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등은 도시정비사업에서 일어나는 입찰 담합에 대한 조사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은 김상조 위원장. <출처=공정위>

[아유경제=민수진 기자] 최근 재개발ㆍ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 현장에 중견 건설사들의 입찰 담합, 이른바 ‘들러리 입찰’이 성행하고 있다는 제보가 잇따른 형국이다.

현행 「건설산업기본법」 제95조에 따르면 건설공사의 입찰에서 ▲제1호 부당한 이익을 취득하거나 공정한 가격 결정을 방해할 목적으로 입찰자가 서로 공모해 미리 조작한 가격으로 입찰한 자 ▲제2호 다른 건설업자의 견적을 제출한 자 ▲제3호 위계 또는 위력, 그 밖의 방법으로 다른 건설업자의 입찰 행위를 방해한 자 등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도시정비사업의 고질병인 ‘건설사 입찰 담합’과 관련해 업계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제2의 검찰로 지정한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상조ㆍ이하 공정위)의 행보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달 정부가 공정위의 위상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뜻을 내비치며, 조사 권한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중견 건설사 입찰 담합 급증… 업계 “짜고 치는 고스톱”?!
정부, 들러리 찾기 돌입… 천호1구역 응찰 건설사도 대상에 올라

특히 재개발ㆍ재건축사업 절차인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 중견 건설사들의 ‘들러리 입찰’ 의혹이 불거지면서 해당 조합들에는 혼란과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다.

이 가운데 2015년 3월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그해 말 SH공사가 이곳 재개발사업에 참여, 조합과 SH공사의 공동 사업 시행 추진이 결정됨에 따라 새 전기를 맞았지만 2016년 2ㆍ7월, 올해 2월 등에 걸쳐 이뤄진 시공자 입찰에서 번번이 유찰의 쓴 맛을 맛본 뒤 4차 시공자 입찰에 성공한 서울 강동구 천호1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조합장 김종광ㆍ이하 조합)이 이 같은 의혹에 휩싸여 충격에 빠졌다.

지난 24일 조합에 따르면 조합은 오는 9월 9일 오후 3시 구역 인근의 농협로데오 지점 3층 강당에서 시공자 입찰에 응찰한 ▲중흥토건 ▲건영 중 한 곳을 시공자로 선정하기 위한 정기총회를 개최한다.

이번에 선정되는 시공자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와 공동으로 시행하는 이 사업 강동구 천호동 423-200 일대 3만8502.2㎡ 부지에 건폐율 46.65%, 용적률 515.51%를 적용한 지하 5층~지상 40층 공동주택 999가구(임대 117가구 포함) 및 부대복리시설 등을 짓는 도급공사를 도맡게 된다.

그러나 업계 및 이해관계자, 조합 한쪽에서는 이번 수주전에 대한 소문이 무성하다는 전언이다. 이 중 ‘들러리 입찰’ 의혹이 가장 크게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조합 한쪽에서는 시공자 입찰에 응한 두 건설사 중 어느 곳이 ‘들러리 입찰’을 조장했는지를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지 상황을 지켜봤을 때 중흥토건이 들러리 입찰 담합을 조장했다는 쪽에 의심이 가며 민심이 더 기울고 있다. 이 배경에는 새 아파트 하자ㆍ부실시공ㆍ과장 광고ㆍ하도급 갑질 등 부정적인 사안으로 수차례 여론에 오르내린 자회사 중흥건설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짚어냈다.

그에 따르면 중흥토건의 자회사인 중흥건설은 2016년 8월 하도급업체에 ‘갑질’을 자행한 사실이 광주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등에 의해 밝혀졌다. 그 당시 경찰청 관계자는 건설사-하도급업체 간 상납 구조는 결국 공사비 상승으로 이어져 입주할 아파트 주민의 몫이 되고, 하도급업체의 경제적인 부담은 결국 부실시공이란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수사와 그에 따른 처벌은 건설업계의 악의적 관행에 경종을 울렸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고 전했다.

게다가 중흥건설은 아파트 분양에 앞서 허위ㆍ과장 광고를 하며 연일 업계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다 추후 부실시공 의혹과 하자 보수 불이행까지 더해져 ‘불명예’의 정점을 찍은바 있다.

신반포 일대 재건축, 들러리 입찰설 ‘솔솔’
조합ㆍ업계 ‘사업 제동’ 우려에 공정위도 촉각

‘들러리 입찰설’이 나도는 곳은 이곳뿐만이 아니다. 최근 서울 신반포 일대 재건축 일부 현장이 들썩이고 있는 이유도 ‘들러리 입찰 담합’ 의혹으로 알려져서다.

이 일대 신반포13차, 신반포14차 재건축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의 들러리 입찰 담합 의혹이 가장 유력하게 점쳐졌다. 현재 진행 중인 신반포13차ㆍ14차 재건축 시공자 입찰에는 롯데건설을 포함, 각 1개 건설사 씩 응찰해 모두 ‘2파전’으로 수주전이 치러진다.

이 또한 중흥토건 들러리 입찰 의혹과 마찬가지로 롯데건설에 비해 브랜드 파워가 약하고, 사업 조건을 비슷하게 맞출 수 있는 중견 건설사를 들러리로 세워 담합을 한 것이란 의견이 우세해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에 조합 한쪽에서는 제2의 검찰이라 불리며 입지를 다진 공정위가 시공자 입찰 담합 의혹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부분에 사업 지연 등의 우려감을 키우고 있는 반면 또 다른 한쪽에선 이 같은 사실을 고발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다.

서울 서초구 방배14구역 재건축 시공자 입찰의 경우도 같은 맥락인 것으로 전해졌으며, 경기 안산시 한 재건축 단지 또한 들러리 입찰 의혹에 파행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초유의 사태’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모양새다.

한 업계 전문가는 “서울ㆍ수도권에서 중견 건설사 ‘들러리 입찰’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면서 “가장 최근 정황이 포착된 중흥토건 역시 ‘들러리 리스트’에 올랐다. 아직까지 ‘의혹’이지만 중흥토건이 응찰한 시공자 입찰을 진행하고 있는 조합 일각에선 이 같은 의혹에 상당한 사실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기 때문이다”고 피력했다.

이어서 “이 건설사뿐 아니라 롯데건설 등 들러리 입찰 의혹이 제기된 다수 대형ㆍ중견 건설사에 업계 및 공정위, 조합의 눈과 귀가 집중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민수진 기자  vkdnejekdl@naver.com

<저작권자 © AU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