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오전 공인중개사사무소 20여 곳이 몰려 있는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아파트’의 단지 내 상가는 눈에 띄게 썰렁한 분위기였다. 관련 업체들이 정부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일제히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최근 국토교통부(장관 강호인ㆍ이하 국토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부터 지방자치단체, 국세청과 함께 99개 조, 231명 규모의 현장 점검반을 꾸려 부동산시장 집중 단속을 시작한다.

특히 서울, 부산 등 최근 집값이 급등한 곳과 청약 과열이 예상되는 분양 현장 등이 점검 지역에 포함됐다. 정부는 분양권 불법전매ㆍ청약통장ㆍ불법거래ㆍ떴다방 등에 대해 관계 기관 합동으로 집중적인 현장 점검을 실시하고 부동산시장 관련 각종 불법 행위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단속을 나온 국토부와 강남구청 관계자들은 대부분의 공인중개사사무소가 문을 닫는 바람에 허탕을 쳤다고 한다. 개포주공4ㆍ5단지 인근에 있는 부동산 관련 업체 50여 곳 가운데 문을 연 곳이 2군데 밖에 없는 등 단속에 대비해 몸을 사리니 단속 자체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대부분의 현지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들은 의례적인 시행이라며 현장 단속이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반포동 한 부동산 관계자는 “내내 문 닫고 있다가 점검이 끝날 시간이 돼서 영업을 시작했다”며 “한동안은 오늘처럼 저녁 영업만 해야 하겠지만 일주일 정도 지나면 단속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몇 년 전에도 똑같이 지자체 단속을 받아봤는데 행정력만 낭비하는 꼴”이라며 “관련 업체들이 일제히 휴업에 들어가면 정부 단속에 실효성이 없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앞으로도 시한을 못 박지 않고 무기한으로 부동산시장 과열 우려가 해소될 때까지 점검을 이어갈 것”이라며 “투기를 부추기거나 시장을 교란시키는 불법·탈법 행위를 저지르면 엄중히 처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부동산 규제가 가시화할 조짐에 합동현장단속이 시작되면서 강남권 거래 시장은 발이 묶였다. 강남구 개포주공의 경우 재건축 단지의 호가가 1주일 새 최대 6000만 원이나 떨어졌다.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등은 아직 호가의 변동은 없지만 매수 문의가 끊겼고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도 매수자가 나서지 않는 실정이다.

김진원 기자  figokj@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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