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옥수극동아파트 전경. <사진=유준상 기자>

리모델링을 선택한 개발 대상 단지들은 사업 추진 후 얼마 되지 않아 난제를 맞닥뜨리는 게 다수의 사례다. 사업 초기, 구성원들의 중지를 모으기까지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리모델링에 대한 구성원들의 이해 부족과 재건축을 주장하는 세력과의 갈등으로 사실상 조합 설립 문턱까지 넘기가 쉽지 않다는 게 다수 현장의 목소리다. 하지만 이 같은 ‘투정’은 옥수극동 리모델링에겐 통용되지 않는 듯하다. 본보는 그 이유에 대해 심층 분석해봤다.

갈림길서 주저 없이 ‘리모델링’ 擇(택)… 사업 초기 주민들 자발적 추진 힘입어 ‘속도전’

서울 성동구 옥수극동아파트(이하 옥수극동)에게 리모델링은 마치 ‘운명’과도 같다. 증축형 리모델링 활성화를 골자로 한 「주택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시행(2014년 4월 24일)된 후 과감히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선택, 최근까지 군더더기 없는 사업 추진 속도를 보이고 있어서다.

여느 사업지가 그렇듯이 이곳에도 재건축 지지 세력과의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당시 이곳 주민들 스스로 리모델링 추진에 대한 중지를 모으고 있었던 게 개발 방식을 두고 벌어질법한 혼란을 줄였다. 증축형 리모델링의 길이 열린 다음 달인 그해 5월 곧바로 임시대표자회의(7차)를 개최해 소유자 리모델링 찬반 설문조사를 실시ㆍ의결한 결과 참여 세대수 647가구(72%) 중 무려 501가구(77%)나 찬성을 표명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구성원들의 사업 의지를 확인한 이곳은 그해 12월 말 리모델링주택조합(이하 조합) 설립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를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사업 추진의 여건을 마련해나가기 시작했다.

이렇듯 다수 사업지들이 어려워하는 조합 설립의 문턱도 쉽게 뛰어넘었다. 이곳은 지난해 4월 2ㆍ4동을 포함한 전체 동을 대상으로 리모델링 조합설립동의서를 징구하기 시작했고 동의율 달성을 향해 속도전을 펼쳤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호재도 따랐다. 그해 8월 리모델링 행위허가 동의율 완화(80%→75%)를 골자로 한 「주택법」 개정안까지 시행된 것이 낙관적인 전망으로 작용, 동의서 징구에 탄력이 붙어서다. 그 결과 동의서를 징구한지 불과 반년 만에 조합설립동의율 충족, 그해 11월 창립총회를 개최하는 기염을 토했다. 「주택법」 제11조(주택조합의 설립 등)에 의하면 조합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주택단지 전체의 구분소유자와 의결권의 각 2/3 이상의 결의 및 각 동의 구분소유자와 의결권의 각 과반수의 결의를 얻어야 한다. 이어 창립총회 또한 상정된 8개 안건이 모두 원안 가결되며 성공적으로 치른 이곳은 이어 12월 성동구(청장 정원오)에 조합설립인가를 접수시켰다.

▲ 단지 내 조합설립인가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사진=유준상 기자>

마침내 맺은 결실 ‘조합설립인가’… 지상 18층 아파트 8개동 1035가구로 ‘탈바꿈’

마침내 옥수극동 리모델링사업이 법인격을 갖춘 사업 주체를 출범시켰다. 성동구(청장 정원오)는 지난달(3월) 31일 리모델링 조합 설립을 인가, 옥수극동은 본격적인 사업 추진의 신호탄을 쐈다. 특히 조합은 올 상반기 안전진단, 건축심의를 거쳐 오는 7월께 시공자 선정을 하는 등 탄력적인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으로 파악됐다. 성동구 독서당로 191(옥수동) 일대 4만9671㎡에 위치한 옥수극동은 현재 15층 아파트 8개동 900가구로 구성돼 있다. 조합은 수직증축 방식을 통해 향후 매봉산과 접한 3개동에 3개층을 증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적용 시 옥수극동은 용적률 305.56%를 적용한 지상 18층 아파트 8개동 1035가구(일반분양 135가구)로 탈바꿈한다.

[인터뷰] 옥수극동 유재범 조합장
“주민들 자발적 추진이 속도전 비결… 재건축 아닌 증축형 리모델링 최적화 여건”
“옥수극동은 국내 리모델링 최적의 입지… 랜드마크 실현 위해 모두의 협력 필요”

▲ 옥수극동 유재범 조합장. <사진=유준상 기자>

유재범 조합장은 2014년 12월 주민들의 권유로 추진위원장 후보로 나선 이래 이곳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는 속도전을 펼칠 수 있었던 비결과 왜 옥수극동이 리모델링을 추진해야 하는지에 대해 귀띔해줬다. 다음은 유 조합장과의 일문일답.

- 조합 설립 과정에서 주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비결은/

리모델링 사업 추진 의지가 강한 주민들 스스로가 사업 초기 난관을 극복했다. 다른 단지들은 주로 컨설팅회사ㆍ건설사 등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는데 우리는 주민들이 직접 나서서 추진한 것이 특징이다. 당시 추진위가 사업 추진 주체였지만 조합설립동의서 징구를 어느 협력 업체나 OS요원의 도움 없이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했다. OS요원과 컨설팅 업체를 고용하는 비용은 나중에 주민들에게 부메랑이 돼서 돌아온다는 점을 고려한 운영이었다. 이것이 우리 사업의 가장 큰 특색이다. 이 같이 진정성 있게 사업 운영을 하려고 애쓰는 모습에 주민들의 호응이 있었고 추진위에 대한 지지와 신뢰가 싹트기 시작했다.

-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을 선택한 이유는/

옥수극동은 재건축과 리모델링의 갈림길에서 과감하게 리모델링을 선택했다. 세대수와 비례하는 용적률은 180%를 기준으로 그 이하는 재건축, 이상은 리모델링이 수익성을 높이기 유리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그런데 옥수극동의 용적률은 220%로 재건축 추진 시 사업성이 매우 열악한 수준이다. 한 마디로 재건축을 하면 세대수가 증가하기는커녕 외려 감소할 가능성도 있게 된다. 게다가 서울시 한강변 관리 기본계획에 따르면 한강 이남에서 볼 때 매봉재산과 남산의 경관을 가리면 안 돼 층수 상향에 제약이 크다. 이에 반해 증축형 리모델링 선택 시 여지없이 15% 증축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업성이 양호한 수준이다. 로얄층인 증축 3개 층을 일반분양분으로 돌려 공사비의 절반가량을 충당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우리 사업지에 관심 있는 건설사 및 컨설팅 업체 등도 한결같이 재건축 아닌 리모델링에 손을 들어주고 있다.

- 옥수극동 리모델링의 설계상 특성은 무엇인가/

일명 ‘재건축형 리모델링’이다. 즉, 모든 것을 다 최신으로 바꾸는 공법이다. 이를 위해 재건축 수준으로 투자를 하기 때문에 우리 아파트 가치가 상승할 수밖에 없다. 내부 구조 및 내장재는 물론 건물 외관의 외벽, 마감재, 발코니, 커뮤니티시설, 공원, 주차장 등 모든 것이 교체되거나 새롭게 도입된다. 건물의 뼈대 역할을 하는 골조마저도 강도나 내진성 등이 재건축과 같은 설계 기준에 의해서 보수ㆍ보강되니 재건축과 본질이 같다고 보면 된다. 단 재건축은 싹 밀어버리고 다시 짓는 것이라면 우리는 기본적인 위치만 그대로 두고 추진한다는 차이밖에 없다. 또한 전 동이 필로티 공법을 적용해 1층씩 올라간다. 필로티 적용 공간은 건축면적에서 제외돼 건축면적을 그만큼 확보할 수 있다.

- 향후 사업 계획은/

우선 구청으로부터 안전진단을 받은 후 구체적인 설계안을 작성해 건축심의를 받을 예정이다. 이후 승인받은 건축계획을 적용시킨 사업계획을 바탕으로 행위허가동의서를 받아야 한다. 기존 조합 설립에 대한 동의는 개괄적인 동의였다면 행위허가동의는 보다 정확한 사업계획을 승인받아야 하는 차이점이 있다. 시공자 선정은 오는 7~8월에 진행할 계획이다.

- 옥수극동만이 가진 입지적 장점과 개발 호재를 소개해 달라/

옥수극동은 리모델링 추진을 위한 국내 최적의 입지다. 가장 부각할 점은 ‘배산임수’다. 뒤로는 매봉산이 자리하고 앞에는 한강이 흐르는 점은 주거 공간으로서 갖춰야 할 가장 근본적인 요건들을 충족시킨다. 우선 고층에서 전망 시 한강과 강남 지역이 한눈에 펼쳐진다. 또한 조용하고, 아늑하며, 공기까지 신선해 쾌적하다. 게다가 동남향이어서 양지바르며 여름에는 강바람이 불어와 굳이 에어컨을 켜지 않아도 된다. 아울러 반듯한 일자형의 판상형 구조라 통풍과 채광이 뛰어나다. 지하철 3호선ㆍ경의중앙선 환승역인 옥수역이 가깝고 서울 강북ㆍ강남이 연결된 중앙에 위치해 교통 여건도 매우 우수하다. 주거 지역으로서 이보다 큰 메리트를 가진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어떤 건설사가 들어와서 리모델링사업에 뛰어든다 해도 이 일대 랜드마크로 탈바꿈시킬 수 있는 최적의 입지다.

- 조합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사업 추진에 대한 900명의 의견이 모두 동일할 수는 없기 때문에 민주적인 절차와 방법을 모토로 삼을 것이다. 설계안 등을 수립할 때는 협력 업체와 함께 심혈을 기울여 만든 복수의 방안을 모든 주민들에게 전달한 후 설문지를 통해 의견을 취합해 반영할 방침이다. 조합 집행부나 협력 업체가 일방적으로 특정한 계획만을 고집하지 않고 다수의 지지를 받는 방안을 최종 선택하겠다는 의미다. 아울러 투명하고 공정하게 사업을 추진할 것을 약속드린다. 항상 조합 사무실은 열려 있으니 궁금한 점이 있거나 좋은 제안이 있으면 언제든지 사무실에 찾아와 대화하길 바란다. 성동구 랜드마크는 조합원 모두의 협력이 모아져야만 실현할 수 있다.

▲ 옥수극동 리모델링 조감도. <제공=해당 조합>

▲ 옥수극동 주민공동시설 조감도. 큐브 모양의 갤러리 블라썸이 인상적이다. <제공=해당 조합>

유준상 기자  Lostem_ba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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