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 유예 적용이 임박해 옴에 따라 재건축 조합들의 발걸음이 빨라지는 가운데, 서울시가 잇따라 규제를 가해 조합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사진=아유경제 DB, 편집=박진아 기자>

서울시가 지난 2월 국토교통부와 재건축 조합 합동점검을 실시한 가운데, 오는 5월 자치구와 함께 실태점검을 다시 진행할 예정으로 알려져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 2월의 합동점검이 독단적인 행정으로 이뤄졌다는 일부 조합들의 주장이 나왔기 때문이다.

‘보여주기식’ 합동점검에 조합 반발… 이미 적발된 비리까지 중복 ‘적용’

지난 2월 16일 국토교통부(장관 강호인ㆍ이하 국토부)는 ‘11ㆍ3 주택시장의 안정적 관리방안’의 후속 조치로 강남권 8개 재건축 조합(신반포18차, 방배3구역, 서초우성1차, 개포시영, 개포주공4차, 풍납우성, 고덕주공3차, 둔촌주공)에 대한 서울시와의 합동점검 결과, 총 124건의 부적절 사례를 적발해 수사의뢰 및 조합장 교체 등 개선 권고, 시정명령, 행정 지도 등의 조치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부터 2개월간 국토부는 서울시, 한국감정원 등과 합동점검반을 구성해 조합의 예산회계, 용역계약, 조합 행정, 정보공개 등 운영 실태 전반에 대한 현장점검을 실시해왔다.

점검 결과, 총 124건의 부적절 사례를 적발했으며 분야별로는 예산 회계 57건, 용역계약 29건, 조합 행정 19건, 정보공개 9건 순이었다.

이 중 6건은 수사의뢰(조합장 교체 권고 병행), 26건은 시정명령, 15건은 환수 조치, 75건은 행정 지도, 2건은 기관 통보 등의 조치를 내렸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을 위반하고 2015년 이후 최근까지 위반행위가 이어지고 있는 3개 조합은 수사의뢰를 조치했다.

하지만 이 같은 합동점검은 해당 조합 관계자 등에 따르면 성과에만 급급한 수박 겉핥기식으로 진행된 것으로 전해져 조합과 업계 관계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먼저 합동점검의 조사 기간부터 2개월 간 중 현장조사는 조합 사무실에서 10일 동안 실시했다. 이마저도 국토부와 서울시의 합동점검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서울시가 선정한 외부전문가들의 주도하에 이뤄지는 등 한국감정원의 참여도도 현저히 낮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조사 과정에서도 합동점검팀은 조합의 설명에 대해서는 듣지 않고 서류만 확인하고 조합과 상의 없이 점검 결과를 발표해 조합 비리 심각성을 부풀려 조합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한 조합 관계자는 “조합의 설명도 듣지 않고 서류만 확인하려는 게 어떻게 점검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독단적인 행정에 조합들의 반발이 계속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합동점검에서 적발된 사례들이 이미 과거에 적발돼 조치가 이뤄진 사항임에도 다시 중복으로 포함되고 수사의뢰를 한 사례 중 경찰조사에서 이미 무혐의 결론이 난 경우도 있어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점검대상인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조합에게 전후 사정 설명을 듣지 않고 서류로만 판단하니 이런 결과를 낳은 것 아니냐”며 “이런 게 바로 ‘탁상행정’이 아니고 무엇이냐”고 지적했다.

적발 이후의 후속 조치도 문제가 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2월 실태점검을 통해 적발한 조합 등에게 78건의 조치사항을 통보해 30일 내에 자세한 조치사항을 제출하라고 권고한바 있다.

그러나 지난 11일 강남구에 따르면 이에 따라 개포시영과 개포주공4단지 조합은 관련 적발사항에 대한 해명자료를 서울시에 제출했다. 하지만 시는 조합이 제출한 해명자료에 대한 어떤 답문이나 개선 조치를 진행하지 않고 있어 조합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사실 시는 사법경찰권 확보 방안까지 검토했지만 이번 실태점검에서는 보류된 것으로 업계는 전했다. 이는 서울시가 합동점검이 수사의뢰를 통해서만 조사가 이뤄져 개선효과가 미미하다고 판단해 추진했지만 행정력 소비와 수사 과정에서 지휘 등의 문제로 조사가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는 국토부와 서울시의 합동점검에서 후속 조치에 대한 조합의 반발로 개선 효과가 없다는 지적을 받았음에도 이를 강행하는 것은 이번 실태점검에서 시의 권위를 보여주는 격이 아니냐는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조합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 유예 적용 피하기도 바쁜데…”
서울시 “도시재정비사업 주민갈등 해소하겠다!”, 업계 “바쁜 조합 발목 잡는 형국”

이처럼 조합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가 오는 5월께 서대문구를 시작으로 대대적인 합동점검을 이어간다는 방침을 내세워 조합들이 긴장하고 있다.

지난 11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자치구와 함께 조합 비리를 척결하기 위한 합동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오는 5월 중 서대문구 북아현2구역을 필두로 8월 북아현3구역, 홍제3구역 등을 대상으로 진행한다는 구상이다.

이번 점검은 연간계획으로 운영 중인 조합 실태점검의 일환으로 시는 자치구에게도 단속권한을 부여하고 필요시에는 외부 전문가와도 같이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조합들은 사업 지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지난 합동점검에서 적발된 조합들에 대한 의견수렴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 적용을 피하기 위해서 사업 지연을 막으려는 조합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가 계속해서 이런 식으로 브레이크를 가하는 것은 기다렸다가 폭탄을 맞으라는 꼴이다”고 토로했다.

여기에 더해 강남 재건축 조합들의 시름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서울시가 이번에는 조합 임원 선출에 대해 칼을 빼 들었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서울시는 재개발ㆍ재건축 등 도시재정비사업의 임원 선출을 위한 절차와 방법을 규정한 선거법으로 지난 2015년 최초로 제정한 「정비사업 표준선거 관리규정」을 손봤다고 밝혔다.

이는 구체적으로 보궐선거 등 선관위 구성 및 최초 회의 소집, 유권해석 등에 공공지원자(구청장)의 역할을 신설ㆍ강화하는 등 공공지원을 강화해 도시재정비사업 진행 과정에서 주민 갈등을 줄여나가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서울시는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정비사업 표준선거 관리규정」 개정안을 이달 13일 행정예고하고 다음 달(5월) 3일까지 20일간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그달 말께 최종 고시할 예정이다.

특히 개정된 표준선거 관리규정을 적용하지 않는 조합은 도시정비법 제77조에 따라 도시재정비사업 시행과 관련한 각종 인허가에 제한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한 재건축 조합장은 “점검에 이어 이번에는 선거관리 규정까지 강화해 조합들의 발목을 잡는 셈 아니냐”며 “사업에 투명성을 높이는 취지는 좋지만 왜 하필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도 피하기 바쁜 이 시기에 지원은 고사하고 규제를 계속 강화하는 것은 가혹하다”고 말했다.

설상가상? 도계위에 줄이어 ‘좌절’된 조합들 ‘울상’
업계 “사업 지연 부추기는 서울시… 빨리 진행하도록 도와줘야”

다수의 조합들이 올해 안으로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해야만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 적용을 피할 수 있어 사업 속도를 더하는 것에 몰두하고 있는 와중에, 시의 점검이 사업 지연까지 불러올 수도 있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특히 시의 엄격한 잣대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도 적용돼 조합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반포 재건축 단지들이 잇따라 심의 문턱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6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달 5일 서울시 제6차 도시계획위원회(이하 도계위)를 개최한 결과, 원안 가결 2건ㆍ조건부 가결 1건ㆍ보류 3건ㆍ부결 1건 등이 결정됐다. 이에 따라 신반포18차 재건축 예정법적상한용적률 결정(안)이 부결되고 신반포7차 재건축 정비계획 변경 및 경관심의(안)이 보류됐다.

신반포18차 재건축 조합은 당초 246.24%의 용적률을 300%로 높이고 소형 임대주택을 늘리는 계획을 담았다. 도계위는 한강변에 인접한 신반포18차의 높이가 올라가면 경관을 훼손할 수 있다며 이를 보류했다.

신반포7차 재건축 정비계획도 보류 판정을 받았다. 상가를 줄이고 주택을 늘리는 방향으로 계획을 제출했으나 논의가 부족했고 입증 자료가 충분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두 단지 모두 연내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목표로 하고 재건축 사업 속도를 내고 있으나 이번 도계위 문턱을 넘지 못해 내년 부활 예정인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이번 도계위 심의를 통과해도 연내 관리처분인가 신청까지 빠듯한 일정인데 이번에 보류 판정까지 받아 유예 적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라는 큰 산을 만난 조합들에게 지원은커녕 계속해서 규제를 가하는 서울시는 적용을 피하지 않고 맞으라고 고사를 지내는 격이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서울시의 잇따른 도시재정비사업에 대한 규제가 이어지는 가운데, 서울시가 기조를 바꿔 정비사업 지원을 통해 재건축 단지들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 적용이라는 ‘소나기’를 피할 수 있을지, 혹은 조합들의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서승아 기자  nellstay8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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