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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기획] 오늘부터 도시정비법 개정안 시행… ‘설계자’는 빠졌다?
▲ 오늘부터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이 시행되는 가운데, 소급적용 예외대상에서 ‘설계자’만 빠져 설계업계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아유경제 DB>

[아유경제=김필중 기자] 오늘(9일)부터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 및 시행령ㆍ시행규칙이 적용돼 업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번 개정 법령은 사업자 선정 과정의 투명성 강화를 위한 조치로 큰 틀을 바꾸는 내용을 담고 있어 도시정비업계 전반에 큰 반향이 예상된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의 소급적용 예외대상에서 ‘설계자’만 빠져 건축ㆍ설계업계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어 본보는 이번 개정안의 내용을 되짚어 보고 논란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일반경쟁입찰ㆍ전자조달시스템ㆍ관리처분계획 타당성 검증 ‘의무화’
신탁 방식 사업지 조합원 양도 제한ㆍ6개 정비사업 3개로 ‘통폐합’

오늘부터 시행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개정안 내용 중 가장 주목할 부분은 도시정비사업 용역 업체 입찰의 일반경쟁입찰 방식 의무화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추진위원회 또는 사업시행자는 계약체결 시, 일반경쟁을 원칙으로 하고 지명계약 및 수의계약이 가능한 경우를 명시했다.

용역계약의 경우 지명계약 1억 원 이하, 수의계약 5000만 원 이하일 경우에만 가능하다. 도시정비사업 대부분의 경우 용역비용이 수억 원에 달하는 것을 고려할 때 사실상 일반경쟁입찰이 의무화되는 것이다. 

또한 새 도시정비법 제29조제2항에서 일반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되는 일정규모를 초과하는 계약의 경우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 이용을 의무화하고 전자조달시스템 이용 의무화 대상 규정에 대한 내용을 신설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일반경쟁입찰을 진행하는 용역 중 ▲추정가격 6억 원을 초과하는 건설공사 ▲추정가격 2억 원을 초과하는 전문공사 ▲그 밖의 추정가격 2억 원을 초과하는 공사 ▲추정가격 2억 원을 초과하는 물품 제조ㆍ구매, 용역 그 밖의 계약 등은 전자조달의 이용 및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른 전자조달시스템을 이용해야 한다.

아울러 앞으로 신탁 방식으로 재건축사업을 추진하는 주택 소유자들도 조합원 지위를 다른 사람들에게 양도할 수 없게 된다. 그동안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조합원 지위양도 금지규정은 조합이 필요 없는 신탁 방식 재건축사업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신탁 방식 재건축사업도 투기과열지구에서 조합원 자격과 동일한 위탁자의 지위양도가 제한된다.

이와 함께 6개 유형의 도시정비사업이 3개(주거환경개선ㆍ재개발ㆍ재건축사업)로 단순화 된다. 일명 ‘미니 재건축’이라 불리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소규모 정비특례법」으로 이동했다.

특히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이하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지난해 말 서둘러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한 강남 재건축 단지에 대해 정부가 타당성 검증에 착수한 가운데 오늘부터 이 타당성 검증절차가 의무화된다.

대상이 되는 재건축 단지는 ▲관리처분계획서상 정비사업 추정치(초과이익환수제에 따른 재건축 부담금 포함)가 사업시행계획서상 기재된 액수보다 10% 증가한 단지 ▲관리처분계획 시 책정한 조합원 분담 규모가 조합원 대상 분양공고 시점 대비 20% 이상 증가한 단지 ▲조합원 20% 이상이 관리처분인가 신청 당일부터 15일 이내에 검증을 요청한 단지 ▲시장ㆍ군수가 필요하다고 인정한 경우 등이다.

도시정비법 개정안 소급적용 예외 대상에서 ‘설계자’만 빠져
설계자들 ‘울며 겨자 먹기’로 불공정 계약 체결

국토교통부(장관 김현미ㆍ이하 국토부)는 부칙을 통해 개정규정은 법 시행 후 최초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시공자나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는 법 시행 후 최초로 사업자를 선정하는 경우부터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즉, 법이 시행되기 전에 총회를 통해 사업자 지위를 인정받은 업체들은 아직 계약 체결이 이뤄지지 않았더라도 전자조달입찰 없이 이전의 사업자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보장해준 것이다.

그러나 소급적용 예외 대상에서 ‘설계자’를 빠뜨린 탓에 지난해 재건축사업을 수주한 설계자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설계자들은 이를 피하기 위해 새로운 도시정비법이 시행되기 전에 계약을 체결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재개발ㆍ재건축 조합 및 추진위는 이를 악용해 설계자에 불공정 계약을 강요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한 유관 업계 관계자는 “새로 시행되는 도시정비법 탓에 설계자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재건축 조합이 내민 불공정 계약서에 서명하고 있다”며 “터무니없는 요구 탓에 사업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지만 법이 시행되면 사업자 지위를 잃을 수도 있어 업체들은 조합의 막무가내 요구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특히 일부 조합 및 추진위는 새로 도시정비법이 시행되면 설계자들이 불리한 위치에 처하는 것을 알고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일방적인 계약조건을 요구했다.

지난해 6월 서울에서 재개발사업을 수주한 한 설계자는 도시정비법 개정안 도입으로 당황스러운 상황에 직면했다. 업체의 입장을 악용한 추진위가 운영비 대여를 요구하며 이에 응하지 않을 시 법이 개정되는 오늘(9일) 이후 계약을 체결하겠다고 통보한 것이다. 

이 업체 관계자는 “우리는 그나마 운영비를 대여해서 계약을 체결했지만 내정됐던 다른 협력 업체들은 이달 9일 이후 전자조달방식에 따라 처음부터 입찰에 참여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협력 업체들 실상만 알고 설계자들 사정은 전혀 모르는 국회의원과 탁상공론만 일삼는 국토부가 법을 만드니 최악의 법안이 나왔다”고 꼬집었다.

도시정비법 개정안 소급적용 예외 대상에서 설계자만 빠진 이유에 대해 법 개정을 담당한 국토부 관계자는 “설계용역은 금액이 크지 않아 법 시행 전에 설계 계약을 무리 없이 마무리 지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법안 공청 등 개정 과정에서 대한건축사협회 쪽에서 제시한 이견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한 설계자는 “얼마나 설계 업계를 우습게봤으면 이런 일이 벌어지느냐”며 “사업 수주까지 통상 3년이 걸리며 수주하고 계약 체결까지 평균 3개월, 크게는 6개월에서 1년이 소요되는데 국토부의 실수와 대한건축사협회의 무능함으로 어렵게 수주한 사업을 놓치게 생겼다”고 토로했다.

김필중 기자  kpj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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