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반도유보라’를 시공한 반도건설이 ‘부실시공’의혹으로 도마에 올랐다. 이에 반도건설은 입주예정자를 포함한 여론의 지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출처=‘세종반도유보라’ 입주예정자협의회, 편집=박진아 기자>

‘많이 지어 얻은 명성보다 바르게 지어 얻는 명예를 택하겠다’던 반도건설의 경영이념이 말뿐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신도시) 1-4생활권 도램마을에 공급된 ‘세종반도유보라’ 주상복합단지의 하자가 무더기로 발각돼 부실시공 의혹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정성 없는 반도건설 날림 시공에 내부 하자 ‘우수수’

부실시공 하자로 새 아파트에 들어선 설렘을 한순간에 잃어버렸다는 ‘세종반도유보라’의 한 입주예정자는 “그동안 모은 돈으로 첫 분양을 받아 기분이 좋았는데 사전점검 후 꿈이 깨졌다”고 토로했다.

지난 21일 ‘세종반도유보라’ 입주예정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이 단지는 실효성 없는 특화설계(공중정원), 상가 간판 설치 공간 부족, 당초 조감도와 다른 외벽 색상, 일부 상가 외벽 마감재 부실, 아파트 내부하자(내부 장식장 퀄리티, 날림 도배, 엘리베이터 앞 비상계단 도장상태 깨짐 등) 등 부실시공 의혹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

실제로 입주예정협의회에 따르면 세계적인 디자이너를 앞세운 특화설계, ‘공중정원’은 모든 입주민들이 활용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지상 22~25층까지 10가구의 경관특화 설계로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 이에 활용도가 떨어지는 공간으로 방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추가 부담금은 모든 입주예정자들이 떠안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또한 분양가와 판매시설 인접 세대에 대한 조망권 분양가 산정 문제도 제기됐다. 이들은 현재 판매시설 인접 세대는 지상 8층까지 조망이 가려지는 문제가 발생해 분양가 산정 기준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입주예정자 관계자는 “‘세종반도유보라’의 경우 세종시 첫 주상복합단지로 세계적인 디자이너를 고용했다고 홍보하며, 차별화된 디자인을 내세웠지만 당초 조감도와 다른 색채와 실용성 없는 특화설계, 하자가 많은 저질 시공으로 입주민들의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며 “특히 특화 설계 건축비는 분양가에 포함돼 있어 입주민들의 부담으로 책정됐으나, 실질적으로 아무 쓸모가 없는 상태다. 허울만 좋은 포장과 다를바 없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입주예정자 관계자는 “입주는 지난 3월부터 시작됐으나, 입주를 거부하고 나선 주민들도 꽤 되는 것으로 안다”면서 “편의성과 안정성이 무엇보다 우선시돼야 하는 조건이지만 반도건설은 아무것도 충족시키지 못했다. 실례로 에스컬레이터의 경우 빗물이 유입되고 있는 상태로 파악됐다”고 꼬집었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내부 하자에 대해 꼼꼼히 따져봤다는 한 입주예정자는 “내부 자재들로 집의 품격을 떨어뜨린 것”이라며 “인터넷으로 아주 저렴한 아일랜드 신탁이나 오븐장 같은 것을 구입해본 입주민들이라면 한눈에 알아볼만한 질 떨어지는 내부 장식장 재료가 심각하며, 수납장 문은 아주 볼품이 없고 경첩들도 전혀 범퍼 역할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뒤틀림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 예상된다”고 폭로했다.

이 예정자는 이어서 “안방 안쪽에 제공된 책장 비슷한 선반에서는 하자 표시 스티커를 10개가량 붙였을 정도로 시공을 아주 날림으로 했다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고, 수납장뿐만 아니라 싱크대 하부장, 욕실 거울장 등의 퀄리티도 눈여겨본 입주예정자라면 정말 초라함을 느꼈을 것”이라며 “하자 스티커를 3번 리필해 사용했을 정도로 하자 문제가 쏟아졌다”고 덧붙였다.

관할 행복청은 건설사 편?… 입주예정자 ‘준공 승인 철퇴’ 요구

이처럼 ‘세종반도유보라’ 입주예정자들은 크고 작은 부실시공의 흔적에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관할 행정청인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하 행복청)이 이 단지의 준공을 승인한 것으로 파악돼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세종반도유보라’ 입주예정협의회는 지난달(3월) 30일 이 단지 준공 승인과 관련해 행복청에 공식적인 민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고 입주예정협의회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6일에도 행복청에 ‘세종반도유보라’ 사용 승인 이의제기 내역을 또다시 발송했다. 이는 25개항으로 구성됐으며, 이 단지의 저질 시공 등 정도를 넘은 반도건설의 비윤리 의식과 행복청의 비호 행정을 짚어냈다.

이어서 지난 12일 ‘세종반도유보라’ 입주예정자 및 입주민 40여 명은 행복청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는 이 단지 준공 승인 철회와 반도건설의 하자 보수를 촉구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집회에 참가한 한 입주민은 “아파트 단지 시공에 대한 하자 등의 문제점들이 속출하고 있는 이 상황에서 건설사와 행정청 간 확인증 교부가 완료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행태”라며 “이 같은 과정이 강행된 데 대해서도 입주민들의 의심이 커지고 있어 행정청에 답변 회신을 요청했으나, 답이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서 “세종시는 국가 계획에 의해 건설되는 도시인만큼 준공이나 건축 승인 인허가 과정에 있어 더욱 세심하고 현장 중심적인 행정이 이뤄져야 하지 않냐”라고 되물으며 “철근 부실이나 시멘트 강도 등만이 부실시공의 주요 원인이 아님을 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와 관련해 행복청 측은 ‘세종반도유보라’ 입주예정자들이 제출한 민원 및 내역서 등에 대해 상세히 확인 후 신속하게 적절한 방안을 고안하겠으며, 다만 양측의 입장차가 크기 때문에 신중히 판단해야 할 문제인 점을 고려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전했다.

한편 본보는 지난 21일 공문을 통해 ‘세종반도유보라’ 부실시공 의혹과 관련해 시공자인 반도건설에 공식 입장을 요청했으나 사 측은 침묵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민수진 기자  vkdnejekd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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