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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분양제 시대 막 내리나?… 정부, 본격적으로 ‘후분양제’ 도입한다!
▲ 정부가 올 상반기 주택 후분양제를 추진하기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마련하겠다고 밝히면서 건설업계에 후폭풍이 불고 있다. <사진=아유경제 DB>

[아유경제=김진원 기자] 국토교통부(장관 김현미ㆍ이하 국토부)가 지난 1월 31일 ‘2018년 주요 정책 추진계획’을 발표하며 올해 상반기 중 공공 부문의 단계적 후분양제 시행과 함께 민간 부문의 후분양제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특히 정부가 강남 집값과의 전면전을 선포한 가운데 민간 후분양제 도입 카드를 본격적으로 꺼내 든 것이 흥미롭다. 자발적으로 도입하는 사업자에 대해선 공공택지 우선 배정 등 일정 인센티브를 제공하지만, 부실시공 등 문제 사업자의 경우 선분양을 제한, 즉 ‘징벌적 후분양’을 시행하기로 한 것이다. 

정치권에선 참여정부 시절 시도했던 민간아파트 분양가 공개 카드까지 꺼내 들면서 투기ㆍ고분양가와 총력전을 선언하면서 분양권 전매와 고분양가를 차단해 시장 과열을 막아보겠다는 계산이지만 오히려 공급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이에 본보는 ‘선분양 제한’이 도시정비사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자 한다.

부실시공ㆍ전매권 투기 등 선분양제 문제점 꾸준히 제기
정부 “단계적 후분양제 실시로… 상반기 구체적 로드맵 마련” 

정부가 올 상반기 주택 후분양제를 추진하기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마련하겠다고 밝히면서 건설업계에 후폭풍이 불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부가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선분양제’ 유지냐, ‘후분양제’ 도입이냐를 놓고 고심 끝에 부실시공 등으로 주택 소비자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방지 등을 이유로 결국 후분양제를 도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압도적으로 시행돼왔던 선분양제는 주택을 착공하기 전 분양하는 것으로 건설사 등 사업주체가 자금 조달 능력이 부족해도 주택을 공급할 수 있어 주택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시기에 공급을 확대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그러나 현재는 주택 공급률이 100%를 넘어서 과거처럼 대규모의 주택공급이 필요하지 않다. 무엇보다 선분양제가 부실시공이나 분양 당시와 준공 당시의 시세 차익을 노린 투기의 원인으로 지목된 만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그에 반해 후분양제는 건설 사업자가 아파트 등 주택의 공정을 거의 마무리한 단계에서 분양하는 제도로 선분양제와 구분된다. 요즘 흔히 ‘분양’이라고 하면 대부분 선분양제를 생각하면 될 정도로 분양사업에 있어 선분양제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해 왔다.

그동안 선분양제가 압도적으로 많이 행해진 이유는 확실하다. 가장 큰 이유는 자금 확보를 통한 주택 공급이 용이해지기 때문이다. 준공을 마친 후 분양에 들어가면 건설사 측에서는 많은 자본이 들어가게 돼 중소 건설사 입장에서는 사업 참여가 힘들고 주택 공급 물량은 감소하게 된다.

반면, 공사 시작 전에 분양을 받게 되면 건설사들은 수요자들로부터 분양가의 70%에 이르는 계약금과 중도금을 미리 받을 수 있어 사업 진행에 있어 자금 조달이 수월해진다. 이 같은 이유로 건설업계에서는 선분양제가 압도적으로 많이 시행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선분양제에 대한 재평가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우선적으로 전매권 투기가 성행하고 있다는 데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분양권 거래가 극성을 부려 가격이 부풀려지고 있다는 해석이 이어진다. 

부동산 중개업소는 수수료를 챙기기 위해 거래를 부추기고 이로 인해 분양권의 주인이 여러 차례 바뀌는 일이 발생하기도 하고 실수요자들은 청약에 들기 위해 경쟁하고 그 과정에서 분양권 자체에 프리미엄이 발생해 액수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무엇보다 부실시공ㆍ품질저하 등도 선분양제의 대표적인 병폐 중 하나다. 정해진 비용으로 이윤을 남기려다보니 공기 단축, 인건비 절감 등을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로 공사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여기에 하도급 업체가 자재 바꿔치기를 해도 일일이 시공 전 과정을 확인하지 않는 이상 알 수 없다.

지난해 일부 건설사 부실 시공 문제로 골칫거리
부실시공 시 선분양 제한… ‘투기 차단 효과’도 기대

실제로 지난해 3월 준공한 이후 입주민들 사이에서 하자 불만이 나오고 있는 경기도 화성시 동탄2신도시 부영아파트 문제가 큰 이슈였다. 이 단지는 18개동 1316가구 규모로 현재 1100여 가구가 입주해 있는 상황이지만 접수된 입주민의 하자민원만 8만1999건에 달할 정도로 주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현장에 가보면 부실이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라며 “간접비를 줄이기 위해 날림 공사를 하는 등 경제적 유인을 차단하기 위해 후분양제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 역시 “벌점을 선분양 제한에 적용한다면 부실시공을 방지하는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며 적극 검토하겠다고 화답한바 있다. 

이처럼 정부가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혀 ‘선분양 후시공’ 방식에서 ‘선시공 후분양’ 방식으로 전환이 기대되고 있고, 정치권에서도 부실시공을 한 건설사에는 공동주택 선분양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건설기술진흥법」 등에는 부실시공을 한 건설사에 벌점을 주는 규정이 있다”며 “현행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의 선분양을 제한하는 규정에 벌점제도를 연계해 국토부가 정하는 벌점 기준을 초과한 건설사에 선분양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벌점제는 입찰 때 평가항목에 반영되는 수준에 그쳐 건설사의 불이익이 크지 않다.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 역시 개인이 신청한 건별로 심사를 진행하다 보니 부실시공 건설사에 실질적인 제재를 가하긴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동안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본보기 집만 본 뒤 수십 년간 모아온 돈을 내고 아파트를 분양받았다가 부실시공으로 피해를 봤다. 결국 소비자가 직접 시공된 아파트를 확인한 후 그에 맞는 값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경제논리에도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표면적으로는 부실시공 차단 목적을 내세웠지만 내심 정부가 노리는 또 다른 효과는 분양권 전매 차단이다. 

또 다른 국토부 관계자는 “선분양제는 분양권 매매로 인해 입주 시점에 가격 프리미엄이 높아지면서 되레 실수요자 부담이 커지는 구조”라며 “투기를 차단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짓는 공공주택의 경우 올해 2~3월 중 후분양을 우선 적용하는 시범단지를 발표하고 차차 도입을 늘려갈 계획이다. 민간의 경우 법적으로 강제하는 것이 어려운 만큼 ‘인센티브’를 통해 후분양으로 유인하기로 했다. 

김흥진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공공택지를 후분양제 시행 건설사에 우선 배정하는 것을 비롯해 건설자금을 저리로 지원하는 등 여러 가지 유인책을 고려 중”이라 당근과 채찍을 모두 제시했다.

부실시공 등으로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거나 벌점이 일정 기준 이상인 건설사 등에 대해선 선분양을 제한하기로 했다. 김 정책관은 “벌점 수준에 따라 분양 시기를 늦추는 등 단계적 후분양 적용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과거 참여정부 시절 후분양제 도입과 맞물려 추진됐던 ‘분양가 원가 공개’ 압박도 본격화하고 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정부ㆍ여당은 보유세 인상과 분양원가 공개 등 모든 옵션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다”며 “부동산 불패 신화에 마침표를 찍고 주택을 투기가 아닌 주거 수단으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분양가상한제 여부에 상관없이 민간아파트에 대해 모두 원가 공개를 하거나 현재 7개 항목뿐인 공개 항목을 늘리는 등 방안이다.  

부동산 업계 “정부의 취지 이해하지만 현실을 고려해야”
자금 조달 문제 가장 큰 걸림돌… 중소ㆍ중견기업 ‘직격탄’

하지만 전문가들은 후분양제를 통해 부실시공 등 소비자 피해를 막겠다는 정부 취지는 이해하지만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갑작스러운 후분양제는 대기업과 중소ㆍ중견사 간 양극화만 유발하고 공급을 위축시키면서 집값을 잡는 데도 도움이 안 될 것”이라며 “원가 공개는 다른 어떤 산업에서도 시행하지 않는 제도를 건설 산업에만 도입하는 것으로 사회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일단 후분양제가 시행되면 금융비용이 추가로 발생해 자금조달 마련에 비상이 걸린다는 주장이다. 또 현재 건설사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선분양제에 맞춰 있어 사업 구조 재편도 필요하다. 특히 주택 비중이 높은 중견 건설사들은 당장 사업 추진이 어려워질 전망이다. 

건설사들은 금융조달 방법을 비롯해 사업 구조 개편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후분양제는 선분양제와 달리 건설사 등 사업자가 분양자들의 계약금과 중도금 없이 2~3년간 공사대금을 자체적으로 조달해야 해 사업자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 

실제 민간까지 주택 후분양제가 적용될 경우 건설ㆍ시행사들에게 추가로 소요되는 금융비용은 연간 최대 5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로 인해 자금력과 브랜드파워가 있는 대형 건설사도 부담이 가중되지만, 자금조달 능력이 부족한 중견ㆍ중소 건설사는 도태가 불가피하다. 특히 재무구조가 좋지 않거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건설사는 자금력 있는 시행사의 단순 시공 하청 업체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중견 건설사일수록 주택사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데 후분양제를 도입하면 분양 초기의 막대한 공사비를 조달하기가 벅차 사업 추진이 지금보다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후분양제가 시행되면 금융비용 등이 추가로 발생해 상대적으로 중소ㆍ중견 건설사의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현재 시장 환경에서 후분양제 도입은 시기상조며, 주택금융시스템의 구조적 개편이 이뤄진 뒤 점진적으로 확대해아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여전히 찬반 여론이 뜨거운 가운데 정부는 오는 6월 「주택법」을 개정해 선분양을 제한시킬 예정이다. 일정 수준의 벌점을 받으면 공정률이 어느 정도 넘어야 분양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손병석 국토부 1차관은 “후분양제는 찬반이 다 타당하고 논란이 뜨거워 민간부문은 일시에 후분양을 강제하기 당분간 어려울 것이다”며 “후분양을 했을 때 어려운 점을 줄여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잡았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부실시공을 하면 사업하기 힘들어진다는 메시지를 업체에 던지고자 했다”며 “현재 시점에서 부실 벌점 몇 점 이상이 대상인지는 언급하기 이르다”고 덧붙였다.

▲ 특히 중소ㆍ중견 건설사들은 금융조달 방법을 비롯해 사업 구조 개편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김진원 기자  figokj@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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