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9년부터 쌓아올린 정림건설의 신뢰와 명성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포항시 ‘정림다채움아파트’에 부실시공 및 법적 미비 사항으로 입주예정자들과의 갈등이 깊어지는 등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사진은 입주예정자들이 촬영한 이 단지의 부서진 서랍장, 뜯어진 벽지, 현관 입구쪽 틈새 등의 하자와 입주예정자들의 입장을 밝힌 글 목록. <출처=‘정림다채움아파트’ 입주예정자 네이버 카페>

최근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문덕리에 공급된 ‘정림다채움아파트’가 부실시공 논란의 주인공이 됐다. 이에 따라 시공자인 정림건설의 명성과 신뢰는 한순간에 무너진 것으로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입주예정자, 끝없는 하자에 ‘계약 해제’ 외쳐
포항시 ‘임시 사용 승인’?!… “비호 행정, 즉각 철회하라”

부실시공 논란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정림다채움아파트’ 입주예정자들이 잇따라 ‘계약 해제’ 입장을 밝히고 있어 논란이 들끓고 있다.

지난 7일 ‘정림다채움아파트’ 입주예정자 관계자에 따르면 이 단지는 벽면 누수, 곰팡이, 벽체 갈라짐 현상, 뜯어진 벽지, 부서진 서랍장, 현관 입구 쪽 틈새, 현관 수납공간 장석 하자 등 부실시공 흔적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실제로 이 사태의 심각성을 공유하는 이 단지 입주예정자들의 인터넷 카페에서는 ‘입주하기 싫어요’, ‘기막힌 중간점검’, ‘양파세요?’, ‘발로 지은 집?’, ‘현관 입구부터 말썽이네요’ 등 하자를 발견한 입주예정자들의 글과 하소연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분양 계약 전 이들의 기대를 한 몸에 안고 공급된 ‘정림다채움아파트’는 계약 전과 달리 아파트 1층이 옹벽에 둘러싸여 반지하화 돼있었으며, 사람이 지나다닐 수 없을 정도로 동간 간격이 좁아 경관을 훼손하고, 하자는 일일이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한 입주예정자는 “분양 계약을 체결하기 전과 너무나도 다른 시공에 할 말을 잃었다”면서 “아파트 내부도 심각하게 부실한 수준이라 입주는 불가능하다고 보는 게 맞다. 정림건설의 ‘사람이 집을 짓지만 집이 사람을 만든다’는 말은 부실시공을 한 건설사가 집을 지어 입주예정자들의 속을 뒤집어 놓았다는 대목에서 참 우스꽝스러운 말이다”라고 분노를 표출했다.

같은 맥락에서 또 다른 입주예정자는 “2년 동안 기다린 보람이 없다”며 “싱글인 시절 분양 받아 현재 결혼을 했고 우리 가족 행복하게 살고자 얻은 내 집을 이런 식으로 지으면 어떻게 하란 말이냐”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서 “다른 예정자들의 불만은 값어치에 비해 아파트의 질이 떨어지는 것과 하자가 끊임없이 나오는 것”이라며 “2년이란 시간이 아깝지 않게 정림건설 측에서 철저히 점검해 빠른 시일 안에 해결책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계약 해제’가 유일한 답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정림건설의 부실시공으로 입주예정자들의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특히 이들의 불만을 고조시킨 주범은 포항시의 ‘임시 사용 승인’ 결정 대목이다.

한 입주예정자는 “이는 명백한 포항시의 ‘비호 행정’, 즉각 철회해야 한다”며 “대부분의 입주예정자들은 정림건설을 감싸주는 시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입장”이라고 호소했다.

더욱이 ‘정림다움채아파트’에는 「건축법」 제44조제1항에 따라 ‘건축물의 대지는 2m 이상이 도로(자동차만의 통행에 사용되는 도로는 제외)에 접해야 한다’는 법정 기준도 부합치 않아 미비 사항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소식을 접한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포항시에서 부실시공 및 법적 미비점이 있는 ‘정림다채움아파트’의 임시 사용 승인을 내준 것은 하나의 비호 행정으로 볼 수 있다”며 “이번 사태로 이미 부정적인 이미지로 낙인찍힌 정림건설이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효율적인 방안을 제시할 수는 있을 것인지 미지수다. 현재까지도 포항시청 앞에는 다수 입주예정자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장기전이 될 모양새”라고 내다봤다.

사 측 ‘입주 후 하자보수 해결’ 제안… “꼼수다” 거부
밀려드는 민원에 市 “문제 있다면 처벌하는 게 마땅” 社 “…”

건설업계 관계자의 말대로 포항시청 앞 광장에서 항의 집회를 하고 있는 입주민 비상대책위원회는 ‘자격미달’, ‘부실업체’, ‘포항에서 떠나거라’, ‘죽어도 못 살겠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각성하라’는 메시지를 사 측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3월) 10일 ‘정림다움채아파트’ 입주예정자들이 ‘부실시공 및 임시 사용 승인 철회’를 주장하며 1차 항의 집회를 가진 데 이어 지난 5일 같은 장소에서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2차 항의 집회가 개최됐다.

게다가 앞서 ‘정림다채움아파트’ 입주민 비상대책위원회는 분양계약서와 전혀 다른 시공으로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등 위반, 공공부분 부실시공 및 미 시공 등으로 분양 계약자 253가구가 지난 3월 6일 분양 계약을 해제하겠다는 내용의 증명서를 정림건설 측에 보낸바 있다.

이 같은 입주예정자들의 항의 행보에 정림건설 측은 ‘입주부터 하면 하자 보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선 입주ㆍ후 보수’ 입장을 내비쳤다고 한다. 그러나 예정자들의 입장은 달랐다. 이들은 “입주부터 하라고 부추기는 행태는 준공 검사만 받겠다는 정림건설의 꼼수”라며 선을 그었다.

또한 일각에서는 “정림건설 측은 하자 보수를 해주겠다는 말만 할게 아니다. 핵심은 하자 보수가 아닌 부실시공 문제다. 이에 즉각 계약 해제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부풀어만 가는 ‘정림다움채아파트’의 부실시공 논란에 대한 입주예정자들의 민원에 포항시는 뒤늦은 대처에 나섰다.

지난 7일 포항시 담당자는 “‘정림다움채아파트’ 부실시공 논란은 알고 있다. 그렇기에 시에서는 사용 승인이 아닌 ‘임시’ 사용 승인을 내준 것”이라면서 “입주민들의 민원에 시도 감리자ㆍ시공자 등에 자료를 요청해 조사 중이다. 문제가 있다면 관계자들을 처벌하는 방안도 적극 고려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시공 오류로 인한 도로 관련 법적 미비 사안에 대해선 정림건설 측에서도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중인 것으로 안다”며 “위법 해소가 가장 시급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본보는 지난 7일 공문을 통해 정림건설과 관련해 앞서 언급된 부실시공 등의 사태에 대한 공식 입장을 요청했으나, 사 측은 사실상 이를 거부했다.

민수진 기자  vkdnejekd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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