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부동산시장에서 각종 정책ㆍ규제 강화, 금리 인상 가능성에 더해 주택 공급과잉까지 다양한 악재가 예견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사진은 이달 16일 금융위가 개최한 가계부채 관련 관계 부처 점검회의 모습. <제공=금융위원회>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에 더해 대출 옥죄기까지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국내 금리도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에 힘이 실릴수록 부동산시장 실수요자들은 이중고에 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와 더불어 오는 5월로 조기대선이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그 결과에 따라 부동산 규제도 한층 강화될 수도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현재 부동산시장은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안갯속’ 상황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규제로 꽁꽁 묶인 주택시장… 대출ㆍ부동산 규제에 이어 금리 인상까지 ‘트리플 악재’

최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번 금리 인상은 이미 예상된 일이었고, 국내 시장 금리에 미리 반영된 측면이 있어 지금 당장 가시적인 부동산시장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아울러 현재 국내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금리를 곧바로 따라 올리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 이어진다.

하지만 문제는 올 하반기다. 미국이 올해 금리를 몇 차례 더 올릴 경우 국내 금리도 결국 이를 따라갈 수 있다는 것이 다수 전문가들의 주장이기 때문이다. 한 금융업계 전문가는 “미국이 금리를 계속 올릴 경우 정부 입장에서도 금리 인상 부담이 커지게 된다”며 “유동성에 의해 주택시장이 돌아갔던 지난해와 다른 양상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인상 가능성에 국내 입주물량 증가, 중도금 대출 규제의 후폭풍에 ‘장미대선’으로 인한 정치적 변수도 남아있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까지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이 있더라도 한국의 금리 인상 폭은 제한적일 것이며, 신규 대출 금리의 경우 지난해에 비해 이미 오른 상황이라 기록할 만한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그러나 대출 규제와 차기 정부의 부동산 추가 규제 예고로 부동산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국내 금리 인상까지 본격화될 경우 충격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뒷받침하듯 이달 30일 부동산업계가 발표한 지표에 따르면 서울시에서 올해 들어 전날까지 신고가 된 아파트 거래는 총 1만517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00건 이상 감소했다. 올해 1월과 2월 거래량은 각각 4492건, 5798건으로 모두 작년 1월(5431건)과 2월(4924건)보다 줄어들었다. 3월 거래량도 지난 29일 기준 6097건으로 지난해 3월(7029건)보다 적었다. 반면 올해 1분기 전월세 거래량은 3월 28일 기준 5만154건으로 이미 작년 1분기 전체 거래량(4만6182건)을 웃돈다.

시장은 불안정 지속되는데… 정부 “당장 부동산 부양 계획은 無”

이처럼 지난해 ‘8ㆍ25 가계부채 대책’과 ‘11ㆍ3 부동산 대책’ 등 잇따른 부동산 규제 대책에 더해 악재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주택시장의 불안정이 더욱 심화되자 조만간 부동산 대책이 나올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일부 전문가들의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시장이 갈수록 위축되는 모습에도 당장 추가적인 부양 대책은 없을 것이라는 예측이 더 지배적이다.

당장 5월 장미대선을 준비하는 대선주자들도 부동산 활성화 등 경기 부양보다는 박근혜 정부와 차별화하기 위한 부동산 규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올해 부동산 부양책이 나오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이어진다.

최근 소식통에 따르면 부동산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장관 강호인ㆍ이하 국토부) 또한 국내 부동산시장을 둘러싼 거시경제 등 대내외 여건이 그리 좋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국토부 한 관계자는 지난 22일 주택협회 주주총회에 참석해 “올해 주택 공급 과잉 이슈가 있고, 미국 금리 인상과 함께 가계부채가 증가하는 등 대외변수가 많다. 또한 대출 규제로 인한 주택업계의 어려움을 알고 있다”며 “주택 공급을 적정한 수준으로 유지하고, 대내외 상황을 잘 모니터링해 과열이나 위축이 없도록 신축적ㆍ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해 올해 국내 주택시장 여건이 녹록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시장을 살릴 추가적인 부양책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이해했다. 이날 국토부 관계자의 주장은 기존에 강호인 장관이 올해 초 내비친 시장을 보는 기조와 크게 다르지 않은 데다, 최근 시장을 과열도 위축도 아닌 상황으로 본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정부가 최근 전체적인 부동산시장이 과열이나 위축이 아닌 정상화 과정의 일부로 인식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금융당국이 가계부채가 1344조 원에 이르는 등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면서 집단대출 규제 등 사실상 부동산시장 규제책을 내놓고 있어 당분간 시장 활성화 대책은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과잉공급ㆍ미분양’까지 우려… ‘부동산시장 폭탄 주의보’ 발동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문제는 또 있다. 분양권 전매 규제와 금리상승 등 악재가 산재한 가운데 공급과잉으로 인한 미분양 리스크 문제가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 전국에는 22만 가구에 달하는 가구가 입주한다. 반기에 10만 가구 수준인 평년에 비하면 많다. 또 2018년 상반기에도 21만 가구, 하반기 16만 가구가 입주를 대기 중이다. 이중 올해 1만 가구 이상 대규모 입주가 예정된 김포 한강신도시는 마이너스 프리미엄까지 나오면서 지난해와 달라진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또한 지방에서는 집주인을 찾지 못한 ‘미분양 주택’이 5년 만에 최대치로 늘었다. 국토부는 지난달(2월) 지방의 미분양 주택이 4만3049가구로 2011년 7월 이후 5년 7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1년 새 미분양 물량이 1만 가구 넘게 줄어든 수도권과는 반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다수의 전문가들은 규제가 풀리면서 과열을 빚던 부동산시장이 금리가 오르고, 은행이 대출을 죄면서 빠르게 얼어붙을 것이란 불안이 큰 상황인데, 지방에서부터 빨간불이 켜진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지방 미분양이 늘어난 이유에 대해 정부의 온탕에서 냉탕 기조로 바뀐 정책의 영향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2014년 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경기 부양을 위해 부동산 규제를 풀자 건설사들은 미개발지역이 많고 땅값이 싼 지방에서 분양 경쟁에 나섰고, 이에 편승한 투기 수요도 몰린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대출 규제를 강화하자 시장은 급속도로 냉각됐다. 실제로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일부 지역을 빼면 대부분의 지방 집값은 내리거나 제자리이다.

전문가들은 대출금리 인상으로 주택 구입 수요가 줄어 미분양이 더 늘어나면 우리 경제의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 금융 전문가는 “정부는 지방의 미분양 동향을 세심히 살펴 특단의 미분양 관리 대책을 (특정) 지역에 한해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지난 2년간 국내 부동산시장은 호황으로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의 공급이 매우 활발했다. 특히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면서 무리하게 빚을 내 투자를 한 사람들도 상당하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현행 3~4% 수준인 주택담보대출금리가 6~7%로 오를 경우 원리금 수용 범위(월 50~100만 원)를 벗어나는 과다 부담 가구 수는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우려된다. 대출을 감당 못하는 하우스푸어(House poor)가 급증한다는 얘기다. 현재 원리금 상환 과다 부담 가구가 16만9000가구인데 금리가 4%p 오르면 그 수가 32만7000가구로 약 2배 늘어날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 “금리 상승 대책 마련 서둘러야… 부동산시장 충격 ‘완화’할 대책 필요”

이에 일각에서는 금리 인상에 따른 급격한 원리금 상환 증가 부담을 억제하고 주택시장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선 금융 리스크를 사전에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경제 전문가는 “효과적인 예방책으로 제시할 수 있는 것은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한제 도입이다. 이는 실수요자의 주거용 주택 구매 대출에 한해 금리 인상에 상한선을 설정하자는 것이다”라며 “지금은 대출시 소비자가 금리 상승 리스크를 전적으로 떠안지만 앞으로는 금융기관도 일정한 리스크를 분담하도록 해 금융소비자를 보호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또 규제가 불가피하다면 지역 상황에 맞게 주택금융정책을 유연하게 실행하는 것도 방법이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의 주택금융규제 수단의 강도를 세분화한 뒤 지역 형편을 고려해 적용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거시적인 총량적 가계부채 관리가 아닌 다양한 기초 통계를 이용해 정부가 세밀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도 나온다. 부동산시장과 가계부채, 소비는 매우 밀접한 관계로 부동산시장이 죽으면 소비도 없기 때문에 중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선택과 집중을 통한 차별화된 관리 정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는 업계 관계자들의 주문이 뒤따른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정부는 가계부채 관리로 인한 실수요자들의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주택문제는 일반적인 재화랑 달리 주거 안정 차원에서 매우 중대한 문제다”며 “이런 부분을 충분히 고려해 건실한 사업장과 실수요자들의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금융당국과 계속해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조현우 기자  koreaareyo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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