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문재인 정부 5년의 설계도이자 나침반이 될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지난 19일 공개했다. <제공=청와대>

[아유경제=김진원 기자] 문재인 정부가 5년 간 추진해야 할 정책 방향이 확정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9일 청와대에서 앞으로 5년간 무엇을 위해, 어디로, 어떻게 나갈지를 가리키는 국정운영의 나침반인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국정비전으로 삼고 5대 국정목표는 ▲국민이 주인인 정부 ▲더불어 잘사는 경제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로 설정했다. 정치적으로는 특권과 반칙을 없애는 ‘적폐 청산’을, 경제적으로는 ‘격차 해소’와 ‘공정 기회’가 핵심이다.

현재 경제 분야 주요 국정과제는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할 사항들이다.

그 중 일자리 창출 사업은 문재인 정부의 최고 중점 과제로 대통령이 직접 일자리위원장을 맡을 정도로 일자리 정책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소방ㆍ경찰관, 복지 공무원 등 17만4000명의 공무원을 새로 뽑고 청년 임금과 구직 수당 지급 등 청년 일자리 지원하는데 16조 원이 들어간다. KDI의 한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경제철학인 ‘소득 주도 성장’으로 경제구조를 탈바꿈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와 더불어 공정경제로의 전환 역시 동반돼야 할 중요 사항이다.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과 재벌 총수 일가 전횡 방지ㆍ지배구조 개선, 대기업 순환출자 해소, 사회적 경제 활성화, 대중소기업 상생 협력, 다중대표소송제ㆍ소비자집단소송 도입 등으로 구성됐다. ‘삼성 저격수’ 김상조 전 교수를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임명한 것으로만 봐도 ‘불공정 타파’를 위해 대기업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명확하다.

무엇보다 정부가 가장 많은 자금을 투입하는 분야는 복지다. 복지에 투입하는 재원만 전체 공약 이행 재원의 43.5%인 77조4000억 원에 이른다. 기초연금과 장애인 연금 10만 원 인상에만 23조1000억 원을 투입하고, 5년간 10조3000억 원을 사용해 5세 이하 아이들에게 매달 10만 원씩 지급한다는 아동 수당 공약도 유지했다. 또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고령화에 대비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도 추진한다.

저출산 대책도 나왔다. 정부는 2022년까지 공공임대주택의 30%를 신혼부부에게 우선 공급하고 국공립 어린이집 이용 비율을 4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내년에 ‘아빠 육아휴직 보너스 제도’를 도입하고, 육아로 인한 근로시간 단축도 지원할 예정이며 학교 안팎에서 온종일 돌봄 체계를 만든다.

중앙정부 기능을 지방과 나누는 자치분권 방안도 눈길을 끈다. ‘지방분권형 개헌’을 통해 자치분권 기반을 확보하고 또한 중앙ㆍ지방 간 최고위 정책협의체로 대통령과 17명 시도지사가 참여하는 ‘제2국무회의’를 시범 운영하고 제도화한다.

새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공공임대주택과 연계할 방침이다. 연내 도시재생 연계형 공공임대주택 공급 방안을 마련하고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공급한다. 문 대통령이 임기 중 매년 17만 가구 공적 임대주택을 짓겠다고 밝힌 만큼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임대주택 공급에 중요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

경제, 경영계 등은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19일 논평을 통해 “이번 정부 계획이 수출, 제조, 대기업 중심이었던 과거 성장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고, ‘더불어 잘 사는 경제’를 위한 새로운 성장 공식을 잘 제시했다고 본다”고 평가하면서 “경제계는 경제 분야 5대 국정전략이 잘 달성될 수 있도록 기업의 자발과 솔선을 유도하는 데 힘을 보탤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도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배상근 전경련 총괄전무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일자리 창출과 4차 산업혁명 선도를 핵심 경제 과제로 삼은 것에 공감한다”며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혁신과 투자를 통해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영계 역시 “일자리 창출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정한 것에 대해 공감한다”며 “향후 정책의 구체적인 실행방안에 대해 노사정을 비롯한 이해 관계자들의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산업현장의 갈등과 혼란이 최소화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보수파들은 이번 정부의 5개년 계획에 대해 일종의 ‘증세 없는 복지 시즌2’라고 단정했다. 계획에만 178조 원이 소요되는데 정작 증세계획은 지난 대선 공약에 비해 두루뭉술하다는 것이다. 정부가 말하는 자연스러운 세수 증가는 어디까지나 경제가 향후 5년간 좋아진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사실 복지국가의 길은 이미 2012년 대선 레이스 때부터 합의를 봤지만 박근혜 정부는 제대로 실천하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고 새 정부 역시 복지국가로의 길로 나아감에 있어 증세가 피할 수 없는 방책이란 것도 엄연한 현실로 보인다.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 역시 “정부의 5개년 계획 100대 과제를 보니 재정당국에서 내놓은 재원 조달 방안은 조금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며 “대통령 후보 시절 소득세 최고 구간을 조정하고 법인세율을 좀 더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하겠다고 했는데 (증세 의지가) 너무 약해진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도 소득 2000억 원이 넘는 초대기업의 과표를 신설해 25%로 적용하고 5억 원 초과 고소득자의 소득세율을 현행 40%에서 42%로 인상하는 등 법인세 및 소득세 과세구간 신설을 제안했다.

증세 논의 흐름에 따라 문재인 정부의 향후 행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중요한 대목이다.

마지막으로 협치를 통한 실천의 중요성이다. 협치가 가능해야 이 같은 계획들을 적절한 시기와 타이밍에 실천으로 옮길 수 있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이번 계획에 대해 “타당성과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며 “야당과 상의 한 번 없이 일방적으로 만들어 발표한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고 국민의당도 “국정과제 선정에 협치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반면 바른정당 역시 “알맹이 있는 정책이 되기를 기대한다”면서도 “국정과제들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야당의 협조가 전제돼야 하는 만큼 문재인 정부가 협치의 묘를 잘 살려 오늘의 약속이 실천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매년 말 국정과제 보고회를 열어 이행 과정을 점검하겠다고 약속했다. 말 뿐이 아닌 행동으로 계획들을 실행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그럴듯한 계획이 있어도 제때 실행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협치를 통한 실천으로 문 대통령이 약속한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이 되길 기대해본다.

김진원 기자  김진원 기자 figokj@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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