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연2구역 재건축 조감도. <출처=해당 조합 네이버 카페>

오는 5월 9일 대선을 치르고 나면 미뤄졌던 다수의 도시재정비사업 수주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시공자 선정 입찰 담합 및 들러리 입찰과 관련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한 소식통에 따르면 대연2구역 재건축 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은 지난달(4월) 29일 시공자선정총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현대엔지니어링은 조합원들의 선택을 받아 이곳의 시공권을 품에 안았다. 시공권을 두고 경쟁에 나선 건설사는 신동아종합건설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현대엔지니어링은 앞으로 부산시 남구 진남로 95-11(대연동) 일원 1만9200㎡를 대상으로 이곳에 용적률 269.47%를 적용한 지하 2층~지상 29층 아파트 431가구 등을 공급하게 됐다. 순 공사비 예가는 약 846억 원 규모다.

조합이 지난 3월 16일 실시했던 시공자 입찰을 위한 현장설명회에는 12개 건설사(▲현대건설 ▲롯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대방건설 ▲신동아종합건설 ▲동부토건 ▲동부건설 ▲아이에스동서 ▲금호건설 ▲동원개발 ▲KCC건설 ▲계룡건설)가 참석한바 있다.

그런데 문제는 신동아종합건설이 ‘시공권 밀어주기’를 위한 들러리로 입찰에 참여했다는 의혹이 업계 전반에 흐르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 유관 업계 전문가는 “이날 열린 시공자선정총회는 사실 짜인 각본에 의해 벌어진 연극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 퍼지고 있다. 얼핏 경쟁구도를 보이는 것 같지만 실상은 입찰 전 담합이 있었다는 일부 조합원들의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며 “겉에서 보기엔 중견 건설사인 신동아종합건설이 저렴한 공사비ㆍ원활하고 많은 이주비 지급을 경쟁력으로 앞세운 것처럼 보인다. 이에 비해 회사 규모와 시공 능력 평가, 브랜드 인지도에서 우위를 점한 현대엔지니어링이 짧은 공사 기간 등 우월한 조건을 제시해 조합원의 표심을 사로잡은 것처럼 보이지만 이번 경쟁은 사실 짜 맞추기 식이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서 “특히 서울에서 대조1구역(재개발)과 관련해 한 대형 건설사가 시공권을 얻기 위해 최근 들러리 건설사를 물색해 입찰에 참여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점은 업계의 공공연한 사실이다”고 덧붙였다.

이곳의 일부 조합원들 역시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정재찬ㆍ이하 공정위)에 신고 등 입찰 담합은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최근 부산지역 곳곳의 도시재정비사업지에서 시공자 선정을 앞두고 공공연하게 입찰 담합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해당 조합원들 역시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엔지니어링 홍보팀 관계자는 “전혀 사실무근이다. 부산지역 수주팀에 확인해본 결과 경쟁입찰이 명백했으며 정확한 근거도 없이 의혹을 기사화하는 것은 회사 이미지가 실추되는 것 아니냐”는 반론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의 기술력과 브랜드 가치를 믿고 지속적으로 사업을 맡기는 조합원들에겐 잘못이 없다. 하지만 공정한 경쟁을 위해 중견 건설사들이 참여한 것처럼 보이나 실은 시공권 획득을 위한 대형 건설사들의 꼼수가 도사리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한다”며 “도시재정비사업의 시공자 입찰은 일반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돼 2개 이상의 건설사가 입찰에 참여해야만 한다. 하지만 대형 건설사 이외에 입찰에 참여할 건설사가 없을 경우 중견 건설사 등을 ‘들러리’로 참여시키며, 실제 시공 의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형식상 참가한 중견 건설사는 이들이 시공자로 선정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이는 ‘사업자는 계약ㆍ협정ㆍ결의 기타 어떠한 방법으로도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부당하게 경쟁하는 행위를 할 것을 합의하거나 다른 사업자로 하여금 이를 행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19조제1항에 위배 된다”며 “이와 같은 사항에 대해 최근 공정위가 재개발ㆍ재건축사업 분야에서 발생한 입찰 담합 감시를 강화하고 적발ㆍ제재할 것으로 보여 해당 조합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는 조언이 이어졌다.

이처럼 건설업계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는 ‘들러리’ 입찰 담합으로 인해 재개발ㆍ재건축 조합들은 불가피하게 사업이 지연되고 조합원들의 혼란이 가중되며, 나아가 조합과 조합원 간 분쟁이 발생하는 등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도시재정비업계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한편 공정위는 지난 2월 중견 건설사 영무토건ㆍ문장건설 등의 입찰 담합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리며 “앞으로 입찰 담합 감시를 강화하고, 담합이 적발될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히 제재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공자 선정을 앞두고 들러리 입찰 등 입찰 담합 의혹이 발생하는 현장들의 사업 조건을 살펴보면 결국 경쟁 수주가 벌어지는 곳과는 현저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특화를 비롯해 특별한 조건으로 입찰했다고 각사가 홍보를 벌이고 있지만 계약서 등 입찰지침서(안)에는 다양한 꼼수가 숨어 있어 결국 조합원들의 피해가 가중될 수밖에 없다”며 주의를 요구한다고 피력했다.

도시재정비사업의 입찰 담합으로 인해 피해가 가중되고 있다는 의혹이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는 만큼 공정위 등에서 전방위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높아지고 있다.

조현우 기자  koreaareyo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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