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른바 ‘꼬마 재건축’이라 불리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의 문제가 하나둘씩 조명됨에 따라 ‘재정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아유경제 DB, 편집=박진아 기자>

이른바 ‘미니 재건축’으로 이름을 알린 재건축의 대안 사업, 가로주택정비사업이 시행된지 5년이 지난 지금까지 비활성화 주류에 머물러 있다. 특히 사업성 제고가 시급한 지방의 현장에서는 그동안 보여준 행정적 지원에 비해 실적이 미미한 지자체와 정부의 허술한 행보에 지쳐가고 있는 형국이다.

부산 첫 가로주택정비사업 “문제 있다” 손 번쩍
‘HUG 업무협약’ 대열 합류해야… 부산시, 계획 ‘無’

최근 서울 등 수도권과 맞먹을 정도로 재개발ㆍ재건축 등 도시재정비사업이 활발한 부산 지역에서 올해 최초의 가로주택정비사업장이 탄생했다. 그러나 순탄하게 진행되던 이 사업장도 미니 재건축의 고질병으로 자리 잡은 문제들을 피해갈 순 없었다.

이 문제들로 인해 행정청인 부산시와 갈등을 겪고 있는 거제동 가로주택정비사업조합(조합장 양세훈ㆍ이하 조합)은 현재 2차 시공자 선정 과정을 거치고 있다.

이달 24일 조합에 따르면 조합은 지난 6일 두 번째 시공자 입찰공고를 내고, 14일 현장설명회를 마쳤다. 이날 현장설명회에는 ▲계룡건설 ▲동부건설 ▲대방건설 ▲동원개발 등 4개 건설사가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조합은 내달(4월) 4일 오후 2시 시공자 입찰을 마감할 계획이다.

하지만 조합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앞서 지난 2일 조합은 첫 시공자 입찰을 마감했지만 참여 건설사가 없어 유찰됐기 때문이다. 이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의 문제점인 사업비 보증ㆍ조달, 사업성 하락 등으로 인해 시공자 참여가 저조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두 번째 시공자 입찰도 우려되긴 마찬가지다. 조합 자문을 담당하고 있는 영산대학교 부동산자산관리전공 양윤호 교수는 “먼저 일반적인 재개발ㆍ재건축의 경우 사업 규모가 크기 때문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총 사업비의 50%까지 사업비 보증을 받아 진행되는 반면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사업ㆍ사업비 규모가 작아 1군 시공자는 입찰에 거의 참여하지 않을뿐더러 도급순위 100위권 이내의 건설사들도 참여를 바라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 문제가 지속될 경우 미분양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애초에 미분양의 우려를 안고 있는 가로주택정비사업에 HUG가 보증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처음 시작한 서울시의 경우 2014년부터 지원을 위해 4대 공공지원책을 마련, 기존 조합 운영 자금(최대 20억 원, 연 4.4%) 융자 규모에 추가로 건축공사비도 40% 범위 내에서 30억 원까지 연 2%로 대출한바 있다. 이후 서울시는 지난해 HUG와 함께 가로주택정비사업 대출 보증 지원에 대한 협약을 맺고 시가 미분양주택에 대한 매입 확약을 통해 HUG가 기존의 시 보증에 대해 총 사업비의 90%까지 보증을 해줬다.

그러나 부산시를 비롯한 지방의 지자체는 가로주택정비사업에 대한 자체적인 사업비 보증 지원 방안이 대체적으로 마련돼 있지 않은 곳, HUG와 협약이 돼 있지 않은 곳이 대다수다.

거제동 조합 측은 사업비 보증ㆍ조달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서울시와 같이 HUG와의 업무협약이 가장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지난 24일 부산시 도시정비과 담당자는 “거제동 조합의 사업비 보증에 관한 문제에 대해 알고 있다”며 “현재 시는 문제를 접한 날부터 HUG와 접촉 중에 있다. HUG 측에서 검토를 마친 뒤 의견을 보내주면 이후 시에서 전문가 자문, 논의 등 절차를 거쳐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행정적 지원 계획이 아직까지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인지 재차 묻자 이 담당자는 “서울시의 경우 여러 정비기금이 있겠지만 부산시에는 그만큼의 정비기금 마련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LH 참여형 가로주택정비사업의 경우에도 LH에서 가로주택정비구역들 점검ㆍ검토를 거쳐 해당 구청과 협의해서 타당성 조사가 완료되면 사업이 추진될 동기가 마련되는 것일 뿐, 아직까지 시범 사업지가 정해진 것도 아니다. 기초 단계로 알아줬으면 한다”고 잘라 말했다.

재건축 대안 사업이라더니… 民 “나아진 것 없어”
문제의 해답은 ‘LH 참여형 가로주택정비사업’?!

부산에서 논란의 중심에 선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재건축의 대안 사업으로 한때 ‘뜨거운 감자’로 여겨졌다. 대규모 재개발ㆍ재건축사업에 비해 규모가 작아 사업 진행이 빠르고 절차가 간소하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제동 조합과 같이 사업비 보증ㆍ조달, 시공자 참여 저조, 사업성 하락, 미분양 우려 등의 문제가 항상 가로주택정비사업의 꼬리표마냥 붙어 주민 및 조합만의 노력으로는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해 6월 말 기준, 전국에서 조합이 설립된 가로주택정비사업지는 전체 9곳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4일 이 소식을 접한 대구의 한 가로주택정비사업지 주민은 “아무리 소규모 사업장이지만 재건축사업의 대안으로 나름대로 추진될 수 있다고 믿어왔는데, 역시나는 역시나인 것 같다”며 “느린 행정청의 대처와 조치로 현장이 굴러가지 않는다는 것은 지자체 및 정부의 탁상행정 탓”이라고 피력했다.

이 주민은 이어 “정부와 지자체의 ‘겉핥기 식’ 지원은 현장에선 여전히 도움이 되고 있지 않다는 걸 방증하고 있는 것이며, 여전히 나아진 게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 곳도 나타났다. 대구의 한 조합원은 “수도권이 아닌 타 지방 사업장도 그렇겠지만 소규모이기 때문에 숱한 어려움을 겪어 왔으며, 행정적 지원이 없어 포기ㆍ반대할까도 여러 번 고민했다”면서 “하지만 현재 우리뿐만 아니라 조금이나마 가로주택정비사업장들이 사업에 진전을 보이고 있는 것은 지난달(2월)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대구 중남구)의 노력으로 ‘LH 참여형 가로주택정비사업’ 설명회를 개최한 공이 가장 크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르면 곽 의원은 민원의 날 행사에서 ‘오래된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도 깨끗한 주거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주민들의 민원에 한동안 고민이 많았다. 그는 민원인들이 구청ㆍ시청에 건의하니 ‘조합을 구성해서 재건축사업을 추진해라’는 형식적인 답변만 되풀이했다고 해 직접 나서 반드시 해결책을 찾아야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곽 의원은 “재건축사업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주민들의 민원을 받아들였을 때는 소규모 아파트라 사업성이 떨어져 시공자 선정이 매우 힘든 상황에 놓여 있었다. 이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참여형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생각해 냈다”며 “앞으로 대구는 ‘도심 안의 노후아파트 후보지를 발굴하고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가 남은 과제”라고 전했다.

실제 가로주택정비사업 현장은 사업비 보증 문제 및 전문성 부족함을 메워주는 LH가 참여함으로써 탄력이 붙고 있다. 이 사업은 사업비 조달ㆍ보증, 미분양 우려, 시공자 참여 저조 등의 앞서 언급했던 문제들로 인해 힘든 시기를 보내면서 행정청으로부터는 사실상 방치됐던 정비구역에 LH가 공동시행자로 참여하는 것이다. 이에 전문성 충족, 재정착률 향상 등으로 그간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의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는 추세다.

특히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LH가 참여하는 새로운 방식의 가로주택정비사업 시범 사업장을 정해 본격적으로 추진에 나섰다. LH 참여형 가로주택정비사업장은 서울ㆍ인천ㆍ경기 5개 지구(서울 중랑면목지구, 인천 석정지구, 부천 중동지구, 수원 파장1지구ㆍ파장2지구)에서 결정된바 있다.

한 도시재정비업계 전문가는 “재건축시장이 어수선한 가운데 대안 사업인 가로주택정비사업의 돌파구가 마련되면서 주민의 부담을 덜어 줄 수 있을지 내심 기대된다”며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사업 주체인 주민 및 조합원의 적극적인 성원과 협조가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 최근 업계에서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하고 있는 LH 참여형 가로주택정비사업 구조. <제공=국토교통부>

‘미니 재건축’ 움츠린 어깨 펴질까?
수도권-지방 간 필요충분조건 충족이 ‘핵심’
업계, 지자체 ‘행정 지원’ㆍ정부 ‘법제 개선’ 뒷받침 촉구

그동안 풍파를 경험했던 가로주택정비사업 현장에서는 기대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아울러 미니 재건축이 LH 참여형 가로주택정비사업에 힘입어 5년 만에 날아오를지 업계 안팎의 눈과 귀가 모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미니 재건축이 현장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새 과제로 ‘수도권과 지방 사이의 사업 관련 제도 질의 격차 줄이기’가 대두되고 있다.

수도권과 지방 간 차이는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에는 사업비 지원이나 행정 지원 체계는 잘 갖춰져 있으나, 7층 이하의 층수 제한이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반면 지방의 경우는 층수 제한은 어느 정도 완화됐으나 사업비 보증이나 행정 지원은 아직 걸음마 단계라고 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의 문제는 단순히 한정된 재원과 전담 인력이 부족한 해당 지자체의 노력만으로는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또한 이 사업의 문제를 일일이 지적하기에는 어려운 측면도 있다. 국토부 차원에서 현재 관련법 재정비를 하고 있는데 최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담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이 전문가는 이어 “지방의 가로주택정비사업의 경우 지자체마다 행정 지원 체계가 아직 준비돼 있지 않다. 당장 거제동 조합의 사업비 보증 문제만 하더라도 재원의 마련이나 보증 한도의 문제, 미분양 발생 시 대책 등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면서 “무엇보다도 해당 지자체에서는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구체적으로 가로주택정비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용적률 인센티브, 공공지원에 대한 방안, 사업시행인가ㆍ관리처분인가 간소화 등을 시행하겠다고 하지만 정확한 지침이 없는 상황이다. 행정적 지원 체계가 확립돼 있지 않은 이 상황에서 우선 연내 조합을 몇 개라도 만들고 보자는 식의 접근은 오히려 새로운 민원 제기의 불씨가 되살아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즉, 공공 지원이 절실히 요구되는 소규모 정비사업은 해당 지자체에만 맡겨놓거나, LH 참여형 사업처럼 LH에서 시행하는 하나의 사업 형태로만 자리매김할 것이 아니라 정부 차원의 지원을 통해 낙후된 노후ㆍ불량 건축물이 밀집한 지역에서 주민 스스로 주체가 돼 효율적으로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생활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최종적으로 정부는 수도권뿐만 아니라 지방의 가로주택정비사업 진행 과정에서 생기는 여러 문제점을 해당 지자체, 조합, 주민 등 모두의 목소리를 담아 행정적 지원ㆍ법제 정비 등을 빠른 시일 안에 마련해야 2018년 미니도시재생사업의 활로를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

이에 따라 정부가 가로주택정비사업 뿐만 아니라 2018년 2월 9일자로 시행되는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을 통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서 가로주택정비사업을 분리시켜 자율주택정비사업, 소규모 재건축사업과 함께 별도의 법안으로 미니도시재생사업을 활성화시킨다는 계획과 그 준비 과정에 관련 사업 주체와 전문가들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민수진 기자  vkdnejekd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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