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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사업 속 ‘미래유산’ 도입… ‘유산’될까 ‘흉물’될까?
▲ 잠실주공5단지 전경. <사진=아유경제 DB>

[아유경제=서승아 기자] 서울시가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조합에게 재건축 구역 일부를 미래유산으로 보존하라고 해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이 같은 사례가 많지도 않을뿐더러 미래유산이 될지 흉물이 될지 여부가 불투명해 서로간의 의견 대립은 더욱 명확해지고 있다. 이에 본보는 재건축 미래유산 등에 대해 자세히 짚어봤다.

서울시 “1개동과 단지 중앙 굴뚝 보존하라”… 주민 “현대식 아파트를 유물로?”

유관 업계에 따르면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서울시는 최근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정비계획 승인과 관련해 “아파트 일부를 미래유산으로 보존할 방안을 마련하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앞서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소위원회는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조합에 단지 중 “1개동과 중앙에 위치한 굴뚝을 보존하라”는 내용을 담은 팩스를 보냈다.

이에 조합은 시가 요구한 내용을 담아 수정한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보존해야 할 1개동은 523동으로 정해졌다. 이곳은 최초로 도입된 중앙난방 등 역사적 의미가 있으니 건물 한 동을 보존하라고 서울시는 권고했다. 이 동은 잠실대교 남단과 맞닿아 있으며 한강을 내려다볼 수 있어 단지에서 입지가 좋은 동으로 꼽힌다. 15층 높이의 523동 중 4층, 길이로는 건물의 1/5을 남긴다. 활용 방안은 향후 정해진 설계안에 따라 결정될 예정이다.

또한 잠실주공5단지 외의 미래유산 보존 대상 아파트로는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와 강남구 개포주공1ㆍ4단지 등이 있다. 반포주공1단지는 전체 66개동 중 1개동을 남겨두고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재건축 아파트가 내야 할 기부채납금 15% 중 일부를 1개동을 남기는 것으로 대신한 것이다. 남게 될 108동은 주거역사박물관이 될 예정이다.

이는 서울 내 역사적 가치가 있는 근현대사 유산을 문화재로 지정하는 서울 미래유산 사업의 일환으로, 80년 역사를 지닌 국내 최초의 아파트 충정아파트를 비롯해 ▲여의도 시범아파트 ▲서소문아파트 ▲성요셉아파트 등이 지정됐다.

서울시가 이 같은 개발을 추진하게 된 것은 도시정비사업을 진행함에 있어 전체를 철거해 신축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도시 역사나 장소성 등이 보존되는 경우가 거의 없어 서울은 역사가 최소한 600년에서 1300년 역사를 갖고 있는 점이 확인이 되지 못하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 대단지 정비사업을 진행할 경우, 최소한의 장소가 기억될 수 있도록 흔적을 남겨야 한다는 판단이 배경이다.

그러나 개포주공1단지 재건축사업의 경우 집 안 난방용 연탄 아궁이가 설비됐다는 게 보존 이유지만 대부분의 가정이 내부 리모델링을 했기 때문에 아궁이가 남아있는 곳이 없다.

잠실주공5단지는 강남 한강변 첫 지상 최고 50층을 허용한 재건축 단지로 아파트 최고 층수를 35층으로 엄격히 제한한 박원순 서울시장 집권에서 허가가 이뤄져 업계의 큰 이목을 끌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나 압구정동 현대아파트가 고층 재건축 추진에 애를 먹은 터라 50층 재건축이라는 타이틀이 이곳의 가치를 더욱 드높였고 호재에 발맞춰 단지의 몸값은 자연스레 뛰었다.

하지만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사업은 강남 도입 아파트 중 최초 고층 아파트라는 점이 미래유산 지정 이유 중 하나로 작용했고 15층 중 4층, 길이로는 건물의 1/5만 남기라는 권고를 받아 15층 원형대로 보존하지도 못한다.

이에 이번 서울시가 이번 재건축사업 일부 단지를 미래유산으로 보존하라고 권고한 데에 대해 주민들의 의견도 미래유산이냐 흉물이냐를 놓고 엇갈리고 있다.

시가 충분한 주민 동의 없이 일방적인 가치 기준을 내세워 사유재산을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서울시가 보존하도록 지목한 523동은 한강 조망이 우수한 동이기 때문에 주민들의 경제적 부담이 더욱 불어났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를 보존하지 않고 신축해 일반분양을 할 경우 수익이 엄청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주민은 “문화유산 같지도 않고 성냥갑 같은 서양 아파트를 1동만 덩그러니 남기는 게 무슨 가치가 있을까 싶다”며 “아파트가 지어질 때부터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현대식 아파트인데 미래유산으로 보존을 하라니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른 한 주민은 “단지 내에 5성급 호텔도 들어서서 글로벌 단지로 탈바꿈할 발판이 마련됐는데 아파트 중심에 흉물을 남기게 됐다”며 우려를 표했다.

보존 가치는 있을 수 있지만 치안상 등의 문제도 커질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최고 층수 50층인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사업의 경우 고층인만큼 굴뚝은 더더욱 위험성이 커질 수밖에 없는데 건물 안전상 책임은 어떻게 질지 아무도 확답을 내놓고 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형평성 어긋나는 서울시 표 ‘미래유산’에 주민들만 ‘발동동’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조합은 아파트 1개동과 굴뚝을 남기라는 서울시의 권고를 받았다. 하지만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사업은 최고 층수 50층으로 최신식 아파트를 짓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는데 이 같은 단지에 둘러싸여 금 가고 칠이 벗겨진 녹슨 아파트를 1개동과 굴뚝을 남겨야 하기 때문에 리모델링을 설사 한다 해도 흉물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게다가 말 그대로 서울시가 미래유산을 보존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문화 유산을 남길려면 주체가 공(公)이 돼야 하는데 재건축 아파트는 사(私)인데 서로 책임을 떠안는 꼴이 된다. 개인 재산인 재건축 아파트에 1개 동을 남기고 굴뚝을 남기는 행위는 아이러니한 것이다. 

더욱 의아한 점은 남겨진 동에 대한 활용 방안을 재건축 조합에게 설계하도록 한 서울시의 태도다. 미래유산에 대한 주체가 공으로 전환돼야 하는데 사유재산이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지정되는 과정까지 민간에 넘겨졌기 때문이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근현대 주거문화를 간직한 아파트를 미래유산으로 남기자는 운동은 10여 년 전 일본에서도 있었다. 한국 주공아파트처럼 일본의 집합주택 시대를 연 도준카이(同潤會)아파트가 대상이었다. 하지만 민간이 주체였다.

일본에서 아오야마 보존 프로젝트의 성공 사례는 전국 16곳 중 도쿄 특급 상업 및 주거지에 있던 아오야마(靑山)아파트 1건이다. 아파트 원형 일부를 남겨 동쪽 건물을 만들었다. 2006년 이렇게 완성한 오모테산도 힐스는 서울 청담동에 비견되는 도쿄 아오야마 지역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도준카이 아파트 보존 운동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건물 일부를 남겨도 개발 이익이 충분했기 때문이다. 주차장을 제외한 9개 층 중 상층 3개 층에만 주거시설이 들어섰고 6개 층은 고급 상업시설로 탈바꿈했다. 주거시설은 90㎡ 아파트의 경우 임대료가 월 84만 엔(800만 원)에 달한다.

나머지 15곳은 2013년 도쿄 우에노시타(上野下)아파트 재개발을 마지막으로 모두 사라졌다. 이들 중 도쿄 다이칸야마(代官山)아파트 실내 원형이 ‘일본의 주택공사’인 도시기구가 운영하는 집합주택역사관에 옮겨져 보존되고 있다. 일본의 건축 유산 보존 운동은 다양한 건물을 대상으로 지금도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강제하는 경우는 드물다. 필요한 경우 설득한다. 특히 상업 건물이 아닌 주거지를 대상으로 강요하지 않는다. 스스로 보존을 선택하는 안목 있는 건물주도 많다. 이 경우 대부분 지역 명소가 돼 개발 이익과 차원이 다른 보존 이익을 얻는다.

서울시는 되레 남겨진 동이 어떻게 미래유산으로 재탄생할지 형태와 용도 등을 주민들이 결정해야 한다며 다양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결국 재건축사업의 허가권은 서울시가 갖고 있기 때문에 이 과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허가를 해주지 않겠다는 무언의 압박을 재건축 조합은 받을 수밖에 없어 시의 방침에 따를 수밖에 없다. 이에 공권력 남용이라는 비난도 면하기 어려울 수 있다.

미래유산에 대한 허가는 “조건부 허가, 용적률을 높여주겠다, 인센티브를 주겠다” 등 여러 형식으로 협의가 이뤄지기 때문에 정책의 일관성이 없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재건축 조합들의 시름이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는 점은 박원순 시장의 임기가 오는 6월 30일까지로, 만약 시장이 바뀔 경우 제도도 바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합들은 서울시가 허가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미래유산을 추진할 수밖에 없어 보존 규모를 최대한 줄이려고 시도하고 있다.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사업의 경우 한강변이 아닌 단지 중앙에 건물을 남기고 개포주공4단지 재건축사업은 벽체 일부만 남겨 도서관을 신축하겠다고 제안한 게 대표적이다. 

이 같은 주민들의 우려에도 서울시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만 내놓고 있다. 해당 땅은 공원으로 기부채납 하겠다고 입안돼있는 땅으로 기부채납 부지 안은 시나 자치구 소유가 된다는 설명이다.

서울시의 입장대로 보존할 가치가 있는 건축물은 보존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서울시는 역사 보존이라는 아집에 사로잡혀 다른 의견은 듣지도 않는 제자리 걸음만 수십 년간 되풀이하고 있다. 도시재생사업 역시 다른 선진국들은 마을 재생과 대규모 개발사업이라는 투 트랙으로 진행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도시재생은 잘되기는커녕 후퇴하고 있다는 업계의 평가를 받고 있다. 

이처럼 재건축 과열 양상으로 인해 서울시가 도시 역사를 남겨야 한다는 취지로 미래유산을 꺼내든 것은 좋지만 오히려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 미래유산이라는 난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 반포주공1단지 1ㆍ2ㆍ4주구 전경. <사진=아유경제 DB>
▲ 개포주공4단지 아파트. <사진=아유경제 DB>

서승아 기자  nellstay8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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