D를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이 이 사건 빌라 각 가구의 소유권을 이전받을 당시 위 빌라의 남쪽인 울산 남구 AB 지상에는 경량철골구조 키스톤지붕 단층 건물이, 같은 동 158-6 지상에는 철근콘크리트조 평슬래브지붕 2층 건물이 있었는데 피고는 위 각 토지를 매수해 2012년 7월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뒤 2014년 1월 기존 건물을 모두 철거하고 그 지상에 이 사건 건물을 신축했다. 이 사건 건물과 이 사건 빌라와의 직선 이격거리는 4.1m로 피고는 2015년 6월 이 사건 건물의 사용승인을 받았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이 사건 건물의 신축 전 이 사건 빌라 각 세대의 경우 동지 기준으로 총 일조시간 4시간 및 연속 일조시간 2시간을 모두 확보하고 있었으나, 이 사건 건물이 신축됨으로써 두 가지 유형의 일조권 모두를 충족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원고들은 피고의 이 사건 건물 신축으로 인해 수인한도를 넘는 일조권의 침해를 받게 되면서 각 소유 가구의 시가가 하락하는 손해를 입었고, 재산상 손해의 배상만으로 전보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울산지법에 소송을 냈다.

그러나 피고는 이 사건 건물의 건축허가 과정에서 각종 교통 및 환경평가 등과 관련한 심의ㆍ관계기관 협의를 모두 마쳤고, 건축과정에서도 관계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없으므로 이 사건 건물의 신축으로 인한 일조권 침해는 인정될 수 없다며 반발했다. 

법원은 우선 건물이나 구조물 등이 신축됨으로 인해 햇빛이 차단돼 생기는 그늘, 즉 일영이 증가함으로써 토지 소유자 등이 해당 토지에서 종래 향유하던 일조량이 감소하는 일조방해가 발생한 경우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해당 토지 소유자의 수인한도를 넘게 되면 그 건축행위는 정당한 권리행사의 범위를 벗어나 사법상 위법한 가해행위로 평가된다고 전제했다. 

이를 통해 법원은 동짓날 기준 8~16시까지 8시간 중 일조시간이 통틀어 4시간 이상 확보되는 경우 또는 9~15시까지 6시간 중 일조시간이 연속해 2시간 이상 확보되는 경우는 수인한도를 넘지 않는 것으로, 이 두 가지 중 어느 것에도 속하지 않는 일조방해의 경우에는 수인한도를 넘는 것으로 보고 원고 A~F를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은 이 사건 건물 신축으로 인해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인용되는 수인한도를 넘는 일조방해를 받은 것이라고 판단했다. 단, 원고 A~F는 이 사건 건물 신축으로 일조시간이 감소하기는 했으나 건물 신축 후에도 연속 일조시간이 2시간을 넘어 수인한도를 넘는 일조권 침해를 받는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울산지법은 이를 토대로 손해배상의 액수에 관하여 공평의 원칙상 피고에게 일조권 침해로 인한 위 시가하락액 전부를 부담하게 하는 것은 부당하므로, 피고가 배상해야 하는 재산상 손해액을 시가하락액의 70%로 제한하며, 위자료는 각 가구당 300만 원으로 정해 이 사건 건물을 신축한 피고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법원은 소송비용 중 원고 A~F와 피고 사이에 생긴 부분은 위 원고들이, 원고 N, O, Q, U와 피고 사이에 생긴 부분의 30%는 위 원고들이, 나머지 70%는 피고가, 위 각 원고들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생긴 부분은 피고가 부담하라고 명령했다.

유준상 기자  Lostem_bass@naver.com

<저작권자 © AU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