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서울에서 공동사업시행 방식을 채택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의 적용을 피하려는 조합들이 나와 업계의 눈과 귀가 집중됐다. 사진은 서울 방배동 일대. <사진=조현우 기자>

정부가 과도한 도시재정비사업 수주 경쟁 자제를 요구한 이후 수주시장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되고 있다. 올해는 유례없이 상반기부터 수주 경쟁이 과열되는 양상을 보였다. 건설사들의 관심을 끄는 지역에서 나오는 물량은 한정돼있다 보니 벌어지는 현상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올해 초부터 서울과 부산 등에서 사업성이 양호할 것으로 판단되는 사업지 등은 건설사들의 사활을 건 수주전이 치러져 업계의 이목이 쏠렸다. 특히 서울 강남구 대치2지구(재건축), 경기 과천시 과천주공1단지(재건축) 등에서 치열한 수주전이 벌어졌다.

그러나 이후 조기대선이 확정되면서 달아오른 수주전도 다소 수그러드는 모양새다. 유관 업계에서는 대선 이후 다시 사업성이나 분양성이 양호한 지역을 중심으로 도시재정비사업 시공권 경쟁이 달아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선이 치러지는 다음 달(5월) 9일 이후에 건설사들의 관심이 높은 재개발ㆍ재건축 사업지에서 시공자 선정을 위한 입찰과 총회 등이 연이어 열릴 것으로 예측돼 관심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 첫 공동사업시행 방식 도입되나… 건축심의 이후 시공자 선정 돌입
조합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 반드시 피하겠다!”

이런 상황 속에서 서울지역에서 공동사업시행 방식을 도입하려는 도시재정비사업 조합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입지조건이 나쁘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 방배동 일대 재건축 조합들과 반포동 신반포아파트 일부 재건축 조합들이 최근 공동사업시행 건설업자 선정에 나서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더욱 눈길이 쏠린다.

이는 지난해 3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과 같은 해 11월 서울시의 ‘공동사업시행 건설업자 선정 기준’ 마련 이후 서울지역에서 처음으로 공동사업시행에 나선 사업지들이다.

현재 서울시의 공공지원제를 적용받는 도시재정비사업은 ‘사업시행인가 이후’에 시공자를 선정할 수 있지만, 공동사업시행 방식의 경우 ‘건축심의 이후’로 약 3개월을 앞당길 수 있다는 게 각 조합의 주장이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서 재건축사업을 진행 중인 방배14구역 조합은 지난해 11월에 건축심의를 받은 상태고, 지난 3월께 사업시행인가 신청까지 해놓은 상태다. 방배14구역이 공동사업시행을 선택한 근본적인 이유는 내년에 부활하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를 피하기 위해서라고 알려졌다.

조합 집행부는 사업시행인가 이후에 시공자를 선정하면 물리적으로 이 제도를 피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공동사업시행 방식 추진의 배경을 설명한다.

방배14구역 관계자는 “여러 총회를 개최했을 때 공동사업시행에 대해 주민들의 반발이 거의 없었고, 서울 강남권이다 보니 다수의 건설사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사업을 빨리 추진하고자 공동사업시행 방식을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방배14구역은 서울에서 첫 공동사업시행 방식 도입이란 점이 부각되며 많은 건설사들의 관심과 참여 속에 현장설명회를 개최했고 오는 5월에 입찰을 마감할 예정이다.

일단 도시재정비업계에서는 이런 조합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일단 서울지역에서 처음으로 공동사업시행을 하려는 사업지가 등장한 만큼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조합과 건설사가 공동사업시행 방식을 보는 시각이 다를 수 있다”며 “만약 시공자 입찰이 유찰되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일단 입찰 결과를 봐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서울 서초구 신반포 일대 한 아파트 재건축사업을 진행 중인 A 조합도 지난해부터 공동사업시행 건설업자 선정을 위한 준비를 해왔다. 조합은 총회에서 조합원의 동의를 받아 건설업자와 공동시행을 할 수 있도록 정관을 변경하고, 건축심의 이후 건설사를 선정해 사업 속도를 높이겠다는 것인데, 사전에 OS(홍보 요원)를 통해 서면동의서 징구를 진행해 약 50%의 동의를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A 조합은 현재 사업시행계획(안) 변경 절차가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까지 완료됐으며, 올해 중순께 건축심의ㆍ사업시행 변경인가 전후로 공동사업시행 방식을 위한 설명회 및 입찰을 진행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

A 조합의 한 조합원은 “공동사업시행 방식으로 재건축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를 완벽하게 배제할 수 있다고 단언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 피해를 피할 가능성이 꽤 늘어나기는 하지만 확정적인 것은 아니다”라며 “공동사업시행 방식으로 사업의 속도에 탄력이 붙는 시기는 건축심의 이후가 되므로, 조기 승인이 수반돼야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당 아파트의 조합원들은 사업을 진행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곳의 한 조합원은 “먼저 조합 집행부의 입장도 이해는 하지만 주민들을 위해 좀 더 배려 있고 성의 있는 설명회가 개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동사업시행 방식에 대해 이미 정해놓고 형식적으로 진행하는 느낌을 받고 있다”며 “현재까지 강남에서 공동사업시행 방식을 진행하는 곳은 단 한 군데도 없다고 들었다. 공동사업시행 방식은 주로 지방에서 사업이 지지부진한 사업장, 혹은 서울 강북에서 사업성이 부족해 사업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곳에 대해 정부가 건설사에게 요청해 참여하게 된다”고 피력했다.

그는 이어서 “더군다나 더블 역세권인 우리 아파트는 강남에서도 노른자라고 불릴 수 있는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는데, 공동사업시행 방식을 통해 시간을 2~3여 개월 앞당기려고 무리를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 된다”며 “심지어 그 조차도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를 100%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도박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불난 집 불 끄려다가… 사업 방식 선정 신중하게 이뤄져야
업계 “구태의연한 시공자 밀어주기 경계해야”

첫 시행을 앞둔 일부 현장에 대해 한 유관 업계 전문가는 “현재 상황 속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변수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의 폐지 또는 연장이다. 제도가 폐지되거나 연장된다면 공동사업시행 방식의 사업 추진 자체가 명분을 잃게 되고 사업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다음으로 설사 공동사업시행 방식으로 진행되더라도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가 적용됐을 경우다. 이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를 피하기 위해 진행된 사업은 조합과 건설사 간의 지분이 설정되므로, 만약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를 적용받을 경우 기본적으로 사업성이 낮아진 상태에서 건설사와 수익을 나누는 절차가 이뤄져 리스크가 커질 수밖에 없고, 건설사를 정리하고자 하더라도 과정이 복잡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서 “하지만 현재 공동사업시행 건설업자 선정을 염두에 두고 있는 조합들의 움직임은 정책 변화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이와 동시에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조합원들의 충분한 공감과 현명한 선택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자칫 사업이 큰 어려움에 빠질 수 있어 다양한 방식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공동사업시행 방식의 제도적 허점에 대해서도 지적한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공동시행’은 그 자체로서 건설사에게 사업 불확실성을 안고 가라는 말이나 다름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도급 순위 상위권 특정 대형 시공자를 입찰에 참여하지 못하게 한다든지 판짜기를 위해 들러리 입찰을 세우는 등의 문제점이 생기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제도 근간이 흔들려 사실상 유명무실해질 수밖에 없다”며 “특히 일부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이하 정비업자) 등 협력 업체가 사업 초기부터 시공자 꽂아주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전언이 있다. 이들은 ‘빨리 가는 길’이라는 감언이설로 조합 집행부 등을 현혹하지만 사실상 지분제와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없다. 실제로 고덕동 주공아파트 등의 다수 재건축 조합이 지분제에서 결국 도급제로 방식을 교체했던 실수를 되풀이해선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 대형 시공자 관계자는 “방식의 특성상 ‘공동시행’은 일종의 ‘지분제’ 사업 방식이라고도 볼 수 있으며 건설사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일부 특정 2~3개 시공자들 이외는 본사 심의조차도 못 올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자칫 특정 시공자들의 입찰담합으로 인해 ‘판짜기식’ 시공자선정총회가 진행될 경우 당연히 사업제안서는 허술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조합원들의 피해가 가중될 수 있다”고 귀띔했다.

결국 해당 구역 조합원들의 재산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데 동의한 또 다른 한 업계 관계자는 “수년간 자금을 투입해 해당 사업장을 관리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볼 때 이를 수행할 수 있는 곳은 일부 대형 건설사밖에 없다”면서 “그런데 현재 신반포지구에서 공동시행을 진행하고 있는 일부 조합에서 벌써부터 특정 시공자가 내정돼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게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이곳의 정비업자는 특정 시공자를 밀어 넣고 협력 업체까지 함께 꽂아 넣거나 철거권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공자와 정비업체 등 서로간의 ‘윈윈(win-win) 전략’을 위해 공동사업시행 방식을 이용하는 것이 결국 조합원들에겐 분담금 위협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논란이 확산되자 한쪽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나서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또 다른 업계 전문가는 “일부 시공자와 정비업자의 공생, 특히 철거권과 같은 이권을 요구하는 일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라며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나 국토교통부가 현장마다 실태를 점검하겠다고 나서지만, 구태의연한 도시재정비사업의 악습은 이어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때마다 피해를 입는 것은 결국 ‘조합원’인 만큼 보다 정밀한 관리나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피력했다.

추진 속도에 대해서 가시적인 효과가 크진 않은 만큼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장치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온다. 공동사업시행 방식을 택할 경우 시공자 선정 시기가 ‘사업시행인가 이후’에서 ‘건축심의 이후’로 정해져있기 때문에 고작 몇 개월 앞서 뽑자고 그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투입하려는 건설사는 사실상 많지 않아 유효한 경쟁이 이뤄지지 못할 것이라는 게 유관 업계의 전반적인 견해이다.

이처럼 서울시에서 처음으로 공동사업시행 방식을 도입하려는 도시재정비사업 조합들을 바라보는 시각차가 뚜렷한 상황 속에서 과연 각 조합이 시행 취지에 적합한 사업 동반자를 맞이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현우 기자  koreaareyo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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